[서울] 나의 삶 속에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116

[서울] 나의 삶 속에

사목 생활을 40년 이상을 해온 저에게는, 가끔 저를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고해성사를 주는 과정에서입니다. 지은 죄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또 다시 고백한다는 것입니다. 고백을 듣는 저도 가벼운 죄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순간 습관적으로 나오는 기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분이 주님의 용서와 사랑을 맘 깊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하는 청원입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다음과 같은 권고의 말씀을 드립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주님께서 형제님 혹은 자매님을 용서하고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정말 마음 깊이 믿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믿는다고 대답을 합니다. 믿는다는 그분의 음성 속에서 평화로움을 느끼며 보속과 함께 사죄경을 바치면서 끝납니다. 사실 나를 포함해서 믿는 우리에게는,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용서를 느끼고 믿는 만큼 그 용서와 사랑이 나의 맘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만큼 나는 용서와 사랑의 삶을 살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두고, 베엘제불이 들렸고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는 율법학자들을 향해 격한 음성으로 훈시를 하신 후, 다음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신성을 모독하는 어떠한 말도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의 내용은 도대체 무엇인가? 여러 지식을 동원해서 묵상을 해도실마리가 잡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랑을 믿지 못하고 용서를 믿지 못하면 용서받고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용서를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용서받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나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주님으로부터 사랑받은 마음이 들 수가 있겠습니까? 믿지 못하는 그 자체로서 용서와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용서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한다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의 내용은, 주님의 용서와 사랑을 믿지 못하게 하는 죄인데, 이 죄의 중심에는 예수님이 지적하는 바로 그 ‘더러운 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더러운 ‘영’에 걸려들면 죄에 매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더러운 영’의 실체는 근본적으로 나를 향해 끝없이 흐르는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을 믿지 못하게 하는 마귀이며 베엘제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시라도 이에 걸려들지 않도록 성령께 의지해야합니다. 이에 가장 좋은 길은, 나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주님의 용서와 사랑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곰곰이 헤아리고 곱씹는 기도의 시간을 틈틈이 갖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 마음은 훈훈해집니다. 더러운 영은, 주님의 용서와 사랑에 감싸여 있는 나를 먼 데서 노리고 있을 뿐 더 이상 덤벼들지 못합니다.

▦ 서울대교구 홍성만 미카엘 신부 : 2018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