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평화가 아닌 불, 그리고 분열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151



[의정부] 평화가 아닌 불, 그리고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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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막 길눈을 떠가는 택시기사입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은 채 아내까지 병마에 빼앗기고만 그가 절망을 견뎌가며 택시 운전을 하는 건, 아직 어리고 철없는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는 경쾌하게 손님들께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앞 유리창에 달아놓은 가족사진, 그는 수시로 그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예전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고 교통지옥을 헤매는 고단한 일이지만, 한 푼 두 푼 모아 빚을 갚는 재미로 쉬는 날도 없이 매연 속을 누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봉투를 두고 내리셨습니다. 황급히 불러봤지만, 이미 바쁜 걸음으로 사라져 버리셨습니다. 할 수 없이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봉투 속에는 얼만지도 모를 큰 액수의 돈다발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어서 잠시 내려서 담배를 피워봅니다. 그는 약해졌습니다. 돈 때문에 치료 한 번 변변히 못받고 저 세상으로 간 아내, 어깨를 짓누르는 빚더미, 좋은 옷 맛난 것 못 해줘 안쓰러운 아이들. ‘이 돈이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 돈만 있으면….’ 그의 맘 속에서 욕심과 양심이 엎치락 뒤치락 싸우기를 몇 시간…. 그러던 그가 갑자기 택시를 다시 탑니다. 평소보다 조금 급하게 차를 몰아 그가 당도한 곳은 근처 파출소였습니다. 잠시 후에 경찰에서 연락을 받은 돈주인이 황급히 달려 들어왔습니다. 아주머니가 고맙다고 어쩔 줄 몰라서 인사를 하고, 꼭 사례를 하고 싶다는 아주머니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반나절 동안 천국과 지옥을 열두 번도 더 왔다갔다 했는데, 이제 후련하네요.” 그는 끝내 단 한 푼의 사례금도 받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어서였습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삶속에서 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고 남들보다 더 갖고 싶고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고…. 오늘도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행복(?)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얻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나의 행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평화가 아닌 불,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과의 분열을 말씀하십니다. 행복이 다 같은 행복이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서 인간은 선택해야합니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싸워야 하는 수많은 내적·외적인 유혹을 물리치고 치열하게 살아가기를 주님은 원하십니다.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 ‘함께’라는 공동체를 무너뜨리려는 유혹을 단호히 뿌리쳐야 합니다. 신앙은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가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면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는 주님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십니다. 주님을 믿으면서 행복으로 가기 위한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한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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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고민수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