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주년 (Octogesima Adventiens)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390

교황 바오로 6세의 교서 / 팔십주년(OCTOGESIMA ADVENIENS) / 1971. 5. 14. / 김남수 주교 번역

「새로운 사태」반포 80주년을 맞이하여 평신도위원회 및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로이 추기경에게 보낸 교서


서론

1. 팔십주년(Octogesima Adveniens)을 맞이하는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반포를 기념하면서, 지금까지 사회 정의 구현의 행동을 촉진시키고 있는 선임 교황들의 가르침을 다시 계속 강조함으로써 변천하는 세계의 새로운 요청에 대답하고자 한다. 사실 교회는 인류와 함께 진보하며 동일한 역사의 운명을 함께 나누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구원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을 본 사명으로 자각하고 있지만 동시에 교회는 복음의 빛으로 사람들의 현세 활동을 비추어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 지극하신 하느님의 계획을 충실히 실현하도록 도와주며 사람들의 소망을 풍부히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나은 정의의 보편적 호소

2. 주님의 성령께서 현세 인간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활동하시며 가는 곳마다 사회 안에서 스스로의 책임을 자각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형성해 주신다는 사실을 본인은 굳게 믿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종이나 민족이나 문화 형태나 생활 조건의 차이 없이 어디서나 주님께서는 복음의 진정한 사도들을 불러일으켜 주신다.

본인은 최근의 여행을 통해서 그들을 만나보고 탄복하고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었다. 본인은 많은 군중을 가까이할 수 있었고 그들의 소망과 호소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호소는 참혹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내포한 것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현대가 당면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들을 새로이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각 지역에 고유한 문제이면서 동시에 인류 전체에 관계되는 문제들이다. 인류는 스스로의 장래 운명과 현재에 진행되는 각종 변화의 과정과 그 뜻에 대하여 자문하고 있다.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경제, 문화, 정치 발전의 명백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민족은 이미 최고도로 기계화되었는데 다른 민족은 아직도 농업 일변도의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어떤 지방은 재화의 풍요함을 마음껏 누리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다. 어떤 백성은 고도의 문화를 누리고 있는데 다른 백성은 이제야 겨우 문맹 퇴치에 착수했을 뿐이다. 사방에서 한층 나은 정의를 희구하고 있으며 인간과 인간, 백성과 백성 사이의 상호 존경에 바탕을 둔 더욱 튼튼한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환경의 다양성

3. 여러 지역과 문화와 사회 정치 조건이 다양하므로 좋든지 나쁘든지 그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당하고 있는 환경은 틀림없이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침묵 중에 살고 있으며 감시의 대상이 되고 그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당하여 국가의 절대 주권 밑에서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수가 너무 적어서 그리스도인의 주장이 들리지도 않을 정도이다. 또 어떤 지역에 있어서는 교회가 떳떳한 입장에 서 있고, 때로는 공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런 지역에서는 교회도 그 사회가 당면한 위기에서 오는 저항을 크게 받는다. 거기서 어떤 신자들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해결책의 유혹을 받으며 그런 방법으로써만 더욱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현존하는 불의에 무관심하고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혁명적 이념에 사로잡혀 결정적으로 개선될 세계를 약속하지만 그것은 가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4. 이같은 복잡한 상황 앞에서 각 지역에 알맞는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본인은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은 본인의 사명도 아니다. 각 지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영원 불변한 복음의 말씀으로 비추어주고, 사회 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서 반성 원리와 판단 기준과 행동 지침을 발견하는 일은 각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책임인 것이다. 사회 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역사 과정에 있어서 특히 근대 공업화 시대에 더욱 깊어진 것이다. 이같이 깊은 연구가 시작된 것은 바로 레오 13세가 "노동자들의 상황"에 관하여 메시지를 반포한 그 시점부터였다. 그러기에 그 메시지의 80주년을 오늘 지내는 것이 본인에게는 무한한 자랑이요 기쁨인 것이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책임진 주교들과 함께 다른 그리스도인 형제들과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사회, 정치, 경제 면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고 긴급한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과 보장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사명이다. 촉진되어야 할 사회 변혁을 찾기 위해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 먼저 복음이 말해 주는 요청의 힘과 그 특수성에 대한 신뢰를 새롭게 해야 하겠고, 복음이 현재와 전혀 다른 사회적 내지 문화적 환경 속에서 전파되고 기록되고 생활화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옛 골동품으로 여겨질 수는 없다. 복음이 가르치는 내용은 세기를 통하여 계속되는 그리스도인들의 생생한 경험으로 더욱 풍요해지는 것이므로 사람들의 회심과 사회 생활의 진보를 위해서 언제나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복음의 보편성과 영구성을 무시하고 복음의 내용을 어떤 시대적 환경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1)

교회의 특수 메시지

5. 현대의 혼란과 불안 속에서 스스로의 장래를 좌우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교회는 지침과 도움을 제공하기 위하여 특수한 메시지를 보내는 바이다. 교회는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가 반포될 때부터 공업화 시초에 일어난 노동 조건의 문제점을 강력히 고발하였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사회 정의의 다른 면과 다른 길을 사람들에게 깨우쳐주었던 것이다. 회칙 「사십주년」(Quadragesimo Anno)2)과 회칙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3)에서도 이미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공의회는 특히 "기쁨과 희망"이란 말로 시작되는 사목 헌장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본인 자신도 이미 「민족들의 발전」이란 회칙을 통하여 같은 내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취급하였다. 본인은 거기서 "오늘에 와서는 이 사회 문제가 인류 전체에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모든 이가 인식해야 하겠다"4)고 강조하였다. "교회는 여기에 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욱 명백히, 더욱 깊이 자각하였으므로, 이 문제의 심각함을 각 방면으로 연구 파악하고 이 같은 위기에 처하여 모든 이의 공동 노력이 긴급히 요청된다는 것을 확신하도록 사람들을 힘껏 도와줄 의무감을 느끼는 바이다."5)

오늘 본인은 이런 의무감을 자각하고 현대 세계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6. 또한 다음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도 "세계 정의" 구현에 관한 중대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교회가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더욱 상세히, 한층 더 깊이 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태」 반포 8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이 문제에 관한 본인의 걱정과 의견을, 존경하는 형제 로이 추기경에게 전달하게 되는 것은 로이 추기경이 '정의평화위원회'와 '평신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도좌의 이러한 기구들이 인류에 봉사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도록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변천의 넓은 범위

7. 선임 교황들이 이미 연구한 문제들이 아직도 영구히 계속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본인은 오늘 좀 다른 문제를 취급하려 한다. 문제가 긴박하고 광범하고 복잡한 까닭에 신자들이 앞으로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에 대해서, 인류의 장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새로운 문제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결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하고자 한다. 현대 경제 원리가 야기시킨 사회 문제, 즉 생산의 인간 조건, 상품의 교역이나 재화의 재분배 등의 균형, 날로 늘어나는 소비 수요의 의의, 책임의 분담 등의 문제들을 새로운 문명의 광범한 종합 속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심각하고 신속한 변화 속에서 인간은 날마다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 의의와 인류의 공동 운명에 대해서 자문하게 된다. 스스로 너무나 엉뚱하고 이미 과거지사라고 판단하는 옛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는 주저하면서도, 스스로 불확실하고 변화 무상하리라고 여기는 미래의 자기 운명을 불변의 영원한 진리로 비추어보려는 욕망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불변의 진리는 의심없이 인간을 초월하는 것이지만 인간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6)

주석

1. 사목 헌장, 10항 참조. [△]
2. 「사십주년」:AAS 23(1931), 209면 이하. [△]
3. 「어머니요 스승」:AAS 53(1961), 429면. [△]
4. 「민족들의 발전」, 3항:AAS 59(1967), 258면. [△]
5. 「민족들의 발전」, 1항:AAS 59(1967), 257면. [△]
6. 2고린 4,17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