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성탄은 새로운 출발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204

해마다 성탄 때가 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대림초, 별, 구유, 아기, 목동, 천사, 크리스마스 트리, 동방박사…. 그런데 그 기억이라는 것도 이내 잃어버린 어린시절에 대한 아쉬움이나, 의무감과 타성에 젖어 이 축제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 저편 너머로 아스라이 사라져 갈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해지기까지 합니다.

대림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2000년 전에 인간으로 이 땅에 이미 오셨고, 오늘도 우리 가운데 오(고계)시며, 우리의 시간이 끝나는 세말의 영광 속에 오실 것을 기다림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깨어 기다려야’한다는 말씀을 이맘때만 되면 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정작 깨어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또 왜 그래야만 하는 건지도 모른 채 여전히 엉뚱한 곳만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과연 대림초에 불이 차례로 밝혀지는 것도(기다림), 미사 전례 중 사제의 제의색이 자색이며, 대영광송을 하지 않는 것(회개와 정화)도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저 무작정‘깨어 있겠다’며 힘주어 두 눈만 부릅뜬다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왜 우리들은 이미 오래 전에 와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할까요? 삶의 목적과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과 또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데 있지 않고 오로지 인간적인 희망, 현세적인 욕심에만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면 말입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1,34).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을 따라나선 제자들은 물론, 과부들과 많은 병자들, 고아와 죄로 인한 고통 중에 있던 사람들이 예수님과 만난 사람들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으며, 예수님을 만나면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고백한 사람들은 구세주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하느님께서 어찌 죄 많은 나에게 오실 수 있겠는가?’라며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절대 포기 할 수 없었던‘희망’이 낳은 기적과도 같은‘새로운 출발’을 뜻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구원을 희망하며 충실하게 신앙을 지키는 사람들만이 세말에 구원하러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 수 있을 것”(루카 21,28ㄱ)입니다.

우리가 ‘깨어 기도해야’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희망을 거슬러 구원의 희망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만이 죽음이 아닌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3-5).

올해 성탄에도 예수님께서는 어김없이 우리에게 오실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의“속량이 가까웠기 때문”(루카 21,28ㄴ)입니다. 과연 우리는 예수님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참으로 친절하게도 우리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에서 그 답을 던져주십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올해 성탄이 우리 모두의‘새로운 출발’이길 기도합니다.

인천교구 김지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