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청주] 늘 깨어 기도하라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1109

[대구] 늘 깨어 기도하라

오늘은 연중의 가장 마지막 날입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한해를 마무리 하는 날은 마음가짐을 차분하게 하고, 1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보면서 다음 해의 계획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도 한해의 마지막 날이지만, 12월의 둘째 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달에 송년회가 많이들 잡혀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송년회가 있는 이 12월이 정말 싫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송년회 때 술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만큼 현대에는 송년회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에게 좋은 여러 가지 풍습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을 잘 살리지 못하고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한 풍습 중에 덕담이라는 좋은 풍습도 있습니다. 덕담이란 그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는 말입니다. 남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줌으로써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또 당사자도 그 덕담 덕분에 자신의 일이 잘 되리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덕담을 생각하면서 새해 첫날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하고 내일의 복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참으로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내일 새해 첫날의 복음과 오늘 한해의 마지막 날 복음이 같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럴 때 우리 신부들은 굉장히 당황하게 됩니다. 왠지는 다 아시지요? 예, 강론을 써야 하는데 이틀을 똑같은 강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참, 예수님도 너무하시지.” 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니, 얼마나 중요한 말씀이시길래. 한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에 이틀에 걸쳐 했던 얘기를 또 하시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복음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덕담의 핵심은 늘 깨어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덕담을 곧이곧대로 지키려면 참으로 고약한 덕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잠을 안자고 깨어 기도만 하는 것은 참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나 신학생 시절 성체조배나 묵상 때면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졌던 저로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참 얄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늘 깨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우리에게는 주어져 있습니다. 바로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은 늘 우리를 깨어있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이를 항상 생각하고 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연애 때의 휴대폰 요금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는 예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자녀가 아플 때, 자녀가 고통으로 신음할 때, 어머니는 밤새 깨어 간호합니다. 혹 지쳐서 휴식을 취할 때에도 어머니는 자녀의 상태에 늘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러다가 작은 신음에도 깨어나거나 다가가서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예수님을 위해 할 것입니다. 항상 기쁘게 매 삶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당신이 다시 오실 때를 기다리다가 예수님을 만날 것입니다.

그렇기에 늘 깨어 기도하라는 이 말씀은 당신이 다시 오실 때까지 당신을 사랑하고 또 다시오실 때 당신을 만날 수 있게 하라는 좋은 덕담인 것입니다. 다른 것에 심취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에 내 모든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랑의 마음을 가져라는 이 말씀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반성의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나는 과연 한해 동안 예수님을 사랑하고 살아왔는지, 나는 과연 예수님을 늘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이웃을 통해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며 살아왔는지...오늘 우리에게 들려지는 이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을 하루 동안 묵상해 보면서 올 한해의 삶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대림의 시간 동안 예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예수님께서 차가운 마굿간이 아니라 따뜻한 우리 마음 안에 오실 수 있도록 잘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대구대교구 박재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