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는가?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1383

"옷을 벗었다."는 말이 있다.
성직자 또는 수도자가 옷을 벗었다는 말은 환속했다는 말이다.
종전엔 그 옷은 벗을 수 없는 옷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 그 벗을 수 없는 옷을 벗는 경우가 잦아졌다.
성직자나 수도자뿐만 아니다.
아내도 남편도 때로는 부모 자식도 옷을 벗듯이 벗어버린다.
인간에겐 이제 결코 벗을 수 없는 옷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예수에게 그리스도는 옷이었다.
하지만 그분에게 그리스도는 벗어버릴 수 없는 옷이었다.
그 옷은 그분의 인격 자체였다.
그분은 그리스도이셨고, 그리스도는 그분이셨다.
그분에겐 속과 겉이 다르지 아니하였다.
십자가도 그분에겐 벗어버릴 수 그분의 옷이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그분을 보게 되고 그분을 보면 십자가를 보게 된다.

나에게 그리스도인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인 나에게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나에게 십자가는 무엇인가?
그리스도와 십자가는 내 생각대로 내 몸에 장식하다가,
기분에 따라 언제라도 바꿔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닌가?

나는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 인격마저 나에겐 혹시나 벗어버릴 수 있는 옷인 것은 아닌가?
제의를 입고 미사 드리는 동안은 사제이다가
미사가 끝나면 제의를 벗듯 그렇게 사제를 벗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현대인은 옷을 너무 쉽게 갈아입는다.
십자가를 입고서 살지 못해서일 것이다.
십자가가 벗어버릴 수 있는 옷이 아님을 깨닫지 못해서일 것이다.
하느님과 인간이 체험되는 곳임을 깨닫지 못해서일 것이다.

* 마산교구 이제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