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마태오14,10)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187

봉성체를 할 때마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납니다. 귀가 어두운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때때로 고함을 지르다시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대화 내용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왜 자신을 어서 데려가지 않는지 속상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하느님께서 자신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럴 때면 늘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그분들이 정말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인지 의아스럽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일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사라질 리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에 잡히는 죽음이기에 어린아이처럼 응석을 부리는 것인지 모릅니다.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억울한 죽음을 당합니다. 한 일이라고는 절제하는 삶을 살며 사람들에게 회개를 요구하고 세례를 베푼 것이 전부인데 어이없게도 어머니로부터 부추김을 받은 한 소녀의 말 때문에 죽습니다. 그토록 의로운 사람이 어찌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모든 예언자의 죽음이 그렇습니다. 순교자의 죽음도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죽음 역시 그 원인을 따지면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의로운 분들이기에 그러한 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이러한 죽음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억울하고 어이없는 죽음이지만 그들은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하였고 반대자들의 교활하고 악랄함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희생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투정도 그런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마태오14,10)

마산교구 박철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