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님이 주시는 평화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068



예비신자 교리반을 시작하게 되면 꼭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성당에 어떻게 나오시게 되셨어요?” 다양한 대답이 나오긴 하지만 제일 많이 듣는 답은 평화를 찾으러 왔다는 말씀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같지 않다고 하십니다(요한 14,27).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화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저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어렸을 적 많이 싸웠습니다. 싸웠다기보다 제가 형이니까 동생을 많이 때리고 괴롭혔지요. 둘이 한참 싸우다가도 어머니께 혼나면 조용히 있었지요. 하지만 그 때의 조용함이 평화로움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이지 동생과 제 사이가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이해하는 평화의 개념은 이러한 것입니다. 진정한 평화의 의미가 아닌 단순히 아무 일도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평화의 참뜻을 알리기 위해서 우리에게 묻습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루카 12,51)

예수님은 평화가 아닌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하시고, 분열을 주러 왔다고 하시고, 칼을 주러 왔다고(마태 10,34) 하십니다. 불은 화재가 아니라, 옛날 역병이 난 곳을 태워버리듯이 소독하는 것이고, 유품을 태우듯이 정리하는 것입니다. 분열은 혼란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하지 못하고 머물게 하는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이고, 생명이 세포 분열에서 생겨나듯 새로움의 시작입니다. 칼은 무기가 아니라, 수술하는 메스이고, 도를 닦는 도구입니다. 우리가 평화를 바란다면 커다란 대수술을 해야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하고, 꾸준히 수련해야 합니다.

사실 진정한 평화는 예수님으로 인해 주어집니다. 그분이 탄생했을 때, 하늘의 군대는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고 노래를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분으로 오신 그분께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평화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였습니다. 주님의 죽음 앞에 제자들이 느낀 두려움과 원망, 불안을 몰아내는 것은 바로 주님이 주시는 평화입니다.

예수님의 평화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많은 것을 몰아내고 오직 주님께 의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사실 평화는 무엇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늘 무엇인가 채우려고, 붙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고, 안심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을 보면 그 채운 것들로 두려워하고 불안해합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다릅니다. 비우라고 말씀하십니다. 두려움이 있다면 덜어내어 주님께 맡기고, 불안이 있다면 주님을 의지하라고 하십니다. 내가 인정받고 싶고, 더 갖고 싶고, 더 하고 싶은 것들을 주님을 위해 포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있는 사람은 생각도 많고 더 불안합니다. 하지만 없는 사람은 단순합니다. 단순함은 곧 평화입니다. “주님”의 이름만이 바로 그 원리입니다.

평화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그분의 불을, 분열을, 칼을 받아들이십시오.

인천교구 최인비 유스티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