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겨자씨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656

겨자씨 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원주에서 소임을 하고 있을 때 ‘성서세계 특별전’이 배론 성지에서 열렸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겨자씨를 보았습니다. ‘훅’ 불면 약한 입김으로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그런 조그마한 모습으로 작은 종지에 들어있었습니다.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라는 말씀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 향한 조건 없는 신뢰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교회에서는 ‘단순함’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가장 첫 번째 준비라고 말합니다. 살아가는 와중에 많은 문제들과 어려움들이 우리 안에서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말씀은 그저 단순하게 아버지를 믿으셨던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단순함의 믿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가고 피곤하고 지치게 만드는 돌무화과 같은 많은 문제들이 뽑혀져 바다에 심길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의 믿음은 이렇게 아무런 조건이 없어야하는데, 스스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믿음은 스스로 조건을 달아 그분께 드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왠지 모를 우리의 치장들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군더더기보다 각자가 품고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내어 보이도록, 그리고 그것이 ‘아름답다!’라고 말씀해 주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의 실재에 대한 시선을 어둡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겸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면서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또다시 일깨워 주십니다.  

나의 존재가 소중한 것인 만큼, 내 이웃의 존재도 소중합니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겨자씨만한 믿음과 겸손으로도 가능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온 존재를 받아들이는 시작이 겨자씨 크기만한 믿음으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상이, 예상치 못한 기적의 텃밭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여러분의 삶이 겨자씨를 품은 소중한 밭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우리의 밭에는  하나의 커다란 선물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밭은, 그냥 밭이 아니라 순교자들의  신앙 유산이 고스란히 묻혀서 거름이 되어 있는 기름진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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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이크리산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