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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 베네딕토 16세
조회수 | 3,893
작성일 | 07.03.28
▶ 교회 ‘전통’ 살리며 점진적 개혁 추구  /  정통교리, 윤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  현대 자유주의 신학, 상대주의 신앙 비판

새 천년기에 접어든지 5년이 지난 2005년 4월 24일 오전 10시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역사적인 제265대 교황 즉위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격동의 근현대 세계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전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아버지로 즉위한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즉위식에서 새 교황은 현대 사회를 사막으로 비유했다.

“오늘날 세상에는 가난과 굶주림, 자포자기와 소외, 파괴된 사랑, 공허한 영혼, 인간 생명의 존엄성 상실 등 수많은 사막이 존재합니다. 교회의 사명은 사람들을 사막에서 이끌어내 풍성한 생명을 선사하시는 성자께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현대 세계와 사람들이 처해 있는, 하느님이 사라져 버린 세상의 비참함에 대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절실하고 간곡하게 일깨운다.

교황이 되기 이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보여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교리와 신앙에 대한 엄격함은 사람들에게 분명한 호불호의 엇갈린 반응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편교회의 추기경들은 라칭거 추기경을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했고, 세상과 교회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을 신뢰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 후 지금까지의 교황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라칭거 추기경의 진면모를, 이 시대에 교황에게 요청되는 참다운 역할과 리더십이 베네딕토 교황에게서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뛰어난 신학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730년 클레멘스 12세 교황 이래 가장 고령인 78세로 교황에 선출됐다. 아드리아노 6세(1522~1523) 이후 첫 독일인 교황이며, 교회 역사상 8번째 독일인 교황이다.

그는 1927년 4월 16일 독일 파사우 교구 마르크틀 암 인에서 출생해 프라이징 대학과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다. 1953년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라이징, 본, 뮌헨, 뮌스터, 튀빙겐,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1977년 뮌헨 프라이징 대교구장으로 임명, 5월 28일 대주교가 됐고 불과 한 달 뒤인 6월 27일 추기경에 서임됐다.

그리고 1981년 11월 25일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됐다.

라칭거 추기경에 대해 가장 적절한 호칭은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서 가장 명석한 신학자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20여년 동안의 교수 활동 중 라칭거 추기경은 뛰어난 저술과 강연으로 명성을 떨치며 당대 최고의 신학자로 평가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신학자로 활동했다.

라칭거 추기경은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 동안 교의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항상 지침 역할을 했고 교리와 윤리 문제에 있어서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니고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었다.

▶ 때때로 비판의 대상되기도

그의 핵심 사상은 한 마디로 ‘전통의 옹호’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세상은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정신과 가치관도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 안에서 교회는 확고한 전통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된 세상과 교회를 성찰하면서 현대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공의회 이후 교회가 겪은 급격한 개혁의 혼란을 보면서 온건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확신한다.

그런데 전통과 정통에 바탕을 둔 단호한 입장 표명과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보여준 엄격함은 권위와 영향력 만큼이나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동성애, 자유주의 신학, 오용된 평신도 직무, 엇나간 신학자들, 여성 사제직, 수녀들의 페미니즘, 동거와 낙태 등 윤리 문제, 전례 개혁, 록 음악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한 라칭거 추기경의 입장은 종종 노골적으로 비판되기도 했다.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라칭거 추기경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유주의 신학이었다.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 등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자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가톨릭 신학에 마르크스주의를 이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전세계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무너진 후에는 현대 사회의 생활과 윤리 전반에 침투된 상대주의를 신앙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했다.

현대의 신학자들, 특히 아시아 신학에서 종종 발견되는 상대주의적 개념을 종교와 윤리에 적용하는 사례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실제로 인도, 스리랑카 등의 지역교회에서 활동하는 신학자들에 대해 단죄하기도 했다.

오늘날 세상의 모습은 변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그러나 철저하게 성경과 전통, 정통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섣부른 개혁, 가벼운 움직임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참된 변화를 향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가톨릭 신문 : 200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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