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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공경 (Marialis Cultus)
조회수 | 4,653
작성일 | 06.06.04
교황 바오로 6세의 사도적 권고 | 마리아 공경 | 1974년 2월 2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신심의 올바른 방향과 발전을 위하여 사도좌와 더불어 일치와 평화를 이루는 모든 주교들에게 보내는 교황 바오로 6세의 사도적 권고

1. 본 문헌의 반포 경위 및 목적

1. 마리아 공경(Marialis Cultus)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본인은 사도좌에 오른 이후 끊임없이 노력하여 왔습니다. 이는 마리아께 대한 본인의 개인적인 애정에서만이 아니라 교회의 의식을 새롭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이며,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마리아 공경이 거룩한 예배에서 매우 숭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과 지혜의 최상의 표현이 어우러진1) 거룩한 예배는 하느님 백성이 수행해야 할 첫째가는 과업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인은 제 2 차 바티칸 공의회가 추진한 전례 개혁의 대사업을 계속 육성하고 장려하여 왔습니다. 존경하는 교부들과 함께 성령 안에서 인준하고 서명한 이 공의회의 첫 문헌이 바로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정'이라는 사실은 분명 하느님의 섭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이 헌장의 목적은 전례를 부흥시키고 그 가치를 드높임으로써 거룩한 신비들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더욱 많은 결실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었읍니다.2) 그 이후 본인은 교황으로서 거룩한 예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수행해왔습니다. 본인이 지난 몇 년 동안 공의회의 원칙과 규정에 따라 수많은 로마 전례의 예식서들을 공포하고 복원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온갖 좋은 것을 다 주시는 주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또한 그 준비과정에서 함께 수고해 주신 각 주교회의와 여러 주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본인은 지금까지 이룩된 전례 쇄신의 첫 성과들을 기뻐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이 쇄신의 근본 목적이 잘 이해되고 올바로 적용된다면 그 성과도 더욱 커지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24 참조)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을 흠숭하고, "하느님의 모친 복되신 마리아를 비범한 애정으로 공경하며,"3) 순교자 및 다른 성인들을 경건하게 기념하는 이 전례를 보다 합당하게 부흥시키기 위하여 본인은 앞으로도 계속 열과 성을 다할 것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치아 신심이 발전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이 신심이 교회의 참된 신심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마리아 신심은 마땅히 "그리스도적"이라 불리는 단일한 예배안에 위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마리아 신심은 그리스도로부터 그 기원가 효력을 취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표현되며,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신심은 필연적으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이는 하느님의구원 계획 안에서 마리아가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와 부합합니다.4) 그러므로 그리스도적 예배의 올바른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도 바르게 증진될 것이 분명합니다. 신심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건전한 정통 교리의 테두리 안에서 교회가 인준한 성모 신심의 여러 형태들은"5) 그리스도께 드리는 예배에 조화있게 종속하면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마리아 신심의 여러 형태들은 그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귀착점으로서 그리스도께 드리는 예배에 의존해 왔던 것입니다. 현대에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와 교회의 보질을 묵상하면서 그리스도의 신비의 기저에서 또 교회 본질의정점으로서 동일한 한 여인의 모습 즉 동정녀 마리아, 그리스도의 모친, 교회의 어머니 상을 발견해 왔습니다. 또한 교회는 마리아의 사명에 관한 더욱 많은 지식을 앎으로써, 마리아께 기쁨에 찬 공경을 드리고 하느님의 지혜로운 계획을 찬양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느 집안에서처럼 당신 가정(교회)에 한 여인을 두시어, 남모르는 봉사의 정신으로 그 가정(교회)을 지켜보게 하시며, "주님의 영광스러운 그날이 오기까지 정성스럽게 돌보게 하셨습니다."6)

현대의 사회 풍조, 각 민족들의 기질, 학문과 예술 및 사회 통교의 표현 양식 등에서 오는 변화들은 종교심의 표현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자 개개인이나 공동체의 종교심을 무난히 대변해 주던 신심 행위들이 오늘날에 와서는 부적당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그런 신심 행위들이 지난날의 사회 무놔적 형태와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인 것입니다. 한편, 창조계와 창조주, 하느님의 자녀들과 하느님 아버지와의 불변하는 관계를 새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혹자는 일시적인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이런 현상을 주의깊게 고찰하는 이라면, 현대 신심 경향의 대부분 -예를 들어 종교심의 내면화- 이 전반적으로 그리스도적 신심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고 특리 마리아 신심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라하여 현 시대는 전통을 존중하고 신학과 과학의 진보를 주의 깊게 고려하면서 "모든 세대가 복되다 하리라"(루가 1,48)고 스스로를 예언한 여인을 찬미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인은, 사도적 봉사의 직무에 따라,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과 함께 교회의 예배에서 복되신 동정녀께서 차지하시는 위치에 대하여 대화의 형식으로 몇가지 주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 주제들에 대해서는 이미 제 2 차 바티칸 공의회에서7) 그리고 본인이 따로8) 부분적으로나마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자극을 받아 그리스도 영 안에서 실천되고 있는 마리아 신심에 대한 의혹을 씻어 주고 특히 이 신심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그 주제들로 되돌아가는 것이 유익할 것입니다.

따라서 거룩한 전례와 마리아 신심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점들을 생각해 보고(제1부), 이 신심의올바른 발전을 위한 몇가지 생각과 지침을 개진하고자 합니다(제2부). 끝으로, 역대 교황들이 꾸준히 권장해 왔고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널리 보급되어 있는 로사리오 기도를 더욱 열심히 그리고 더욱 뜻있게 바치도록 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압니다(제3부).

주석

1. 락딴씨우스, Divinae Institutions, IV, 3, 6-10; CSEL 19, 279면 참조. [△]
2. 전례헌장, 1-3.11.21.48항 참조. [△]
3. 상게서, 103항. [△]
4. 교회 헌장, 66항 함조. [△]
5. 상게서, 66항. [△]
6.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 신심 미사 감사송. [△]
7. 교회 헌장, 66항 참조. [△]
8. 사도적 권고 "Signum Magnum": AAS 59(1967), 465-47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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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례에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공경

1. 그리스도교 예배에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차지하고 계신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거룩한 전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전례는 풍부한 교의적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사목적 효과가 커서 다른 모든 예배의 탁월한 모범이 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동방과 서방의 다양한 전례를 모두 살펴보고 싶지만, 이 문헌의 목적에 따라 로마 전례의 예식서들만을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실천 규정에 따라1) 일대 쇄신의 대상이 된 것은 로마 전례뿐입니다. 이는 마리아 공경에 관한 표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 로마 전례는 신중히 이해되고 평가되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1. 개정된 로마 전례에서의 복되신 동정녀

2. 로마 전례의 개혁은 '일반 전례력'(General Calendar)의 조심스러운 복원을 전제로 하였습니다. 이 전례력은 구원 사업을 적절한 시기에 기념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전례력에는 육화에서부터 영광스러운 재림의 기대에 이르기까지의 그리스도의 신비 전 과정이 한 해를 주기로 하여 조화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2) 그 결과 그리스도의 모친께 대한 기념제가 당신 아드님의 신비를 기념하는 일 년의 주기 안에 더욱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3. 예를 들어 대림 시기에는 구세주를 맞이할 근본적인 준비(이사 11,1.10 참조)를 하고 한 점 흠이나 주름도 없는3) 교회의 태동과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를 기념하는 12월 8일의 대축일외에도 마리아를 자주 언급하게 됩니다.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가 그러한데 특히 성탄 바로 전 주일에는 동정이신 어머니와 메시아에 관한 옛 예언들을 회고하면서4) 구세주와 선구자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복음 구절을 봉독하게 됩니다.5)

4. 그리하여 전례에 따라 대림의 정신을 살아가는 신자들은 아드님을 기다리는 동정이신 어머니의 그 형언할 수 없는 사랑6)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마리아를 본받아 곧 오실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는데 "깨어 기도하고 기쁜 노래로 찬미"7)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본인은, 대림 시기 전례는 메시아의 탄생과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을 기다리면서 아울러 그 어머니를 성대하게 기념하기에, 예배에 있어 멋진 균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균형은(몇몇 특정한 대중 신심 형태들에서 볼 수 있듯이) 복되신 동정녀 공경을 그 필연적 귀착점인 그리스도로부터 분리시키려는 모든 경향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여겨져도 좋을 것입니다. 또한 전례 학자들이 주목하였듯이, 대림 시기 전례는 합당한 때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본인은 이를 확실히 인정하면서 이것이 어디에서나 받아 들여지고 실천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5. 성탄시기에는 "동정의 순결한 몸으로 구세주를 이 세상에 낳으신"8) 마리아의 신적이고 구원적이며 순결하신 모성을 계속하여 기념하게 됩니다. 사실 교회는 '예수 성탄 대축일'에 구세주를 경배하면서 아울러 그분의 영광스러운 어머니를 공경하고 있습니다. '주의 공현 대축일'에는 전세게가 구원으로 초대되었음을 기념하는 동시에, 동방박사들에게 만백성의 구원자를 경배하도록 하신(마태 2,11 참조) 복되신 동정녀께서 참된 '지혜의 좌'요 '왕의 어머니'이심을 관상합니다. 예수·마리아·요셉의 성 가정 축일(성탄 8부내 주일)에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와 의인 요셉(마태 1,19참조)께서 나자렛의 가정에서 살으신 거룩한 삶을 묵상하면서 깊은 존경을 드립니다.

개정된 성탄 시기의 순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을 다시 지내게 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옛 로마 시(市)의 전레대로 1월 1일에 지내게 되는 이 축일은 구원의 신비 안에서 수행하신 마리아의 역할을 기념하고, "우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를 맞아들이게 해 주신"9) 거룩한 어머니께 드리는 특별한 존엄성을 찬미하는 날입니다. 또한 이날은 갓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루가 2,14 참조)을 다시 한 번 들으며, 평화의모후를 통하여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탄 후 8일째 되는 날이자 새해 첫 날이 되는 이날을 '평화의 날'로 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호응은 날로 높아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6. 앞서 말씀드린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외에도 3월 25일과 8월 15일에 지내게 되는 유서 깊은 축일들이 있습니다.

말씀의 강생을 기념하기 위하여 로마 전례력에서는 '성모 영보'라는 옛 명칭을 조심스럽게 되살리고 있는 3월 25일의 축일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녀를 함께 기념하는 날입니다. 즉 "마리아의 아들"(마르 6,3)이 되신 '말씀'과 '천주의 모친'이 되신 동정녀를 기리는 축일인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해서는, 동방과 서방은 모두 각기 그 풍부한 전례에 따라 말씀이 강생하여 세상에 오셨을 때 "하느님,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왔습니다"(히브 10,7; 시편 39,8-9 참조)고 하신 그 구원적 '피앗'(Fiat)을 기념합니다. 또한 구원의 시작뿐만 아니라 '말씀'의 단일한 위격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불가해소적으로결합한 일치의 시작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마리아께 대해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피앗'(루가 1,38 참조)을 드림으로써 성령의 감도하심을 통하여 '천주의모친'이 되시고 살아 있는 모든 이의 참된 어머니가 되시며, '유일하신 중재자'(1디모 2,5)를 잉태하심으로써 참된 '계약의 궤'요 '하느님의 궁전'이 되신 '새로운 하와', '순종하고 충실하신 동정녀'를 기념합니다. 동 서방 전례들은 이날을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오고 가는 구원의 대화의 절정의 때로서 기념하면서 구원 계획 안에서의 복되신 동정녀의 자유로운 동의와 협력을 기념하는 축일로 지내는 것입니다.

8월 15일의 대축일에는 마리아의 영화로우신 승천을 기념합니다. 이 축일은 마리아의 완전하심과 복되신, 동정의 몸과 흠없는 영혼이 누리시는 영과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으심을 기념하는 축제일입니다. 따라서 이날은 교회와 전인류에게 그 바라던 중국적인 희망이 실현됨을 보여 주는 이미지와 위로의 증거를 나타내는 축일, 즉 "같은 피와 살을 지니신"(히브 2, 14; 갈라 4,4 참조) 그리스도께서 형제로 삼아 주신 모든 이들이 마침내 이 충만한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임을 기뻐하는 축일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은 7일 후 '여왕이신 동정 성 마리아 축일'에서 계속됩니다. 이 축일에는 영원하신 왕 곁에 좌정하신 엄위로운 여왕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의 전구도 계속하심을 기념합니다.10) 그러므로 이상의 네 축일은 주님의 겸손하신 여종 마리아께 대한 주요한 교의 진리를 최상의 전례 행위를 빌어 정확히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7. 이러한 대축일들 다음으로는, 복되신 동정녀와 그 아드님을 밀접히 결합시키고 있는 구원 사건과 관련된 축일들을 특별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축일들에는 "온 세상의희망이요 구원의 서광"11)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성탄을 기념하는 '성모 성탄 축일'(9월 8일), "성자를 잉태하시고"12) 엘리사벳을 찾아가 친절히 봉사하시면서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자비를 선언하신13) 마리아를 기념하는 '동정 성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축일'(5월 31일), 구세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마음에 되새기고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당신 성자 곁에서 함께 수난하시는"14)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한 '성모 통고 기념일'(9월 15일) 등이 있습니다.

'주의 봉헌'이라는 옛 이름을 되찾은 2월 2일의 축일도 그 풍부한 의미를 충분히 참작한다면, 아드님과 어머니를 함께 기념하는 축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축일은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의 신비를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그러나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야훼의 고통받는 종'의 어머니요 옛 이스라엘에 속하는 사명을 수행하시는 분으로서 그리고 고통과 시련으로 신앙과 희망을 시험당하는(루가 2,21-35 참조)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의 모델로서 이 신비에 깊이 연관되어 계신 것입니다.

8. 이상은 개정된 로마 전례력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축일들이지만, 지역적인 신심과 관련된 축일이 점차 널리 알려져서 중요성을 띠게 된 축일들도 있습니다(예: 2월 7일 - 루르드의 성모; 8월 5일 - 성모 대성전 축성). 그리고 원래는 특정한 수도회에서만 긴며하던 축일들이 신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는 참으로 교회적인 축일로 간주될 수 있는 축일들도 있습니다(예: 7월 16일 - 가르멜 산의 동정 성 마리아; 10월 7일 - 로사리오의 성모). 또한 외경적인 요소는 차치하고라도, 탁월하고 모범적인 가치를 보이고 있는 축일들도 있는데, 이 축일들은 특히 동방에서 기원하여 유서깊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예: 11월 21일 - 성모 자헌). 그리고 오늘날 부각되고 있는 신심 경향을 드러내고 있는 축일들도 있습니다(예: 성신 강림 대축일 2주 후의 토요일 -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신심).

9. 그러나 복되신 동정녀를 기리는 모든 축일들이 로마 전례력에 전부 다 수록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각 지역 교회에 합당한 마리아 축일들은 개별 전례력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개별 전례력은 전례 규정을 충실히 지키면서 합당한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끝으로,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를 통해서 복되신 동정녈르 자주 기념할 수 있다는 점도 주지되어야 합니다.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는 단순하지만 유서깊은 기념제로서 현전례력의 신축성과 미사경본 양식의 다양성으로 인해 변화있고도 적절하게 봉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0. 본인은 이 사도적 권고에서 새로운 로마 미사경본의 전체 내용을 다 살펴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개정된 로마 전례의 예식서들에 대한 평가를 해 왔기 때문에15) 이 미사경본의 몇가지 특징들과 주제들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선 본인은, 미사경본의 성찬 기도문들이 동방 전례와 조화되어16) 복되신 동정녀를 뜻있게 기리고 있음을 기뻐하는 바입니다. 예를 들어 '로마 성찬 기도문' (성찬 기도 제 1양식)에서는 교의적인 내용과 공경의 정신으로 가득 차 주님의 어머니를 이렇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 주 천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이시며 영화로운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를 생각하며 공경하고 그 분과 결합하오니……" 이와 유사하게, 최근에 편찬된 성찬 기도 제3양식은 어머니와 함께 자녀들의 상속을 나누어 받고자 하는 간절한 청을 담고 있습니다. "주 친히 우리를 영원한 제물로 완성하시어 주께서 뽑으신 성인들 특히 천주의 모친이시며 동정이신 성 마리아와 함께 상속을 받을 수 있게 하소서." 이러한 매일의 기념제가 미사 성제의 중심부에 들어 있음을 볼 때, 교회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축복을 받으신 여인'(루가 1,28 참조)께 드리는 공경이 각별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11. 개정된 미사경본의 본문을 검토한다면, 로마 예식서의 마리아께 관한 대주제들이 그 교의적인 면에 있어 지난날의 그 주제들과 얼마나 완전히 일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죄 없으신 잉태, 은총을 가득 받으심, 거룩한 모성, 티없이 충만한 동정성, 성령의 궁전, 아드님의 구속 사업에 대한 협력, 모범적인 성덕, 자애로운 전구, 하늘에 올림을 받으심, 여왕과 어머니로서의 품위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주제들이 그러합니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새롭다고도 할 수 있는 다른 여러 주제들도 발전된 현대 신학과조화를 잘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교회와 마리아께 관한 주제만 하더라도 미사경본의 본문에 다양하게 삽입되어 그리스도의 모친과 교회와의 다양한 관계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미사경문에서는 흠없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의 서막17)을,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경문에서는 이미 탄생하여 완성되어야 할 첫 모상18)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미사경문에서는 마리아를 머리와 지체들의 어머니, 즉 하느님의 거룩하신 어머니요 교회의 자상하신 어머니로 고백하고 있읍니다.19)

마리아의 모습은 초대 교회의 전레에서나 오늘날의 전레에서 항상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서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신 마리아20)는 오늘날에도 역시 활동하고 계시는데, 교회는 마리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신비를 살아가고자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 교회로 하여금 성모와 함께 그리스도의 수난을 나눔으로써 그 부활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하소서."21) 또한 "성모와 함께 항상 당신을 찬양할 수 있게 하소서"22)라는 기도에서 볼 수 있듯이 마리아는 교회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림에 있어서도 소리를 합하고자 하는 분으로 제시됩니다. 전례는 생활과 일치해야 하기에, 복되신 동정녀 공경은 교회에 대한 구체적인 인고(忍苦)의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9월 15일 미사의 영성체 후 기도문은 이러한 바람을 다음과 같이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가 그리스도와 함께 수난하였음을 기념하는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교회를 위하여 우리 몸으로 채우게 하소서."

12. 미사독서는 그 수적인 증가로나 내적인 가치로 볼 때 공의회 이후 쇄신의 덕을 가장 많이 보았습니다. 언제나 살아 있고 힘이 있는(히브 4,12참조)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독서는 3년을 한 주기로 하여 전 구세사와 그리스도의 신비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에 관한 신 구약 독서도 훨씬 많아졌는데 단지 수적으로만 증가된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비평과해석을 거쳐 교회의 가르침과 견고한 전통에서 인정된 마리아적인 내용만이 독서로 채택된 것입니다. 이러한 독서들은 동정녀와 관계된 축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경우에도 봉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례력상의 특정 주일들에서,23) 성사 생활 및 각종 선택을 할 때에 관련되는 예식에서,24) 일생의 기쁠 때나 괴로울 때에도25) 봉독되게 됩니다.

13. 개정된 성무일도 역시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은 찬미가와 -그 중에는 단테가 동정녀께 바친 빼어난 기도26)와 같은 세계 문학의 걸작들도 있습니다- 매일 성무일도를 마칠 때 드리는 응송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유서깊고 풍부한 내용으로 인해 널리 애송되고 있는 '성모 찬송가'(Subtuum Praesdium)도 이 시적인 기도들에 첨가 되어 왔습니다.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의 청원 기도에도 자비의 어머니께 신뢰하며 호소하는 내용이적지 않습니다. 그 밖에도 성무일도에는 그리스도교의 초창기와 중세기 그리고 현대의 작가들이 성모님께 바친 주옥 같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14. 로마 전례의 예식서의 중추인 미사경본, 미사독서, 성무일도 등에서 복되신 동정녀를 기념하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이 외에 개정된 다른 예식서들에서도 하느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사랑과 존경과 탄원의 기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회는 예비자들에게 세례를 베풀기 전에 은총의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도우심을 빌며,27) 모성의 선물을 주심에 감사하고자 성전에 나아오는 어머니들을 위해서도 마리아의 전구를 청합니다.28) 또한 수도 생활로 그리스도를 따르려 하거나29) 동정을 봉헌하려는 신자들에게30) 교회는 마리아를 모범으로 제시하면서 이들을 위해 그분의 모성적인 도우심을 구합니다.31) 임종을 맞이하는 자녀들과32) 이미 세상을 떠나 영원한 빛이신 그리스도 앞에 나선 이들을 위해서도33) 교회는 마리아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신앙 안에서 애통해 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마리아의 전구를 통한 위로를 빕니다.34)

15. 개정된 전례서들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은 흡족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공의회 이후의 쇄신 작업은 복되신 동정녀를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고찰하였는데, 이는 이미 전례 운동이 바라던 대로 매우 합당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쇄신 작업은 전통과 조화를 이루어 그리스도교 예배에서 마리아께서 차지하시는 독특한 위치를 하느님의 어머니 구세주의 훌륭한 협조자로 알아본 것입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교 예배의 역사를 보더라도, 동 서방을 막론하고 본되신 동정녀께 대한 신심은 언제나 전레로부터 지극히 찬란하게 꽃피워 왔고 전례에 흡수되어 왔던 것입니다.

본인은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보편 교회가 복되신 마리아께 드리는 공경은 지금까지 교회가 마리아께 바쳐왔던 공경에서 유래하며 이 공경의폭을 넓히고 끊임없이 증진시킨 것이라는 점입니다. 교회는 매시대마다 진리를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합당하고 품위있는 표현으로 마리아를 공경해 왔던 것입니다. 성령의 끊임없는 현존과 '말씀'에 부단히 귀를 기울임으로써 생생하게 이어온 항구한전통으로부터, 현대 교회는 복되신 동정녀 공경의 동기와근거 그리고 힘을 얻는 전례는 이 생생한 전통의 지극히 아름다운 표현이며 확실한 증거입니다.

2. 거룩한 예배에 있어 교회의 모델이신 복되신 동정녀

16. 마리아와 교회에 대한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제 마리아와 전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측면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곧 마리아는 하느님의 신비를 거행하고 생활화하는 교회가 취해야 할 영적인 태도의 모델이시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되신 동정녀는 신앙과 사랑,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로써 교회의 뛰어난 모범이시기 때문입니다.35) 즉 주님의 사랑스런 신부로서 주님과 밀접히 일치하여 그리스도를 부르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하신 아버지를 예배하는 교회의 내적인 자세에 있어 마리아는 교회의 모델이신 것입니다.36)

17. 마리아는 신앙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신 '깨어 있는 동정녀'이십니다. 마리아의 신앙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전제 조건이요 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성 아우구스띠노가 때달았듯이 "복되신 마리아는 믿음으로 잉태하신 분(예수)을 믿음으로 낳으셨기"37) 때문입니다. 사실 자신의 의문에 대한 천사의 답변을 들으신(루가 1,34-37 참조) 마리아께서는 "충만한 믿음으로 예수를 태중에 잉태하기에 앞서, 그 마음에 품으셨습니다. 그녀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 38) 하고 대답하셨습니다.38) 믿음은 마리아의 복됨과약속이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의 원천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 45). 이와 마찬가지로 신앙으로 말미암아 마리아는 구세주강생의 주역을 담당하게 되셨고, 그 유일한 증인이 되셨으며, 그리스도의 유년기 사건들을 마음에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셨읍니다(루가 2,19. 51 참조). 교회 역시 이와 비슷하게 행동하는데 특히 전례에 있어서 그러합니다. 교회는 전레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며 이를 선포하고 존중할 뿐 아니라, 생명의 음식으로 신자들에게 나누어 줍니다.39) 그리고 이 말씀에 비추어 시대의 표징을 찾아내며 역사상의 사건들을 해석하여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18. 마리아는 또한 '기도하는 동정녀'이십니다.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를 방문하셨을 때, 마리아께서는 기도하는 동정녀의 모습으로하느님을 찬미하면서 겸손과 믿음과 희망을 보이셨습니다. 이것이 저 유명한 마리아의 찬가로서, 옛 이스라엘과새 이스라엘의 기쁨이 어우러진 메시아 시대의 노래 '마니피캇'(루가 1, 46-55)인 것입니다. 성 이레네오가 제시하였듯이, 이 마리아의 찬가에서 메시아를 미리 보고 기뻐한 아브라함의 환희(요한 8,56 참조)를 다시 한 번 듣게 되며,40) 다음과 같은 교회의 예언적인 음성이 울려퍼진 것입니다. "마리아는 기쁨으로 셀레이면서 교회를 대신하여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라고 예언하셨습니다."41) 실제로, 마리아의 찬가는 널리 퍼져 나가서 시대를 불문하고 온 교회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가나에서도 '기도하는 동졍녀'로 나타나십니다. 현실적인 도움을 조심스럽게 아드님에게 요청하셨을 때, 마리아께서는 초자연적 은총의 효과까지도 얻으셨습니다. 에수께서는 처음으로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을 믿도록 하신 것입니다(요한 2,1-12 참조).마리아의 생애에 관한 마지막 묘사 역시 마리아를 '기도하는 동정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여자들과 에수의 형제들도 함께 있었다"(사도 1,14)고 사도행전은 전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초대교회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세길르 통하여 기도하는 동정녀로 계속 현존하여 계십니다. 왜냐하면 마리아께서는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후에도 당신의 전구로써 구원을 얻어 주시는 일을 계속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42) 교회 역시 '기도하는 동정녀'입니다. 교회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날마다 드리고,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전구하기"43) 때문입니다.

19. 마리아는 또한 '동정녀-어머니'이십니다. 마리아는 "믿음과 순명으로 바로 성부의 아들을 세상에 낳으셨는데, 이는 남자를 몰랐지만 성령의 그느르심으로 된 것입니다."44) 이것은 하느님께서 '동정녀-교회'의 풍부한 결실의 예형과 모범으로 세우신, 참으로 경이로운 모성입니다. 교회는 "스스로도 어머니가 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복음 전도와 세례성사로써 성령으로 잉태되어 하느님께로부터 태어나는 자녀들을 낳아 줌으로써 그들에게 불사의 새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45) 그래서 옛 교부들은 교회가 성세성사에서 마리아의 동정이신 모성을 게승하고 있다고 올바르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 가운데서, 본인은 존경하는 선임 성 레오 대교황의 말씀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성탄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동정녀의 태중에서 이루신 그 시작을 성세수에 부여하셨습니다. 어머니께 드렸던 것을 물에 부여하신 것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능력과 성령의 그느르심(루가 1, 35 참조)이 마리아로 하여금 구세주를 낳게 하셨고 이제는 우리 모든 이들을 다시 낳게 하십니다."46) 전례적인 근거로는 '모자라빅'(Mozarabic) 전례의 아름다운 '일라씨오'(Illatio)를 들 수 있습니다: "마리아께서 태중에 생명을 지니셨듯이, 교회는 성세수에서 생명을 지닙니다. 마리아의 몸에서 그리스도가 형성되었듯이, 교회의 성세수에서 그리스도가 입혀집니다."47)

20. 끝으로, 마리아는 '봉헌하는 동정녀'이십니다. 예수르르 성전에서 봉헌하신 일화(루가 2, 22-35 참조)에서, 교회는 첫아들을 봉헌하라는 율법(출애 13,11-16 참조)과 산모의 정화에 관한 율법(레위 12, 6-8 참조) 이상의 의미, mr 구세주를 행한 구원의 신비르르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는,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말씀이 아버지께 드린 저 원천적인 봉헌(히브 10, 5-7 참조)이 계속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만민에게 구원이 선포됨을 보았습니다. 시몬은 아기를 메시아요 만민의 구세주로 알아보면서, 아기에게 이스라엘의 영광이요 뭇 백성을 밝히는 인사한 것입니다(루가 2,32 참조). 아기에게 대해서는 "반대받는 표적"(루가 2, 34)으로, 그 어머니께 대해서는 마음이 칼날에 의해 도려질 것(루가 2, 35 참조)이라고 에언한 시몬의 말이 갈바리아에서 실현되었기에, 교회는 이 에언의 말을 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예언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특히 중세 이래로, 주님께 아들을 바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행하시는(루가 2, 22 참조) 동정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평범한 예식 이상의 어떤 봉헌 의지를 감지해 왔읍니다. 성 베르나르도의 찬미가는 이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거룩하신 동정녀여, 당신 아들을 바치소서, 태중의 복되신 아들을 주께 바치소서. 우리 모둘르 화해시키는 거룩한 제물,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물을 바치소서."48)

구원사업에 있어 어머니와 아들의 이러한 일치49) 는 갈바리아 산에서 그 절정에 이릅니다. 그곳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하느님께 흠없는 제물로 바치셨고"(히브 9, 14), 마리아는 십자가 곁에 서서(요한 19, 25 참조) "당신 외아드님과 함께 심한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아드님의 제사를 모성애로 함께 바치셨으며, 당신이 낳으신 희생자의 봉헌을 사랑으로 동의하셨고,"50) 당신 자신까지도 영원하신 아버지께 봉헌하셨던 것입니다.51) 거룩하신 구세주께서는 '십자가의 제사'를 세세 대대로 영속시키고자 당신의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이를 당신 신부인 교회에 맡기셨습니다.52) 교회는 특히 매주일 신자들을 모아, 주님이 다시 오실 그때까지 주님의 빠스카를 거행합니다.53) 교회는 이 빠스카를 하늘의 성인들과 특히 복되신 동정녀와의 통공 안에서54) 거행하면서, 그분들의 불타는 사랑과 굳건한 신앙을 본받고 있습니다.

21. 마리아는 하느님을 에배하는 데에 있어 온 교회의 모범이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 개개인의 영적 생활의 스승이시기도 합니다. 신자들은 아주 이른 시대부터 자신들의 삶을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행위로 삼고,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자신들의 삶에서 구현하고자 마리아를 바라보고 본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미 4세기에, 성 암브로시오는 신자들을 가르치면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는 마리아의 마음을 지니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여러분 각자 안에 하느님을 찬송하는 마리아의 영혼이 깃들고, 또 여러분 각자 안에 하느님 안에서 마음 기뻐 뛰노는 마리아의 영이 깃들었으면 합니다."55) 하지만 마리아는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봉헌물로 바치셨다는 점에서 예배의 모범이 되십니다.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것은 오래되고도 언제나 새로운 가르침으로서, 신자 개개인은 이를 교회의 가르침에 귀 기울임으로써 다시 들을 수 이을 뿐 아니라, 동정녀께서 친히 하신 말씀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동정녀께서는 하느님의 사자에게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루가 1, 38)라고 대답하심로써,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 10)라는 주의 기도의 아름다운 청원에 미리 참여하신 것입니다. 아울러 마리아의 '예'는 아버지의 뜻을 따름에 있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훈과 모범이 됩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 이것이 바로 성덕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수단입니다.

22.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교회는 자신과 마리아를 묶고 있는 많은 관계들을여러 가지 효과적인 공경의 태도로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가 되신 동정녀의 특별한 품위를 묵상할 때, 교회는 마리아께 깊은 존경을 드립니다. 신비체의 모든 지체를 위한 마리아의 영적인 모성을 생각할 때, 교회는 뜨거운 사랑을 드립니다. 변호자이시며 협조자이신56) 마리아의 전구를 체험할 때, 교회는 믿음에 찬 청원을 드립니다. 주님의 겸손한 여종에게서 자비의 어머니, 은총의 어머니를 뵈올 때, 교회는 사람에 찬 봉사를 드립니다 "은총이 가득하신"(루가 1,28) 마리아의 성덕을 관상할 때, 교회는 마리아를 닮고자 열심히 노력합니다. 마리아에게서 "교회 자신이 온전히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바라는 하나의 순수한 모습"57)을 바라볼 때, 교회는 깊은 경탄을 자아냅니다. 이미 빠스카 신비의 풍부한 결실을 가득히 받으신 '구세주의 협조자'에게서 미래에 완성될 자신의 모습을 예언적으로 바라볼 때에, 한 점 흠이나 주름도 없이 정화되어(에페 5, 27 참조) 신랑이신 예수그리스도를 맞을 신부처럼(묵시 21,2 참조)될 그날까지 교회는 부지런히 마리아를 배웁니다.

23.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지금까지 우리는보편 교회의 전례적 전통과 개정된 로마 예식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어머니께 드리는 신심을 교찰하였고, 예배로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전례가 그리스도교 신심의 황금률이 됨을 되새겨보았습니다. 나아가 거룩한 신비를 기념함에 있어, 동정녀께서 지니셨던 믿음과 사랑의 태도를 교회가 어떻게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의 모든 자녀들에게 보낸 권고의 타당성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공의회는 "복되신 동정녀 공경 특히 전례적 공경을 충분히 촉진하기를"58) 권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권고가 어디에서나 조건없이 받아들여지고 열심히 실천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 주석

1. 전례 헌장, 66-77항 참조. [△]
2. 상게서, 102항 참조. [△]
3.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의에 따라 개정 공포된 로마 미사 경본(이하 로마 미사 경본), 12월 8일 감사송 참조. [△]
4.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의에 따라 개정 공포된 로마 미사 독서(이하 로마 미사 독서), 대림 제4주일 제1독서(A해:이사 7,10-14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리라";B해:2사무 7,1-5.8b-12. 14a-16 "다윗의 왕위는 주님 앞에 영원하리라"; C해:미가 5,1-4a "이스라엘의 왕이 네게서 나리라"). [△]
5. 상게서, 대림 제4주일 복음(A해: 마태 1,18-24 "다윗의 후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예수 탄생하시다"; B해 : 루가 1,26-38 "잉태하여 한 아들을 낳으리라"; C해 : 루가 1,39-45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
6. 로마 미사 경본, 대림 감사송(2) 참조. [△]
7. 상게서, 대림 감사송(2). [△]
8. 상게서, 성찬 기도 제 1양식, 예수 성탄과 성탄 8부동안의 Communicantes. [△]
9. 상게서, 1월 1일 입당송과 본기도. [△]
10. 상게서, 8월 22일 본기도 참조. [△]
11. 상게서, 9월 8일 영성체 후 기도. [△]
12. 상게서, 5월 31일 본기도 참조. [△]
13. 상게서 5월 31일 본기도와 봉헌기도 참조. [△]
14. 상게서, 9월 15일 본기도 참조. [△]
15. 본문 1항 10면 참조. [△]
16. 많은 Anaphora들 특히 동방 전례의 Anaphora 참조. 예컨데 성 마르꼬 복음사가의 Anaphora : Prex Eucharistica, H nggi-I Phal 편, Fribourg, Editiones Universitaires, 1968, 107면; 주님의 형제 성 야고보의 Anaphora, 상동, 257면; 성 요한 크리소스또모의 Anaphora, 상동, 229면 등. [△]
17. 로마 미사 경본, 12월 8일 감사송 참조. [△]
18. 상게서, 8월 15일 감사송 참조. [△]
19. 상게서 1월 1일 영성체 후 기도 참조.~ [△]
20. 상게서, 성모 공통 미사 6(부활 시기) 본기도 참조. [△]
21. 상게서, 9월 15일 본기도. [△]
22. 상게서, 5월 31일 본기도, 성모 마리아 감사송(2)에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기념하며, 마리아 자신의 찬사로 주의 인자하심을 찬양함은 참으로마땅하고…" [△]
23. 로마 미사 독서, 대림 제3주일(C해 제1독서: 스바 3,14-18a); 대림 제4주일(각주 12 참조); 성탄 8부내 주일 (A해: 마태 2,13-15.19-23;B해 루가2,22-40;C해:루가2,41-52); 성탄 후 제2주일(요한 1,1-18); 부활 제7주일(A해: 사도 1,12-14); 연중 제10주일(B해:창세 3,9-15); 연중 제14주일(B해: 마르 6,1-6) 참조. [△]
24. 어른 입교 예식서, 주의 기도 수여식(제2기도 2: 갈라 4,4-7); 부활 전야 아닌 때의 입교 성사 미사(복음 7: 요한 1,1-5. 9-14. 16-18); 혼인 미사(복음 7: 요한 2,1-11); 수녀 축성과 수도 서원 미사(제1독서 7: 이사 61-9-11. 복음 6: 마르 3,31-35; 루가 1,26-38) 참조. [△]
25. 피난민과추방당한 이들을 위한 기원 미사 독서(복음 1 : 마태 2,13-15. 19-23); 천주께 감사드리는 기원 미사(제1도서 4: 스바 3,14-15) 참조. [△]
26. 신곡, 천국편 XXXIII, 1-9; 성무일도, 성모 토요일 독서의기도 찬미가 참조. [△]
27. 어린이 세례 예식서 48항; 어른 입교 예식서 214항 참조. [△]
28. 축복 예식서, 해산 후 부인의 축복 참조. [△]
29. 수도 서원 예식서, 제1부 57.67항 참조. [△]
30. 동정 봉헌 예식서, 16항 참조. [△]
31. 수도 서원 예식서, 제1부 62. 142항; 동정 봉헌 예식서, 18. 20항 참조. [△]
32. 병자성사 예식서, 143. 146. 147. 150항 참조. [△]
33. 로마 미사 경본, 죽은 형제 친척 은인들을 위한 위령 미사의 본기도 참조. [△]
34. 장례 예식서, 226항 참조. [△]
35. 교회 헌장, 63항 참조. [△]
36. 전례 헌장, 7항 참조. [△]
37. 성 아우구스띠노, Sermo, 215,4: PL 38,1074. [△]
38. 상동 [△]
39. 계시 헌장, 21항 참조. [△]
40. Adversus Haeresis IV, 7, 1: PG 7,1,990-991; S. Ch. 100,II,454-458면 참조. [△]
41. Adversus Haeresis III, 10,2: PG 7,1,873: S.Ch. 34, 164면 참조. [△]
42. 교회 헌장, 62항 참조. [△]
43. 전레 헌장, 83항. [△]
44. 교회 헌장, 63항. [△]
45. 상게서, 64항. [△]
46. Tractatus XXV(In Nativitate Domini), 5: CCL 138, 123면; S.Ch. 22 bis, 132면, 또한 Tractatus XXIX(In Nativitate Domini), 1; CCL 138, 147면: S.Ch. 22 bis, 178면; Tractatus LXIII(De Passione Domini), 6: CCL 138, 386면; S.Ch. 74, 82면 참조. [△]
47. M. Ferotin, Le "Liber Mozarabicus Sacramentorum", Col. 56. [△]
48. In Purificatione B. Mariae, Sermo III, 2: PL 183, 370; Sancti Bernardi Opera, J. Leclercq-H. Rochas 편, IV, 로마 1966, 342면. [△]
49. 교회 헌장, 57항 참조. [△]
50. 상게서, 58항. [△]
51. 교황 비오 12세의 회칙 "신비체": AAS 35(1943), 247면 참조. [△]
52. 전례 헌장, 47항 참조. [△]
53. 상게서, 102, 106항 참조. [△]
54. "…세기를 통하여 당신께 기쁨을 드렸던 모든 이들, 성조들과 이스라엘의 열 두 선조들, 예언자들과 사도들, 거룩하고 영화로우신 하느님의 어머니 및 모든 성인들을 기억하여 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우리의 가난과 곤경을 돌아보게… 우리와함께 그들이 당신께 이 성대하고 피흘림없는 제사를 바칠 수 있게… ": 주님의 형제인 시리아의 성 야고보의 Anaphora: Prex Eucharistica, A. H  햐-ㅑ. Phal 편, Fribourg, Editions Universitaires, 1968, 274면. [△]
55. Expositio Evangeli Secundum Lucam, II, 26: CSEL 32, IV, 55면; S. Ch. 45, 83-84면. [△]
56. 교회 헌장, 62항 참조. [△]
57. 전례 헌장, 103항 참조. [△]
58. 교회 헌장, 67항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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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리아 공경의 쇄신

24.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적인 예배와 함께 다른 형태의 신심들, 특히 교회의 교도권이 권장하는 신심들도 진흥시키도록 권고하고 있읍니다1).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신자들의 신심과 하느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공경의 형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민족들의 민족들의 감정에 따라, 문화적 전통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이렇듯이 다양한 신심의 표현양식은 시간의 흐름에 지배를 받기에, 퇴색한 요소들을 대체하고, 참신한 요소들을 강조하며, 신학적인 반성과 교회 교도권이 제공하는 교의 자료들을 통합하는 쇄신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주교회의들과 지역 교회들, 수도회와 신자 공동체들이 더욱 순수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추진해야 하며, 아울러 복되신 동정녀께 드리는 신심 형태와 그 표현 양식들을 신중하게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개정 작업은 건전한전통을 존중하며, 이 시대 사람들의 합당한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본인이 이 분야의 작업에 필요한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봅니다.

1. 마리아 공경의 삼위일체적, 그리스도론적, 교회적 측면

25. 우선, 동정 마리아께 대한 신심 행위가 그 내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인 삼위일체론적이며 그리스도론적인 면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일입니다. 사실, 그리스도교 예배는 그 자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드리는 예배인 것입니다. 전례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리스도교 에배는 성형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부께 드리는 예배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예배는, 물론 본질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써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리고 고유한 방식으로 주님의 어머니께 그다음으로 성인들게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이들 안에서 빠스카 신비를 선포합니다. 왜냐하면 이분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겪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스럽게 되셨기 때문입니다.2) 동정 마리아께 있어서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와 연관되어 있고 그리스도께 속해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영원으로부터 마리아를 택하시어 지극히 거룩한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그 누구에게도 주시지 않았던 성령의 은사들로 꾸며 주신 것은 그리스도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리스도교의 참된 신심은 동정녀와 거룩한 구세주의 본질적이며 불가분의 관계를 한 번도 도외시한 적이 없었습니다.3) 더구나 동정녀께 드리는 공경에서 그리스도적인 면이 특별히 부각되어야 함은, "그리스도께 대한 물음"4) 에 의해 좌우되고 흡수되는 이 시대의 정신적 성향에 대단히 적합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리아의 기원과 거룩하신 '지혜'의 강생을 함께 배려하신" 5) 하느님의 계획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예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을 더욱 견고하게 해 줄 것이며,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께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께 드리는 예배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이바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도 권위있게 재천명되고 있는 교회의 항구한 정신에 따라,6) 하느님의 여종께 그린 것은 주님께 드린 것이 되고, 어머니께 드린 것은 아드님께도 해당되며 …여왕께 공손히 드린 것은 왕께 영예가 되기"7) 때문입니다.

26. 마리아 신심의 그리스도론적 성격을 언급하면서 아울러 이 신심에서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 즉 성령의 위격과 그역사하심을 부언하는 것도 좋으리라 봅니다. 사실 신학적 통찰이나 전례는, 나자렛의 동정녀 안에서 이루신 성령의 성화 행위가 구세사의 결정하는 순간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부들과 교회 작가들은 마리아의성덕을 원래부터성령의역사하심에 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말하자면, 마리아를 "성령께 형성된 새로운 조물"8)로 본 것입니다. 그들은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가마 주실 것이다"(루가 1,35)라든지, "마리아는 …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말미암은 것이었다. …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 1,18.20)라는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성령께서는 마리아의 동정을 축성하고 풍부한 결실을 맺게 해 주시어,9) 마리아를 '왕의 궁전' 또는 '말씀의 신방',10) 주님의 성전' 또는 '주님의 감실',11) 계약의 궤' 또는 거룩함의 궤'12) 등의 성서적인 의미가 풍부한 칭호로 변화시켰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은 강생의 신비를 깊이 묵상함으로써, "미혼의 동정녀가 성령의 신부가 되셨도가"13)고 시적으로 표현한 쁘루덴시오처럼, 성령과 마리아의 관계를 신앙과 신부의 관계로 보아 마리아를 '성령의궁전'14)이라 불렀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성령의 항구한 거처가 되신 동정녀의 거룩한 본성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그들은 빠라끌리또의 교의를 고찰함으로써 샘물처럼 가득한 은총(루가 1,28 참조)과 풍성한 선물들이 성령께로부터 솟아나와 마리아를 단장시켰음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처럼 그들은 동정마리아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믿음과 희망과 사랑, 하느님의 뜻을 수락한 용힘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서 고통을 참아낸 용기가 모두 성령쎄로부터 비롯하였다고 본 것입니다.15)또한 그들은 마리아의 예언적인 노래(루가 1, 46-55 참조)에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해 오신 성령의 특별한 감도하심을 알아보았습니다.16) 끝으로, 그들은 성령께서 갓 태어난 교회에 내려오신 저 다락방에 에수의 어머니께서 함께 계셨다는 사실(사도 1, 12-14; 2, 1-4 참조)로 '마리아와교회'라는 오래된 주제를 새롭게 발전시켜 풍부하게 하였습니다.17) 그들은, 무엇보다 먼저, 성령을 통하여 그들의 영혼 안에 그리스도를 탄생시킬 능력을 얻고자 동정녀의 전구를 구하였습니다. 성 일데퐁소는 다음과 같은 기도로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당신께 청하나이다. 거룩하신 동정녀여, 성령으로 예수를 낳으셨듯이 저도 그 성령으로 예수를 얻게 하소소.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셨듯이 제 영혼도 그 성령으로 예수를 받아들이게 하소서 … 성령 안에서 예수를 주님으로 경배하며 당신 아들로 바라보셨듯이, 저도 그 성령 안에서 예수를 사랑하게 해 주소서."18)

27. 오늘날 많은 신심 서적들이 성령에 관한 모든 교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들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일은 전문가들의 과제재입니다. 그러나 본인은 모든 신자들 특히 사목자들과 신학자들이 구세사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깊이 묵상하고, 그리스도교 서적들이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역사하심을 명확히 드러내 주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특히 하느님의 영(성령)과 나자렛의 동정녀와의 신비스러운 관계와 교회에 기여한 성령과 마리아의 공동 행위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신앙 교의들을 깊이 묵상함으로써 더욱 깊고 생동하는 신심이 우러날 것입니다.

28. 또한 필요한 것은,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신자들의 신심행위가 마리아께서 교회에서 차지하시는 위치, 곧 "그리스도 다음으로 가장 높고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시는"19) 그 위치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잔틴 양식의 성당들은 그 건축 구조와 각종 형상에서 마리아의 이러한 위치를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이코노스타시스(iconostasis)의 중앙 문에는 동정 마리아의 영보 장면이 그려져 있고, 성당 후면에는 '하느님의 영화로우신 모친'상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님의 여종'의 동의를 통하여 인류가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되고, '지극히 거룩하신' 여인의 영광이 바로인류 여정의 목적지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의 신비 안에서 차지하는 마리아의 위치를 표현하고 있는 이러한 교회 건축 양식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으로,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신심의 여러 형태가 어디에서나 교회적인 전망을 지니리라는 기대를 갖게 해줍니다.

제 2 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본질을 파악하는 근본 개념으로 교회를 '하느님의 집안',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신비체' 등으로언급하고 있습니다.20) 이러한 가르침에 주의를 기울인다며, 신자들은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마리아의 사명과 성인들의 통공 안에서의 마리아의 탁월한 위치를 더욱 쉽게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신자들은 "신도들을 낳아 기르시는 데에 모성애로 협력하시는"21) 동정 마리아의 자녀로서, 또한 교회의 자녀로서 한 형제임을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의품에서 나 그 젖으로 양육되며 그 영으로 힘을 얻기"22) 때문입니다. 또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탄생시키는 데에 있어 교회와 마리아가 협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양자가 모두 그리스도의어머니요 어느 한편도 혼자서 전체(신비체)를 낳는 일이 없기"23)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신자들은, 이 세상에서 교회의 활동은 마리아의 보살핌과 사랑의 연장이라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나자렛, 엘리사벳의 집, 갈릴래아의 가나 그리고 갈바리아에서 마리아께서 보이신 적극적인 사랑은 - 모두 교회적인 비중을 갖는 구원의 일화들로서 - 교회 안에서 계속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얻은 구원을 모든 이가 나누어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함으로써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는(1디모 2,4) 어머니 다운 보살핌과 미천한 이들,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그리고 평화와 사회 일치를 위해 투신함으로써 마리아의 그 사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교회에 대한 사랑은 마리아께 드리는 사랑이 되고, 마리아께 드리는 사랑은 교회에 대한 사랑이 됩니다. 교회 없이 마리아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퀼레이아의 성 크로마씨오는 "교회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의 형제들과 함께 다락방에 모였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와그분의 형제들이 없다면 교회는 말할 수 없습니다"24)라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복되신 동정녀께 드리는 공경은 그 본질적이며 교회적인 내용을 분명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마리아 공경의형태와 내용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복되신 동정녀 공경을 위한 네가지 지침 : 성서적 전례적 교회일지척 인간학적 지침

29. 지금까지의 고찰들은 하느님 - 성부, 성자, 성령 - 과 동정 마리아, 그리고 교회와 동정 마리아의 관계를 검토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제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25) 성서, 전례, 교회 일치 그리고 인간학적 관점에서본 몇 가지 지침들을 더언급하고자 합니다. 신심행위들을 개정하거나 새로이 창안할 때는 이러한 지침들을 깊이 새겨 두어야 합니다. 성인들의 통공 안에서 그리스도의모친이시며우리의 어머니이신 분과 우리에게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30. 오늘날, 어떠한 형태의 예배일지라도 성서적인 성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심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성서 연구의 발전, 성서보급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 신자들로 하여금 성서와 기도의 바탕으로 삼고 날로 더욱 성서를 활용하여, 거기서 순수한 영감과 더없이 좋은 모범들을 찾아내게 해 줍니다. 복되신 동정녀 공경 역시 이렇한 그리스도교 신심의 일반적인 방향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26) 오히려 새로운 활력과확고한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성서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성서는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계획을 놀라운 방법으로표현하고 있고, 구세주의 신비로 가득 차 있으며, 구세주의 모친이시며 협조자이신 마리아께 대한 언급이 창세기로부터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전 성서 안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적 특징이란 단지 성서구절이나 성서적 표상들을 자주 인용하는 정도일 수는 없습니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기도문이나 성가가 성서로부터 그 용어와 영감을 받아야하며, 특히 동정녀께 대한 신심은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대주제들로 채워져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상지의 좌'를 공경하는 신자들은 거룩한 말씀의 빛을 받아 '강생하신 지혜'의가르침에 따라 살게 될 것입니다.

31. 교회가 전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모친께 드리는 공경에 대해 이미 언급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공경의 형태와그 기준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본인은이제 ;거룩한 전레에 관한 헌장'이 제시하고 있는 규정을 상기하고자 압니다. 이 헌장은 그리스도인의 신심 행위들을 기꺼이 승인하면서도 "신심 행사들은 전례 시계에 어울리는 것이어야 되고 전례는 그 성질상 이런 신심 행하보다 월등히 우위를 차지하느니 만큼, 이런 행사는 전례와 조화되고 어느 정도 전레에서 나오며 또한 신자들을 전례에로 인도하도록 마련되어야 한다"27)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슬기롭고 분명한 규정이기는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마리아공경은 그 표현양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특히 그러합니다. 따라서 이 규정을 합당하게 적용하기 위해 지역 교괴의책임자들은 사목적인 분별력을 지니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끊임없는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반면, 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예배의 참된 본질에서 기인하는 지침이나 사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침이나사상이 때로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참된 본질이 모호해진 낡은 관습들을 바꾸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에 제 2 차 바티칸 공의회의 규정을 실제 사목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두가지 태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영혼들을 돌보는 사목자들 중에는 신심 기도들을 '무조건'(a priori) 경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교도권이 장려하는 올바른 기도문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없앰으로써 채워주지도 못하는 공백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신심 기도문을 없앨 것이 아니라 전례와조화시켜야한다는 공의회의 가르침을 망각하고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전례적이고 사목적인 올바른 기준도 없이 신심 행사와전례 행사를 혼합시켜버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9일 기도나 이와 비슷한 신심 행사들을 미사 성세에 삽입시킴으ㄹ써 빚어집니다. 이는 주님을 기념하는 제사를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최고의 집회가 아닌 단순한 신심 행사로 전락시키는 위험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이들에게는 신심 행사를 전례와 뒤섞어 놓을 것이 아니라 전례와 조화시키라고 한 공의회의 규정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슬기로운 사목활 동이라면, 전례 행위의 고유한 성격을 잘 알아 이를 강조하면서도, 신심 행위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지역 공동체의필요성에 맞추어 신심 행사가전레에 값진 도움이 되도록 해야합니다.

32. 복되신 동정녀 공경은 그 교회적인 특징으로 인해 교회의 관심사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교회의 관심사는 그리스도교 재일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은 일치 운동이라는 염원과목적에 부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치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엔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영화로우신 하느님의 모친을 특별한 애정으로 공경하고 그분을 '그리스도인들의 희망'28)으로 환호하며 맞아들임에 있어, 가톨릭 신자들은 '희랍 정교회' 신자들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희랍 정교회의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신심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표현과 확고한 교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또한 '성공회' 신자들과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성공회의 고전 신학자들은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을 성서를 근거로 하여 밝혀주고 있으며 현대 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마리아께서 차지하시는 위치의 중요성을 더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은 개신교 신자들과 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개신교 신자들은 동정녀께서 친히 하신 그 말씀(루가 1, 46-55 참조)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에게 있어 그리스도의 모친이시며 그리스도인들의 모친이신 마리아께 대한 신심은, 세례받은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한 백성으로일치하도록 아드님께 전구해 달라고 그 어머니께 청하는 자연스럽고도 빈번한 기회가 됩니다.29) 그뿐 아니라 마리아 신심의 일치적인 면은 가톨릭 교회의 바람에서도 드러납니다. 그것은 마리아 신심의 독특한 특징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30) 가톨릭 교회의 참된 교의에 대해 다른 그리스도교 형제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어떠한 과장도 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31) 마찬가지로 교회는 올바른 가톨릭 의식에 위배되는 어떠한 제의적 표현도 제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끝으로,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신심은 "성모가 공경을 받으심으로써 성자가 옳게 이해되시고 사랑과 영광을 받으시도록 하는 것이"32) 당연하기에, 교회일치의 근원이요 중심이신 그리스돌르 향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 그리스도를 하느님이시며 주님으로, 구세주이시며 유일하신 중재자(1디모 2, 5참조)로 천명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하나가 되고 성령의 일치 안에서 아버징와아들과 하나 되도록 불리우고 있습니다.33)

33. 다른 교회들 내지 교회의 성격을 띤 공동체들에 속한 많은 형제들은 "구세 사업에 있어서의 마리아의 역할"34)에 관해 가톨릭의 가르침과는 아주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마리아께 드려야 할 공경에 있어서도 입장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자렛의 동정녀를 감싸 주었고(루가 1,35) 오늘날 교회일치 운동 안에서 활동하면서 그 결실을 맺게 해 주는 것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같은 힘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전능하신 분께서 큰 일을 해 주신 주님의 겸손한 여종(루가 1, 49참조)께대 한 신심은 서서히나마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의 일치를 위한 길이요 만남의 장이 될 것이며 걸림돌이 결코 아니라는 확신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사실 갈라진 형제들 편에서도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마리아의 위치를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어서, 일치의 길이 평탄해지고 있읏을 볼 때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예수의 첫 기적을 행하게 하셨듯이(요한 2, 1-12 참조),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신앙 안에서완전한 일치를 이루게 될 그날이 오도록 도와 주실 것입니다. 본인의 이러한 바람을 신임 교황 레오 13세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북돋아 주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문제는 특별히 마리아의 영적 모성의 역할에 속합니다, 사실 마리아는 그리스도께 소한 사람들을 단 하나의 신앙, 단 하나의 사람으로 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스도가 갈라졌단 말입니까?'(1고린 1,13)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생명으로살고 그 품안에서 '하느님께 유용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로마 7,4)."35)

34. 복되신 동정녀 공경은 인문 과학의 연구결과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님의 모친을 공경하면서 체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은 마리아 공경의 몇몇 양상들이 현대의 인간학적 반성이나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 심리학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변화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사실, 신심 서적들에서 보게 되는 복되신 동정녀께 관한 어떤 표상들은 현대의 생활 양식, 특히 여성들의 생활 양식과 잘 맞지 않고 있습니다. 집안에서는 가정을 꾸려 나가는 데에 있어 부인과 남편의 동등한 권리와 공동책임이 법적으로나 관행상으로 타당하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는 많은 나라들이 여성들에게도 남성들과 동등한 공직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여성들은 가정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각종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영역에서조차 과학적 탐구 및 지적 활동 분야에서새로운 가능성들이 여성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신자들이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신심을 멀리하고, 나자렛의 마리아를 모범으로 삼는 데에 곤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생활 범위가 너무 좁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하여, 본인은, 신학자, 지역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책임자 그리고 신자들 스스로가 올바른 관심을 가지고 이 어려움들을 검토해 주기를 당부하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35. 우선, 교회가 동정 마리아를 신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항상 제시해 온 것은 마리아께서 살아가신 생활 형태나, 오늘날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그 시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마리아께서 신자들의 모범이신 것은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그리고 책임있게 받아들이셨다는 데에 있습니다(루가 1, 38 참조).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하셨으며, 그 힘은 사랑과 봉사의 정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를 본받아야 하는 것은 마리아께서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온전히 그리스도를 따르셨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영원하고 보편적인 모범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36. 두 번째로, 앞에서 언급한 어려움은, 대중 서적들에서 보게 되는, 마리아 상에 관한 특정한 요소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복음서의 마리아 상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계시를 꾸준히 진지하게 연구하여 밝혀낸 교의와도 무관합니다. 서로 다른 사회 문화적 상황 속에서 살아온 각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들 각 시대를 반영해 주는 방법과 태도를 마리아께 대한 느낌들을 표현해 왔는데, 이들 각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은 마리아와 그녀의 사명을 묵상하면서 마리아를 '새로운 여인', '완전한 그리스도인'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서 여성의 탁월한 모범인 동정녀, 아내, 어머니로서의 모습과 복음을 따라 산 삶의 탁월한 모범 그리고 여인의 일생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면을 요약한 삶을 발견하였습니다. 마리아 신심의 오랜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교회는 마리아 신심의 기본 요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기뻐합니다. 그러면서도교회는 특정 시대의 특정한 표현이나 그러한 표현들이 낳게 한 특별한 인간학적 개념 들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외적으로 드러난 특정한 종교적 표현들이, 그 자체로는 훌륭하다 할지라도, 다른 시대와 문화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교회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37. 끝으로, 본인은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이 시대도 이 시대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리 주제에 국한시켜 말씀드리자면, 현대의 인간학적 개념이나 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복음서가 제시하는 동정 마리아의 모습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성서를 읽고 여기에 인문 과학의 업적과 현대 세계의 갖가지 상황들을 참작한다면, 어떻게 해서 마리아께서 이 시대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귀감이 되실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공동체의 일에 결정권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들은, 뜻밖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기의 대사업'인 말씀의 강생36)에 대해 하느님과의 대화 속에서 능동적이며 책임있게 동의하신 마리아37)를 넘치는 기쁨으로 우러르게 될 것입니다. 현대 여성들은, 강생의 신비를 위해 하느님의 계획으로 마련된 동정 생활을 마리아가 선택한 것은 결혼 생활의 가치를 도외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바쳐 하느님을 사랑하고자한 용기있는 결단이었음을 깊이 헤아리게 될 것입니다. 현대 여성들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면서도 수동적으로 순명만 하거나 배타적인 믿음을 지닌 여인이 결코 아니라 하느님은 비천하고 억눌린 이들을 돌보시며 권세 있는 자들을 자리에서 내치시는 분이라고 천명한(루가 1, 51-53 참조) 여인임을 놀라운 기쁨으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현대 여성들은 "주님의 겸손하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뛰어난"38) 마리아에게서 가난과 고통, 피난과 유배를 체험한(마태 2, 13-23 참조) 강인한 여성의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마리아의 이러한 모습들은 인간과 사회를 복음 정신으로 해방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마리아는 하느님이신 당신의 아드님에게만 배타적으로 사랑을 The으신 어머니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사도 공동체의 믿음을 복돋우신(요한 2, 1-12 참조) 분으로서 갈바리아에서 만인의 어머니가 되신 분으로39) 드러나실 것입니다. 이상은 단지 예에 불과하지만 이 예들은 현대인들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주님의 제자로서 완전한 모범이 되시는 동정녀의 모습을 명백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제자는 이 세상의 잠정적인 도시를 건설하면서도 영원한 천상 도시를 향해 부지런히 순례의 길을 갑니다. 이 제자는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키고없는 이들을 도와 주는 정의와 애덕의 옹호자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제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스도를 심어 주는, 사랑의활기에 찬 증인입니다.

38. 지금까지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을 더욱 조화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제 이 신심의 그릇된 태도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 교의를 왜곡시키는 내용상 형식상의 과장과 마리아의 모습 및 그분의 사명을 흐리게 하는 옹졸함을 경고하고 있읍니다. 또한 공의회는 진지하고 참된 내적 충실을 외면한 채 외적 행위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과 부질없고 일시적인 기분에 이끌려 행동함으로써 꾸준하고 구체적인 행위를 요하는 복음 정신에 어긋나는 그릇된 신심에 대해서도 경고하였습니다.40) 본인은 공의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톨릭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가톨릭의 예배에 포함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오류와 탈선을 잘 막아야만 마리아 신심은 더욱 활력이 넘치고 순수해지며 그 기반이 튼튼해질 것입니다.아울러 계시의 원천들을 연구하고 교도권으로 발표된 문헌들에 귀를 귀울임으로써, 새롭고 이상한 현상들을 좇는 일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류와 탈선을 방지함으로써, 마리아 신심은 그 역사적 맥락을 올바로 지니게 되고 , 터무니없는 전설이나 허위가 제거되며, 교의적인 가르침과는 잘 어울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한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복음이 제시하는 보편적인 상을 흐리게 하는 편파적인 마리아의모습을 그려내는 일도 없게 될 것입니다. 오류와 탈선을 막음으로써 마리아 신심의 동기가 더욱 순수해지며 그 결과 헛된 이기주의가 성스러운 영역에서 제거될 것입니다.

39. 마지막으로 본인은, 마리아 신심의 최종목표는 신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부합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실로, 교회의 자녀들이 복음에 나타나느 한 이름없는 여인의 소리에 맞추어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루가 11,27)하고 예수께 외치면서 그 어머니를 찬미할 때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8)고 하신 거룩하신 스승의 엄숙한 대답을 묵상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여러 교부들이 풀이하셨고41)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재확인하였듯이42) 주님의 이 말씀은 마리아께 드리는 생생한 찬미이며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라는 권고이기도 합니다. 이는 또한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내가 명하는 것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요한 15,14)고 하신 구세주의 말씀을 상기시켜 줍니다.

▶ 주석

1. 상게서, 67항 참조. [△]
2. 전례 헌장, 104항 참조. [△]
3. 교회 헌장, 66항 참조. [△]
4. 1970년 4월 24일 깔리아리에 있는 '보니리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당에서 행한 교황 바오로 6세의 훈화: AAS 62(1970), 300면 참조. [△]
5. 교황 비오 9세의 사도적 서한 Ineffabilis Deus: Pii IX Pontificis Maximi Acta, I, 1, 로마 1854, 599면. 또한 V. Sardi, La solenno definizione del dogma dell'Immacolato concepimento di Maria Sanctissima, Attie documenti…, 로마 1904-1905, vol. II, 302면 참조. [△]
6. 교회 헌장, 66항 참조. [△]
7. 성 일데퐁소, De virginitate perpetua sancte Mariae, cap. XII: PL 96, 108. [△]
8. 교회 헌장, 66항 참조. [△]
9. 성 암브로시오, De Spiritu Sancto II, 37-38: CSEL 79, 100-101면; 까시아노, De incarnatione Domini II, cap. II: CSEL 17, 247-249면; 성베다, Homilia I, 3: CCL 122, 18.20면 참조. [△]
10. 성 암브로시오, de institutione virginis, cap. XII, 79: PL 16(1880년 판), 339; [△]
11. 성 에레니모, Adversus Iovinianum I, 33: PL 23, 267; 성 암브로시오, Epistula 63, 33: PL 16(1880년 판), 1249; De institutione virginis, cap. XVII, 105: 상동 346; De Spiritu Sancto III, 79-80: CSEL 79, 182-183면; 세둘리오, Hymnus "A Solis ortus cardine", vv. 13-14: CSEL 10, 164면; Hymnus Acathistos, str. 23: I. B. Pitra 편, Analectra Sacra, I, 261면; 콘스탄티노플의 성 쁘로끌로, Oratio I, 3: PG 65, 684; Oratio II, 6: 상동, 700; 셀류시아의 성 바실리오, Oratio IV: PG 97, 868; 다마스커스의 성 요한, Oratio IV, 10: PG 96, 677 참조. [△]
12. 안티오키아의 세베로, homilia 57: PO 8, 357-358면, 예루살렘의 에시키오, Homilia de sancta Maria Deipara: PG 93, 1464; 에루살렘의 크리시뽀, Oratio in sanctam Mariam Deipara 2: PO 19, 338면; 그레데의 성 안드레아, Oratio V, 10: PG 97, 896; 다마스코의 성 요한, Oratio VI, 6: PG 96, 672 참조. [△]
13. Liber Apotheosis, vv. 571-572: CCL 126, 97면. [△]
14. 성 이시도르, De ortu et obitu Patrum, cap. LXVII, 111: PL 83, 148; 성 일데퐁소, De virginitate perpetua sanctae Mariae, cap. X: PL 96, 95; 성 베르나르도, in Assumptions B. Virginis Mariae, Sermo IV, 4: PL 183, 428; In Nativitate B. Virginiis Mariae: 상동, 442; 성 베드로 다미아노, Carmina sacra et preces II, Oratio ad Deum Filium: PL 145, 921; Antiphoma "beata Dei Genitrix Maria": Corpus antiphonialium officii, R. J. Hesbert 편, 로마 1970, vol. IV, 6314항, 80면 참조. [△]
15. 바오로 부제, Homilia I, In Assumptione B. Mariae Virginis: PL 95, 1567; De Assumptione sanctae Mariae Virginis Paschasio Radberto trib., 31. 42. 57. 83항: A. Ripberger 편, in :Spicilegium Friburgense", 9항, 1962, 72. 76. 84. 96-97면; 켄터베리의 에드머, De excellentia Virginis Mariae, cap. IV-V: PL 159, 562-567; 성 베르나드로, In laudibus Virginis Matris, Homilia IV, 3: Sancti Bernardi Opera, J. Leclerg-H. Rochais 편, IV,로마 1966, 49-50면 참조. [△]
16. 오리게네스, in Lucam Homilia VII, 3: PG 13, 1817; S. Ch. 87, 156면;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칠로, Commentarius in Aggaeum Prophetam, cap. XIX: PG 71, 1060; 성 암브로시오, De fide IV, 9, 113-114: CSEL 78, 197-198면; Expositio evandelii secundum Lucam II, 23과 27-28: CSEL 32, IV, 53-54면과 55-56면; 가발로의 세베리아노, In mundi creationem Oratio VI, 10: PG 56, 497-498; 보스트라의 안티빠떼로, Homilia in Sanctissimae Deipara Annuntiationem, 16: PG 85, 1785 참조. [△]
17. 켄터베리의 에드머, De Excellentia Virginis Mariae, cap. VII: PL 159, 571; 로잔느의 성 아메데오, De Maria Virginea Matre, Homilia VII: PL 188, 1337; S. Ch. 72, 184면 참조. [△]
18. De virginitate perpetua sanctae Mariae, cap. XII: PL 96, 106. [△]
19. 교회 헌장, 54항, 1963년 12월 4일 바티칸 공의회 제2회기 폐회식에서 교황 바오로 6세가 공의회 교부들에게 한 훈화: AAS 56(1964), 37면 참조. [△]
20. 교회 헌장, 6. 7-8. 9-11항 참조. [△]
21. 상게서, 63항. [△]
22. 성 치쁘리아노, De Catholicae Ecclesiae unitate, 5: CSEL 3, 214면. [△]
23. 스텔라의 이사악, Sermo LI, In Assumptione B. Mariae: PL 194, 1863. [△]
24. Sermo XXX, I: S. Ch. 164m 134면. [△]
25. 교회 헌장, 66-69항 참조. [△]
26. 계시 헌장, 35항 참조. [△]
27. 전레 헌장, 13항. [△]
28. Officium magni canonis Paracletici, Magnum Orologion, 아테네 1963, 558면; 성찬 기도와 전례 기도문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데 Sofronio Eustradidou, Theokotarion, Chennevieres-sur-Marine 1931, 9. 19면을 참조할 수 있다. [△]
29. 교회 헌장, 69항 참조. [△]
30. 상게서 66항; 전례 헌장 103항 참조. [△]
31. 교회 헌장, 67항 참조. [△]
32. 상게서, 66항. [△]
33. 1964년 11월 21일 바티칸의 바실리카 대성당에서교황 바오로 6세가 공의회 교부들에게 한 훈화: AAS 56(1964), 1017면 참조. [△]
34.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56항 참조. [△]
35. 회칙 Adiutricem populi : AAS 28(1895-1896), 135면. [△]
36. 성 베드로 크리솔로고, Sermo CXLIII: PL 52, 583. [△]
37. 교회 헌장, 56항 참조. [△]
38. 상게서 55항. [△]
39. 바오로 6세의 사도적 권고 Signum Magnum, I : AAS 59(1967), 467-468면; 로마 미사 경본, 9월 15일 봉헌 기도 참조. [△]
40. 교회 헌장, 67항 참조. [△]
41. 성 아우구스띠노, In Iochannis Evangelium, Tactatus X, 3 : CCL 36, 101-102면; Epistula 243, Ad Laetum, 9항 : CSEL 57, 575-576면 : 성 베다, In Lucae Evangelium expositio, IV, xi, 28 : CCL 120, 237면; Homilia I, 4 : CCL 122, 26-27면 참조. [△]
42. 교회 헌장, 58항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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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삼종기도와 로사리오 기도에 관한 제안

40. 지금까지 주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에 새로운 활력을 심어 줄 몇가지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복되신 동정녀를 공경하는 신심 행사와 그 실천 방안을 지혜롭게 쇄신하고, 순수한 종교적 감응과 사목적 관심에 따라 새로운 신심 형태들을 모색하는 일은, 이제 각 주교회의와 지역 교회의 책임자들 및 여러 수도 단체들이 수행해야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삼종기도와 로사리오 기도 이 두가지 신심 행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보아 이 자리에서 다루는 것이 좋으리라 봅니다. 서방 교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신심 행위들은 본 사도좌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삼종 기도

41. 삼종 기도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 기도를 가능한 한 언제 어디서나 계속 바치도록 간곡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삼종 기도는 단순한 구성과 성서적 성격, 평화와 안녕을 비는 역사적 구원, 아침 낮 저녁 시간을 거룩하게 하는 준전례적 리듬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의 강생을 기념하면서, "그의 고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도록"1) 기도하는 빠스카 신비를 회상하게 하는 특징들로 이루어져 있어 개정이 필요없는 기도입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은 수 세기를 거치면서도 불변의 가치와 때묻지 않은 신선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삼종기도와 관련된 몇 가지 전통적인 관습들이 현대에 와서는 사라져 버렸고 때로는 계속 유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들은 지엽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말씀의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고 복되신 동정녀께 인사하며 그녀의 자비로운 전구를 바라는 것등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적 상황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자들은 여전히 아침, 낮, 저녁으로 잠시 일손을 멈추고 이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로사리오 기도

42.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이제 "요약된 복음"2)이라고 불리는 신심기도인 로사리오 기도의 쇄신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선임 교황들은 이 기도에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 이 기도를 자주 바칠 것을 여러번 강조하시고 그 보급을 도우셨으며, 그 본질을 해설하시면서 찬미이며 간구인 이 기도가 묵상 기도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셨으며, 그리스도인 생활과 사도적 헌신을 키워 주는 이 기도의 고유한 효력을 상기시키셨습니다. 본인 역시 1963년 7월 13일, 취임 첫 일반 알현에서 로사리오 신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3) 그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그 가치를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괴롭고 불안했던 시기에 복되신 로사리오의 동정녀를 통하여 하느님께로부터 최고선인 평화의 은헤를 받기 위해 교황 서한 '그리스도의 ㅗ친'(Christi Matri, 1966년 9월 15일)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4) 그리고 로사리오 기도의 전통적인 형태를 설명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그 형태를 결정지어다고 볼 수 있는, 선임 교황 비오 5세의사도적 서한 'Consueverunt Romani Pontifices' 반포 400주년을 기념하는 본인의 사도적 권고 'Recurrens Mensis October'(1969년 10월 7일)에서 다시 호소한 바 있습니다.5)

43. 복되신 동정녀의 로사리오에 대한 부단하고 애정어린 관심에서 본인은 현대 세계에 있어서 로사리오 기도의 사목적 역할에 관한 최근의 여러 모임에 참석했었습니다. 이런 모임들은 로사리오 신심에 깊은 관심을 가진 단체나 개인들이 주최하였는데, 경험 많고 교회 의식이 깊은 주교, 사제, 수도자 및 평신도들이 참가했었습니다. 이런 모임들 중에는 특히 은혜로운 이신심을 전통적으로 보호하고 전파해 온 도미니꼬 수도외가 개최한 모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임들과 병행하여, 로사리오 기도의 초기 형태를 고고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초기의 영감과 원동력 그리고 그 근본 구조를 알아보기 위한 역사학자들의 연구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임과 연구를 통해 로사리오 기도의 근본적인 특징과 본질적인 요소 그리고 이 둘의 상호 관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44. 예를 들면 로사리오 기도의 복음적인 성격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로사리오 기도의 신비들과 그 기본 형태가 복음에서 비롯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이 기도가 천사가 기쁨에 한 인사와 동정녀의 신앙 깊은 응답을 기도문으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으며, 이로써 신자들이 이 기도를 바칠 때의 합당한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성모송을 아름답게 수놓음으로써, 로사리오 기도는 성모 영보의 결정적 순간에 묵상하게 되는 '말씀의 강생'이라는 복음의 근본 신비를 밝혀 줍니다. 오늘날 사목자들과 신학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즐겨 정의하고 있듯이, 로사리오 기도는 복음적인 기도입니다.

45. 또한 로사리오 기도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당신의 자비로우신 결정에 따라 인간의 역사에 들어오시어 구속 사업을 이루신 과정이 순서적으로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로사리오 기도에는 동정녀의 잉태와 예수의 유년기 시절의 신비들로부터 빠스카 신비의 절정 곧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구원 사건들이 조화있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성령 강림날 태어난 교회와 이 세상에서의 일생을 마치시고 영혼과 육신이 하늘 나라로 올림을 받으신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타난 빠스카의 결실이 총망라되어 있는 것입니다. 로사리오의 신비가 세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은 것은 단순히 연대기적인 순서만을 충실히 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초대 교회가 신앙을 선포하던 양식을 반영하며, 성 바오로가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래한 '찬가'(2, 6-1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신비를 케노시스(자기 비하), 죽음, 영광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46. 따라서 로사리오 기도는 강생의 구속 신비를 중심으로 삼고 있는 복음적인 기도로서 그리스도론적인 성향을 분명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로사리오 기도의 특징적인 요소인 성모송의 반복은 그리스도께 대한 끊임없는 찬미입니다. 천사의 인사와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루가 1, 42)라는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의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본인은, 성모송을 되풀이하여 바침은 구원의 신비들을 계속 묵상하는 것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각 성모송의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동정녀의 아들이신 예수의 신비를 상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즉 성모송의 예수는 베들레헴의 구유에서 탄생하신 예수, 어머니에 의해 성전에 봉헌되신 예수, 아버지의 일에 대한 열성이 넘치는 소년 예수, 동산에서 고뇌를 지고 갈바니아에 올라 죽으신 구세주로서의예수, 죽음에서 부활하시어 아버지의 영광에로 오르시고 성령을 보내 주신 바로 그 예수이십니다. 지금도 그런 습관이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한때는 묵상을 도와 주고 기도의 말마디와 정신이 일치하도록 하기 위해 각 성모송의 '예수' 다음에 구원의 신비를 환기시키는 말을 추가한 적도 있었습니다.

47. 로사리오 기도에서, 찬미와 간구의 요소 외에도 더욱 본질적인 요소인 관상의 중요성이 시급히 요청되어 왔습니다. 관상의 요소가 없는 로사리오 기도는 영혼이 없는 육체에 불과하며 기도문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될 위험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 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는 줄 안다"(마태 6, 7)고 하신 예수의 권고 말씀을 거스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로사리오 기도는 그 본질상 고요한 리듬과 지속성을 요합니다. 그래야만 주님의 일생의 신비를, 주님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셨던 분의 마음으로 묵상할 수 있게 되며 그 무궁한 풍요성을 잃지 않게 될 것입니다.

48. 끝으로, 오늘날의 연구결과 전례와 로사리오 기도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로사리오 기도는 그리스도교 전례의 오랜 줄기인 복되신 동정녀의 찬가에서 파생된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정녀의 찬가로 비천한 사람들은 교회의 찬미와 보편적 전구에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는, 전례 정신이 희박했고 신자들이 전레에서 멀어져 그리스도의 인간성과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대한 신심이 외적이고 감상적으로 기울어졌던 중세기 후반에 발전하였다는 점이 주지되어 왔습니다. 근래에 와서 일부 사람들은 로사리오 기도를 전례에 포함시키기를 바라고, 반면어떤 사람들은 지난날의 사목적 오류를 피하고자 로사리오 기도를 지나치게 무시하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레 행사와 로사리오 신심이 서로 대립되거나 동일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의 원칙들6)에 비추어본다면, 이 문제는 쉽게 ㅐ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릇, 기도문은 그 본래의 성겨과 고유한 특징을 잘 보존할수록 그 효과도 뛰어난 법입니다. 따라서 전례 행사의 탁월한 가치를 잘 깨닫게 되면 로사리오 기도가 거룩한 전례에 잘 어울리는 신심 행위임을 인정하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전례 행사와 마찬가지로 로사리오 기도는 공동체적 성격과 성서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신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본질적인 차원은 다르지만, 전례의 기념(Anamnesis)과 로사리오 시도의 관상적 기념(Recordatio)은 모두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례는 구원의 가장 큰 신비들을 표징으로 현존시키고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작용하게 합니다. 반면 로사리오 기도는 열심한 관상으로 구원의 신비들을 기도자의 마음에 되살려 의지를 움직여서 삶의 규범을 찾아내게 합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를 명확하게 깨닫는다면, 로사리오가 전레에서 힘을 얻는 신심 행위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로사리오 기도를 그 본래의 취지대로 바친다면, 이 기도가 전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전례에로 이끄는 기도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로사리오 기도를 묵상함으로써 신자들의 마음과 정신은 그리스도의 신비들과 더욱 친숙하게 되어 이 신비들을 전례적으로 기념함에 있어 매우 훌륭한 준비가 됨은 물론, 그 이후까지 계속되는 메아리가 될 수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도 전례 중에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49. 선임 교황 성 비오 5세께서 인준하시고 권위있게 가르치신 전통에 따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로사리오 기도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50. 이상이 로사리오 기도의 요소들인데, 이들 하나 하나는 제각기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로사리오 기도의 풍요함과 다양성을 잘 표현하려면, 이 특징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평가하여 기도 중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주의 기도를 바칠 때에는 엄숙하고도 간구하는 자세가, 성모송을 조용히 외울 때에는 찬미 가득한 서정적인 태도가, 영광송을 바칠 때에는 흠숭과 신비들에 대한 묵상으로 관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자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이런 기도의 자세는 개인적으로 주님을 깊이 묵상할 때나 가족이나 신자들이 하께 모여 주님의 특별하신 현존 안에서(마태 18, 20 참조) 기도할 때, 또는 교회 공동체가 공적으로 모여 기도할 때에도 언제나 적용됩니다.

51. 최근, 로사리오 기도에서 파생된 몇 가지 신심 행사들이 생겨났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장려하고 싶은 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일반적인 전례 양식에 신비들에 대한 묵상이나 마리아께 대한 천사의 인사 등과 같은 로사리오 기도의 요소를 포함시키는 일입니다. 이 요소들을 성서봉독 시에 삽입시키고, 강론을 통하여 해설하며, 침묵 중에 묵상하고 성가로 강조함으로써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신심 행사들이 로사리오 기도의 영적인 풍요로움을 더욱 잘 이해하고, 특히 젊은이들의모임이나 운동 등에서 로사리오 기도의 비중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어 왔음을 보고 기뻐하는 바입니다.

52. 이제 본인은 선임 교황들의 뜻을 받들어 가정에서도 로사리오 기도를 바칠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자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회의 첫째가는 핵심 세포인 가정의 중요성을 이렇게 천명하였습니다. "가족들이 서로사랑하고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며 가정을 교회의 가정적 성소(聖所)로 삼아야 한다."7) 따라서, 그리스도인 가정의 구성원 각자가 저마다의 위치와역할에 따라, 정의를 증진하고 자선 행위를 실천하며 형제들에게 봉사하고 더욱 넓은 지역 교회의 사도직에 참여할 때,8) 그리스도인 가정은 집안 교회9)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하느님께 기도한다면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함께 기도하는 요소가 빠진다면, 가정은 집안 교회로서의 특징을 상실하고 말 것입니다. 가정이 집안교회로서의 신학적 개념을 되찾으려면,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합니다.

53. 공의회의 구정에 따라, '성무일도에 관한 총지침'은 일반 가정도 성무일도를 공동으로 바칠 수 있도록 "교회의 가정적 성역인 가족도 다른 일반적 기도 외에 기회에 따라 성무일도의 몇 부분들을 바침으로써 교회 안에 더욱 밀접히 들어가는 것은 칭송할 만한 일이다"10)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명하고도 실천적인 이런 권장 사항이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날로 더 기쁘게 실천되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54. 가정기도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성무일도 다음으로는, 로사리오 기도가 신자 가정의 '공동 기도'로서 가장 효과적이고 훌륭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본인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기도할 때 가장 즐겨 바치는 기도가 로사리오 기도라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오늘날에는 변화된 생활 조건 때문에 서로 만나는 기회가 적어졌으며, 혹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인해 이 만남이 기도하는 기회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본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힘드는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환경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것, 굴복해 버리는 대신 온갖 노력을 다 경주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생활 특징입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에 부합하는 소명과 영성을 키우는 이에 맞추어 충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가정은, 가족의 공동 기도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온갖 힘을 다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55. 복되신 동정녀의 로사리오 기도에 대한 사도좌의 열의와 경의를 보여주는 지금까지의 고찰을 결론지으면서, 본인은 이처럼 훌륭한 신심을 편파적이거나 배타적인 방법으로 전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바입니다. 신자들은 이 기도에 대해 내적인 평화와 자유를 누려야 할 것이며, 이 기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려 평온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주석

1. 로마 미사 경본, 대림 제4주일 본기도, 3월 25일의 본기도 역시 대림 제4주일 본기도 대신 삼종기도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2. 교황 비오 12세가 마닐라 대주교에게 보낸 서한 Philippinas Insulas : AAS 38(1946), 419면. [△]
3. 제2차 국제 로사리오 대회에 참석한 도미니꼬 회원들에게 한 연설 : Insegnamenti di Paolo VI, 1(1963), 463-464면. [△]
4. AAS 58(1966), 745-749면. [△]
5. AAS 61(1969), 649-654면. [△]
6. 전례 헌장, 13항 참조. [△]
7.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11항. [△]
8. 상게서, 11항 참조. [△]
9. 교회 헌장, 11항 참조. [△]
10. 성무일도에 관한 총지침, 27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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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되신 동정녀 공경의 신학적 사목적 가치

56.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본인은 이 사도적 권고를 마치면서 복되신 동정녀 공경의 신학적 가치를 요약하여 강조하고, 아울러 그리스도인의 생활 양식을 새롭게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그 사목적 효과를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대한 교회의 신심은 그리스도교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엘리사벳의 축복의 인사(루가 1, 42-45 참조)로부터 오늘 이 시대의 찬미와 간구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교회가 하느님의 어머니께 드린 영예는, 교회의 기도 규범의 탁월한 증거가 되며 교회의 신앙 규범을 마음 깊이 깨닫게 해 줍니다. 그 역으로, 교회의 신앙 규범 역시 어디서나 활짝 꽃피워지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리아 공경은 계시된 말씀에 견고하게 근거하고 있으며 확고한 교의적 기초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공경은 "하느님의 아들의 모친이 되셨고 성부의 가장 사랑하시는 딸이 되셨으며 성령의 궁전이 되셨고 이렇게 탁월한 은총 때문에 다른 모든 피조물을 널리 초월하는"1) 마리아의 독특한 품위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공경은 당신 아드님께서 이룩하신 구원 사업의 결정적인 순간들에서 마리아가 수행한 역할과 그녀의 성덕에도 근거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미 원죄 없이 잉태하신 그 순간부터 성덕으로 충만하셨으나,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고통의 길을 가시면서(루가 2, 34-35, 41-52; 요한 19, 25-27) 믿음과희망과사랑 안에서 성덕으로 항구하게 진보하셨습니다. 마리아 공경은 하느님 백성 안에서의 마리아의 사명과 고유한 위치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로 인해 마리아는 하느님 백성의 탁월한 지체이자 뛰어난 모델이시며 자애로운 어머니가 되신 분입니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후에도 마리아는 당신께 도움을 청하는 이들은 물론 자신이 당신의 자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가까이 계시면서 부단하고도 효과적인 전구를 해 주십니다. 마리아 공경은 전 인류를 고귀하게 하시는 마리아의 영광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를 두고 단떼는 "그대를 지으신 분이 그대에게서 지음 받기를 마다하지 않으실 만큼 고귀한 인간 본성을 지닌 여인"2)이라고 찬탄했던 것입니다. 마리아는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서 하와의 참된 딸이자 우리의 참된 자매요 우리와 운명을 함께 나누신 가난하고 겸손한 여인이십니다. 나아가 본인은, 복되신 동정녀 공경은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이 자우로우신 뜻에 그 종국적인 근거가 있음을 부언하고자 합니다. 영원하고 신성한 사람(1요한 4, 7-8, 16)이신 하느님꼐서는 만사를 사랑으로 계획하여 이루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사랑하시어 마리아에게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루가 1, 49 참조).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도 마리아를 사랑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에게 마리아를 주셨지만 또한 우리를 위해서도 주셨습니다.

57. 그리스도는 아버지께로 가는 유일한 길(요한 14, 4-11 참조)이며 최상의 모범이십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그분의 모범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요한 13, 15 참조), 그분의 마음을 지니고(필립 2,5 참조), 그분의 삶을 살며, 그분의 영을 지니도록 해야 합니다(갈라 2, 2; 로마 8, 10-11 참조). 교회는 언제나 이를 가르쳐 온 바, 사목 활동에서 이 가르침을 흐리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성령의 가르침과 오랜 경험을 통하여 교회는, 거룩하신 구세주께 드리는 예배와 관련되어 있고 또 이 예배에 예속되어 있는 동정녀 공경이 큰 사목적 효과를 지니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쇄신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잇습니다. 이러한 효과를 지니는 까닭은 쉽게 구명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백성을 위한 마리아의 여러 사명은, 교회의 몸 안에서 작용하고 그 안에서 결실을 맺은 초자연적 실재입니다. 이 사명은 여러 측면을 고찰하는데서 그리고 그각 측면의 저마다의 효과를 통해서 동일한 먹적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면서 누구나 기쁨을 자아내게 됩니다. 그 동인한 목적이란 다름 아닌, 맏아들이신 예수의 영적인 모습을 자녀들에게 재생시키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정녀의 모성적 전구, 모범적인 성덕, 천상적 은총 등은 인류에게 천상적 희망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동정녀의 모성적 역할은, 하느님 백성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사랑으로 도움을 주시고자 기꺼이 들어 주시는 동정녀께 자녀다운 신뢰심을 지니고 다가들도록 이끌어 줍니다.3) 따라서 하느님 백성은 마리아를 '근심하는 이의 위안', '병자의 구원', '죄인의 피난처'라고 일컬으면서 괴로울 때 위로를, 아플 때 새 힘을, 죄 중에서 해방의 힘을 얻고자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죄에서 자유로우신 분으로서 당신 자녀들을 인도하여 죄를 단호히 끊어 버리도록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4)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죄와악으로부터의 이 해방(마태 6, 13 참조)은 그리스도인 삶의 쇄신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복되신 동정녀의 모범적인 성덕은 신자들로 하여금 "뽑힌 이들 공동체 전체에게 덕행의 모델로 빛나고 계신 마리아를 바라보게"5)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과 겸손한 동의(루가 1, 26-38. 45; 11, 27-28; 요한 2, 5 참조), 기꺼운 순명(루가 1, 38 참조), 참된 겸손(루가 1, 48 참조), 애덕의 열성적인 실천(루가 1, 39-56 참조), 종교적 의무를 이행(루가 2, 21-41 참조)하고 받은 은헤에 감사(루가 1, 46-49 참조)하며 성전에서 봉헌(루가 2, 22-24 참조)하고 사도들의 공동체에서 기도하심(사도 1, 12-14 참조)으로써 보이신 하느님 예배, 고통 중에서 보이신 용기(루가 2, 34-35. 49; 요한 19, 25 참조),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반영한는 가난(루가 1, 48; 2, 24 참조), 가난하게 태어나시어 십자가의 치역을 당하시기까지의 아드님께 대한 알뜰한 보살핌(루가 2, 1-7; 요한 19, 25-27 참조), 동정의 순결(마태 1, 18-25; 루가 1, 26-38 참조) 확고하고 정결한 부부애(마태 1, 18-25; 루가 1, 26-38 참조) 등은 모두 견고한 복음적 덕행들입니다. 이러한 덕행들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어머니의 모범응 바라보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녀들은 과연 어머니의 그와 같은 덕행들로 가꾸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덕행의 진보는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신심에서 오는 사목적 열성의 결과이자 완숙한 결실이라는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주님의 모친께 대한 신심이 신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라도록 하는 기회가 되는데, 이것은 모든 사목 활동의 최종목표입니다. "은총이 가득한"(루가 1, 28) 여인을 공경하면서 이 공경을 통하여 얻게 되는, 하느님과의 우정이요 친교이며 성령의 내재인 은총의 상태를 누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이 은총은 인간을 송두리째 감싸 하느님의 아들의 모습을 지니도록 합니다(로마 8, 29; 골로 1, 18 참조). 가톨릭 교회는 오랜 경험을 통해 마리아 신심이 인간의 자기 완성에 있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여인'이신 마리아는, 인간의 모든 신비가 그분 안에서만 참되게 밝혀지는,6) 새로운 인간' 그리스도 곁에 계십니다. 마리아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마련된 하느님의 계획이 한 피조물인 그녀에게서 성취되었다는 보증과 약속으로제시되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고통과 희망의 와중에서 방황하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쳐 절망하다가도 무한한 기대를 품으며, 정신이 혼란하고 마음이 갈라지기도 하고, 죽음의 신비 앞에서 두려워 떨며, 친교를 바라지만 외로움에 빠지고, 권태와 혐오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그러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지상 생애와 하느님의 도성에서 누리시는 복된 생활을 관상하게 되면, 고통 대신 희망이, 외로움 대신 친교가, 혼란 대신 평화가, 권태와 혐오 대신 기쁨과 아름다움이, 일시적인 것 대신 영원한 것이, 죽음 대신 생명이 승리하리라는 희망과 확신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동정녀께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 5)고 하신 바로 그 말씀을, 이 사도적 권고의 보증으로 삼으면서 아울러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수단으로서의 마리아 공경이 지니는 사목적 가치에 대한 또 하나의 근거로 삼고자 합니다. 일견, 이 말씀은 잔치를 무사히 끝내려는 의도에 불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요한 복음서의 맥락에서 볼 때, 이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출애 19, 8; 24, 3; 신명 5, 27 참조)나 믿음을 갱신할 때(여호 24, 24; 에즈 10, 12; 느헤 5, 12 참조)했던 말을 반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말씀은 타볼 산에서의 발현 때에,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 5)고 하신 아버지의 음성과도 놀라웁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 주석

1. 교회 헌장, 53항. [△]
2. 신곡, 천국편, XXXIII, 406. [△]
3. 교회 헌장, 60-63항 참조. [△]
4. 상게서, 65항 참조. [△]
5. 상게서 65항. [△]
6. 사목 헌장, 22항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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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맺음말

58.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지금까지 그리스도교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인 '주님의 모친 공경'에 대하여 장황하게 다루어 보았습니다. 이 일은 주제의 성격상 요청되어 왔던 것이었습니다. 이 주제는 최근에 이르러 연구와 재검토의 대상이었고 때로는 약간의 당혹감마저도 불러일으킨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본 사도좌와 여러분이 공의회의 구정들을 실행하고자 이루어 놓은 업적, 그중에서도 특히 전례 쇄신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더욱 활기있고 정성되이 받들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생활을 증진시키는 디딤돌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느낍니다. 본인은, 전반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쇄신된 로마 전례가 복되신 동정녀께 드리는 교회의 공경을 잘 표현하고 있음을 볼 때, 마음 든든합니다. 이 신심을 날로 더 순수하고 활력에 넘치도록 하기 위해 제시된 지침들이 성실히 적용되리라는 희망에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주께서 본인에게 로사리오 신심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강화하는 몇가지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셨음에 기뻐하는 바입니다. 로마 전례의 기도문1) 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복되신 동정녀의 목소리와합함으로써 위안, 확신, 희망, 기쁨의 감정들이 주님께 드리는 뜨거운 찬미와 감사로 변화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본인은 여러분의 기꺼운 투신으로 여러분에게 맡겨진 사제단과 백성들 가운데서 마리아 신심이 건전헤게 증진되어 교회와 사회에 큰 이익이 되리라고 희망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여러분과여러분이 사목적 열성을 다해 보살피는 모든 신자들에게 진심으로본인의 특별한 사도적 축복을 보내는 바입니다.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제위 제 11년,
1974년 2월 2일, 주의 봉헌 축일에,

▶교황 바오로 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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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자비로우신 하느님 (DIVES IN MISERICORDIA / 1980.11.30)  [10] 4137
25   가정교서 Gratissimam Sane  [5] 4099
24   베네딕토 16세 : 교황들(Summorum Pontificum)  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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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베네딕토 16세 : 1970년 개혁 이전의 로마 전례 사용에 관한 「교황들」(Summorum Pontificum)  [2] 2985
21   베네딕토 16세 :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DEUS CARITAS EST)  [3] 3212
20   구원에 이르는 고통 (Salvifici Doloris)  [7] 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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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노동하는 인간 (Laborem Exercens)  [5] 2040
17   성체의 신비와 흠숭에 대하여  [3] 2641
16   그리스도교적 지혜 (Sapientia Christiana)  [3] 2318
15   인간의 구원자 (Redemptor Hominis)  [3] 2714
14   현대의 복음선교 (Evangelii Nuntiandi)  [9] 2462
  마리아 공경 (Marialis Cultus)  [5] 4653
12   팔십주년 (Octogesima Adventiens)  [4] 2390
11   사제 독신생활에 관한 회칙  [9] 3061
10   민족들의 발전 (POPULORUM PROGRESSIO)  [5] 2527
9   신앙의 신비 (Mysterium Fidei)  [7] 2536
8   지상의 평화 (PACEM IN TERRIS)  [5] 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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