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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을 주고 떠난 제주 소녀 유나
조회수 | 2,142
작성일 | 16.01.28
▥ 전세계 27명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난 제주 소녀 유나의 일기자

〖 오늘 유나의 심장은 다른 이에게 이식되면서 숨을 쉬겠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유나가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 거 같다.…유나 이제 유나를 진짜 천국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돌아 왔구나. 길 잘 찾아 가고 할머니 만나서 그동안 못 다한 얘기 많이 들려주고…천국에서 기쁘게 여기서 살던 것처럼 지냈으면 좋겠네. 가서 가브리엘 천사 꼭 만나라.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껏 잘 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

한 어머니가 뇌사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준비 중인 딸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를 담은 편지 내용이다. 제주 출신인 10대 소녀가 미국 유학 중 장기기증으로 27명에게 새 삶을 줘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김유나(19)양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김양은 제주시 노형초·아라중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었다.

지난 21일(한국시간) 오전 사촌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가던 중 과속차량과 충돌,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다. 생사를 오가던 김 양은 지난 24일 오전 2시43분쯤 미국 의료진에 의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 양이 뇌사 판정을 받자 부모인 김제박(50)·이선경(45)씨는 조심스럽게 딸아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천사’같이 착한 딸도 분명 기뻐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아버지 김씨였다.

과거 가톨릭을 믿는 17세 소녀가 큰 병을 얻은 후 뇌사상태가 되자 신자인 아버지가 딸아이 장기 기증을 선택해 여러 명에게 새 생명을 줬다는 기사가 떠올랐어요. 아픈 딸아이를 계속 이렇게 두고 보는 건 부모의 욕심인가 싶었죠.”

과거 가톨릭을 믿는 17세 소녀가 큰 병을 얻은 후 뇌사상태가 되자 신자인 아버지가 딸아이 장기 기증을 선택해 여러 명에게 새 생명을 줬다는 기사가 떠올랐어요. 아픈 딸아이를 계속 이렇게 두고 보는 건 부모의 욕심인가 싶었죠.”

‘딸아이가 다른 아픈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나게 해주자’는 이런 쉽지 않은 결정에 가족들도 한마음을 모았다.

어머니 이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빠랑 모든 식구들이 너를 보내주기로 결심해서 너를 바라보고 있는데 조용히 아빠가 와서 그러더라…여보 우리 유나 장기 기증…이렇게 어렵게 말하는데 엄마는 망설이지 않았어. 나도 그 생각 했는데 미안해서 말 못하고 있었다고 그렇게 하자고 바로 답했다. 엄마 아빠 잘했지~”하고 애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양의 심장·폐·간·췌장 등 장기는 새 삶을 기다리는 어린이 등 세계의 7명에게 이식됐다. 피부·혈관 등 일부 조직도 도움이 절실한 20명과 나눴다. 전 세계에 사랑을 퍼뜨린 김 양의 장례미사는 다음달 6일 제주시 노형성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 중앙일보 2016년 1월 27일 / 제주 :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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