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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 이상용 - 남을 돕고 쓴 누명
조회수 | 2,076
작성일 | 12.04.25
나는 열한 살 때부터 아령을 잡고 운동을 했다. 7년 뒤 대전고 재학시절에 미스터 충남에 선발됐다. 그 후 고려대에 입학해서는 역도부에 들어가 미스터 고대에 뽑혔다. 졸업 후 7년간 외판원으로 전전하다가 점쟁이의 말을 믿고 TV에 출연해 건강의 상징인 뽀빠이가 되었다. 다 말할 수 없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난 눈물이 나고 뼈마디가 다 쑤신다. 정말 신물나게 고생하면서 산 기간이었다.

1970년대 중반 KBS TV <모이자 노래하자>로 나는 어린이들의 우상이 됐다. 그 시절 심장병에 걸린 한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찾아왔다. 수술비가 없다기에 함께 서울대병원에 갔다. 수술비가 1800만원이라는 말에 기절할 뻔했다. 당시 열 평짜리 아파트 값이 1110만원이었고 나는 사당동 독채 전세 650만원에 살고 있었다. 내 나이 30대 초반 때다. 나는 “기술이 없어 못한다면 할 수 없으나 돈이 없어 죽는다면 안된다. 수술하쇼!”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 길로 명동에 있는 야간업소 사장을 찾아가 사정했다. 결국 세 업소의 진행자로 출연하기로 하고 석 달치 봉급을 선불로 받아 수술비를 댔다. 나는 차 없이 야간에 이 술집 저 술집을 동분서주해야 했다. “집도 없는 주제에 남의 자식 수술해준다고 집세의 세 배나 되는 돈을? 미쳤어!” 무릎에 이상이 생겨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놨다가 많이 혼났다.

그런데 얼마 후 심장병 수술을 한 어린이의 아버지가 방송에서 뽀빠이가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고 밝히면서 우리 집에 전국의 심장병 어린이가 수술을 해달라며 모여들었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그들을 설득해 한국어린이보호회를 만들어 한 명씩 수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켜 1987년 국민훈장 동백상, 가톨릭봉사대상 등을 탔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국회의원에 나올 거라고 했다. 난 하느님과 약속했다. 정치 근처에도 안 가겠다고. 그러나 MBC TV <우정의 무대>가 전국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내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무투표로 당선된다며 여기저기에서 꼬셨다. 그럴수록 정치가 싫어졌다.

1996년 11월3일은 나에게 6·25전쟁과 같은 날이다. <우정의 무대> 화천 녹화가 끝나고 돌아오니 언론에 내가 아주 죽일 놈으로 보도되어 있었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며, 벤츠600을 타고 다니고, 40억원짜리 집에 살고, 심장병 어린이를 한 명도 수술하지 않았다는 기사였다. 너무나 억울했지만 나를 모함한 자가 언론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죽고 싶었다. 난 20년간 지프차를 타고 다니고 지금 살고 있는 40평짜리 빌라의 융자금은 작년에야 상환이 끝났다. 그리고 1996년까지 25년간 수술받은 심장병 어린이는 567명이었고 그중 13명이 생명을 잃었다.

하루아침에 방송에서 퇴출된 나는 집 밖을 못 나갔다.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이 났지만 판결 결과는 어느 신문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처음 오보를 낼 때는 단 한 명의 기자도 내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썼으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감옥에 간 줄로 알 것 아닌가. 환장할 것 같았다. 좋은 일 한다고 수술해주고 욕 먹고 나쁜 놈 되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추기경님이 오셔서 “눈이 덮였으니 쓸지 말고 떠나라. 봄이 오면 눈이 녹고 너는 나타나느니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고 수중에 남은 돈 20만원을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관광버스 안내원을 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하면서 1년 만에 귀국하여 딸을 시집보내면서 한참을 울었다. 남 돕는 일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1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각난다. 담당 형사가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살았어요? 한 푼이 없네요”라고 했다. 담당 검사는 “다시 훈장을 하나 더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남이 아닌 우리 가족을 위해서만 뛰겠다고 마음먹어놓고 나는 또다시 전국의 어르신들을 위해 연예생활을 하려고 한다. 욕심이 없으니 편하다. 노후보장도 안돼 있지만 초초하지 않다. 건강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도 원수를 용서하라는 성경 구절을 이해할 수 없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나 아프게 하고 자신은 호의호식하던 사람은 끝이 안 좋았다. 아프고 망한 뒤 세상을 떠났다. 대나무가 마디를 형성하려면 아픔이 겹쳐 바람소리에 운단다. 요즘 나는 보너스로 인생을 살고 있다.

경향신문  2012-04-25 00:47
도밍고 [비회원]
좋은글 간석4동성당으로 옮기겠습니다.
삭제 |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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