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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이후 주교님들께 보내는 공개 서한 - 4
조회수 | 1,291
작성일 | 14.09.04
▲ 박성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며, 서울 명동성당 등에서 꽃동네의 복지예산 독식을 비판하며 피켓 시위를 해왔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와 오웅진 신부의 면담을 요청해왔으나 거부당했다. 한편 작은예수회가 속한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상봉

사업가로 내몰리는 사제들, 누구 책임인가

염수정 추기경 발언 때문에 요즘 가톨릭교회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어서 마음이 아립니다. 이 상황을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들으신다면 참으로 답답한 심경일 것입니다. 특별히 순교자들의 나라에서 성장하는 한국교회를 사랑하시고,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각별한 정을 담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마 당사자인 염수정 추기경님 자신도 무척 곤혹스러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꽃동네의 오웅진 신부를 문제 삼았던 박성구 신부를 작은예수회 대표에서 해임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빚어져 더욱 착잡한 가운데 교구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께서는 이번 사제인사와 별도로 8월 22일자 교령 ‘성무 집행 정지와 인사 발령에 관한 후속조치’를 통해 박성구 신부에게 ‘휴직, 곧 정직 제재의 교정벌’을 부과함으로써, 박성구 신부는 작은 예수회 대표와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 대표이사 등에서 모두 해임되었을 뿐 아니라 사제로 가장 중요한 미사와 성사 등 ‘모든 성품권에 의한 행위’가 금지되었다 하니, 사제로서 ‘극형’에 처해진 셈입니다.

작은예수회 박성구 신부 문책...꽃동네 문제와 관련 있어
가난한 이들을 담보로 장사하는 교회..역시 ‘돈’이 핵심

교령에서는 견책 사유로 작은예수회와 박성구 신부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2013년 서울대교구는 ‘작은 예수회 및 작은 예수회 사업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규만 보좌주교를 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박성구 신부가 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교구장의 사목적 훈계와 견책에 항명하였을 뿐 아니라 교회에 여러 추문을 계속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박성구 신부가 장상에게 순명하지 않은 것은 교구장으로서 당연히 문제로 삼을만한 일이지만, 작은예수회의 대표를 해임하기에 앞서,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충분히 살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는 작은예수회 자체의 문제도 있을 테지만, 교황 방문 직후에 이루어진 인사 조치라는 점에서 오히려 꽃동네 문제에 대한 박성구 신부의 태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박성구 신부는 가평 꽃동네가 가평군의 복지예산을 독식하고 있음에 분개해 오웅진 신부를 ‘꽃동네 마피아’라고 부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염수정 추기경께 탄원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염수정 추기경께서 오히려 박 신부에게 자제할 것을 요청했으며, 박 신부는 교구장의 이런 명령에 순명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염 추기경께서 박성구 신부가 계속 일으킨 ‘추문’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요. 박성구 신부가 다소 과격한 발언과 오 신부 및 추기경께 무례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꽃동네를 둘러싼 국민적인 ‘추문’을 사라지게 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 ‘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우리시대의 우상’으로 지목한 물신(物神)이 교회 안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에서 꽃동네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꽃동네는 정신요양원과 장애인시설 등을 운영하면서 지난 수십년 간 85만 명이 넘는 후원자를 통해 상당한 후원금을 모으고, 정부에서 매년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왔지만 그 사용내역이 투명하지 않아서 항상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4000명이나 수용하고 있는 꽃동네와 같은 대형시설은 수용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추구하는 시대정신에도 어긋납니다. 그래서 1999년에 개정된 ‘사회복지법’에서는 복지시설의 최대 수용 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꽃동네만은 예외라는 게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여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14 제곱킬로미터(430만 평)로  추정되는 꽃동네 부지는 다 무엇입니까? 꽃동네 유한회사까지 설립한 오웅진 신부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살고 있는 가련한 인생을 두고 어디까지 ‘복지’장사꾼으로 행세할 요량인지 모르겠습니다. 용도 없이 소유한 꽃동네 대단지를 보면서 부동산 투기꾼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다른 사회복지 기관에 누를 끼치면서도 ‘자신감 있게’ 활보하는 오웅진 신부가 한국교회의 상징이라면 하늘 아래 낯부끄러운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방한 첫날 한국교회 주교단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특히 난민들과 이민들, 사회의 변두리에서 사는 사람들과 연대를 실행하여, 한국 교회의 예언자적 증거가 끊임없이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노력하는 ‘희망의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또한 이러한 관심이 “구체적인 자선 활동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회, 직업, 교육 수준의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종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사업적인 차원으로만 축소”시키는 것을 반대합니다. 오히려 “한 인간으로 성장할 권리”를 강조합니다. 이런 점에서 꽃동네와 같은 대형 시설은 근본적으로 기존 운영방식을 재고해야 합니다.

꽃동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꽃동네와 얽혀있는 다양한 정치적 종교적 커넥션이 문제입니다. 과거 청주교구장이었으며, 전임 서울대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추기경께서는 당신의 모친 묘소를 꽃동네에 안치할 만큼 오웅진 신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또한 꽃동네로 유입된 후원금과 정부지원금에 대한 사용내역이 불투명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오웅진 신부와 관련된 많은 인사들을 통해 청주교구와 본당까지 연계되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만,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신앙과 가난한 이들을 담보로 장사하려는 기풍은 교회 안에 쌓인 적폐라는 점입니다.

교회를 사업모델로 삼는 고위성직자들...사제를 사업가로 양성
복음 실종...부동산 투기와 수익사업에 골몰하는 교회

한편 가난한 이들을 ‘사업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현상은 마찬가지로 중산층을 ‘사업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교회를 사업모델로 보는 기업 CEO의 태도이며, 프란치스코 교종이 바라는 교회상과 전혀 일치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대는 복음의 중심에 있다”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사도 시대의 이상을 한국교회가 걸어가야 할 ‘귀감’으로 삼으라고 권고합니다. 이런 점에서 교종은 ‘중산층의 교회’가 가진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교회,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를 되는 것을 조심하라고 이르셨습니다.

이것을 교종은 “번영에 대한 유혹”이라고 하셨는데, 한국교회는 “번영하는 교회이고, 선교하는 훌륭한 교회이고, 커다란 교회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중산층 교회는 “교회의 예언자적 구조에서 가난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웰빙 교회”를 추구하는 유혹은 사실상 이미 한국교회 안에 충분한 전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에 강북보다는 강남에서 가톨릭신자 비율이 높고, 주일미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은 편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교회가 중산층화 되다 보니, 자연스레 중산층의 사고방식이 교회 안에서도 대세인 것처럼 보입니다.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겠지만 중산층의 가치관은 대체로 “가정의 평화”를 중시하고 “재산축적에 대한 희망”이 충만해 있습니다.

이 마당에 서울대교구는 ‘주식회사 평화드림’을 직접 세워 사제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평화드림은 웹진을 통해 “교회가 신자들의 헌금만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것만이 선일까?” 의문을 제기하며 ‘기업 영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습니다. “교회가 돈벌이를 하는 게 정당한지”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수익사업을 ‘영성’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구에서는 학교법인을 통한 수익사업이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저는 지금 ‘합법과 불법’을 따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돈에 한 번 맛들이면 사목자들의 눈에도 돈 밖에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교회 장상이, 사제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은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평화드림의 책임자들에게 교회가 요구하는 덕목은 ‘사업적 능력’입니다. 솔직히 ‘사업적 수완’이라고 말해야 옳을 능력을 사제들에게 요구하는 교회가 정상적인지 묻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에 개원한 서울대교구 가톨릭학교법인에 속한 서울성모병원은 하루 입원료가 400만원이나 되는 초특급 병실을 선보였습니다. 21층에 마련된 ‘럭셔리 병실’은 279제곱미터(84평)이며, 대회의실과 소회의실을 모두 갖춘 초특급 병실로 가족실과 집무실은 물론 욕조와 조리 시설까지 갖추고 지하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된 병실입니다. 이런 병실이 왜 교회병원에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인천교구 소속 가톨릭학원은 최근에 국제성모병원을 건립하면서 관동대까지 매입하여 ‘메디컬테마 캠퍼스’로 특성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의료, 보건을 비롯해 스포츠와 레저, 호텔 관광을 테마로 하겠다는 것인데, 교회의 선교사명과 이 대학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사제들이 교회의 수익성 창출을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지 염려됩니다.

일선 본당도 마찬가지여서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어떤 성당은 값비싼 예술작품을 설치한 ‘명품 성당’을 지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당 건축을 지역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인천교구도 ‘주식회사 바다의 별’을 만들어 서울대교구를 모방하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평화드림’이 유통, 장례, 푸드, 건축, 레저까지 사업 분야를 넓혀가는 동안, ‘바다의 별’은 가구, 인쇄, 공사, 보험, 가전, OA사업부를 통해 자동차보험 가입은 물론 팩스용지까지 본당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성지개발이나 복지시설 유치의 명분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한편에서는 병원과 고급 요양원, 납골당 사업 등을 통해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교회의 실정을 돌아보며, 프란치스코 교종의 바람이 한국교회에서 얼마나 헛된 것인지 실감하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이런 교회에서 필요한 신자들은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가난한 이들”이 아니라,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이 아니겠습니까? 이른바 신자들을 바라보는 사제들이 ‘영양가 있는 신자’와 그렇지 못한 신자를 자신도 모르게 분별하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교종은 소독약 뿌렸지만, 수술이 필요한 교회
웰빙교회의 영적 세속화...새로운 복음화를 빈말로 만들어

그래서 교종께서는 주교들에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신 모양입니다. 교종은 “한국 교회가, 번영하였으나 또한 매우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살고 일하기 때문”에 “사목자들은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준보다도 기업 사회에서 비롯된 능률적인 운영, 기획, 조직의 모델들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을 따르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받아들이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러니 교종께서 “성령을 질식시키고, 회개를 무사안일로 대체하고, 마침내 모든 선교 열정을 소멸시켜 버리는 그러한 정신적 사목적 세속성에서 하늘이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빕니다”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요. 어떻게 바티칸에서 오신 교종께서 한국교회 현실을 이다지도 정확히 꿰뚫고 계신지 놀랍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어떤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말을 적어 놓았더군요.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은 “곰팡이 낀 한국 천주교회에 소독약을 뿌린 것과 같다”고 말입니다. 덧붙여 “수술이 아닌 소독약 정도로는 교회를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소독약은 자칫 내성만 키울 뿐이라고 염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도로시 데이와 더불어 ‘가톨릭일꾼’(Catholic Worker)운동을 창립한 피터 모린은 자신의 에세이에서 “그리스도는 환전상들을 성전 밖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오늘날 그 누구도 감히 고리대금업자들을 성전 밖으로 내쫓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고리대금업자들을 성전 밖으로 내쫓지 못하는 이유는 그 고리대금업자들이 성전을 저당 잡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가장 우려하던 ‘영적 세속화’의 현실이 고스란히 한국교회에 실현된다면, 그 동안 교종과 한국교회가 줄곧 호소해 왔던 ‘새로운 복음화’는 빈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프란치스코 교종이 주교님들에게 하신 말씀을 다시 나누고자 합니다. “악마가 가라지를 심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한상봉 (이시도로)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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