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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에펠탑
조회수 | 141
작성일 | 19.09.29
종교마다 특징적인 상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교는 아주 독특한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십자가인 것입니다. 로마시대의 포악하고 잔혹한 사형집행 도구가 종교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초라하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움을 몽땅 뒤집어쓰고 모멸스럽게 최후를 맞이하신 분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시어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계신 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사랑스럽고 은혜로워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자랑스러워하십니까?

에펠탑이 건립 1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889년 건립될 당시 시민과 예술가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파리의 고풍스러운 거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300m짜리 흉물스러운 고철덩어리라며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프랑스정부는 20년 후엔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건립했습니다. 20년 후 약속대로 에펠탑을 철거하려 하자 여론은 오히려 그대로 두자는 것으로 돌아섰습니다. 시민들이 매일 에펠탑을 보다 보니 정이 들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흉물스럽게 여겨졌던 그 철제구조물은 이제 프랑스의 랜드마크가 됐고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이 됐습니다. 그래서 자주 보는 것만으로 호감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에펠탑 효과’라고 부릅니다.

신앙에도 ‘에펠탑 효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십자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던 그 당시에 가장 흉물스러웠던 십자가를 은혜의 에펠탑으로 바꿔놓으셨습니다. 이러한 십자가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들에게는 어리석음”이지만,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선포하셨던 것입니다. 또한 우리 신앙의 선조들도 십자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으며, 당당하게 자신들의 몸에 십자가를 표하였던 것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는 예수님의 은혜와 하느님의 사랑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마무리하며 우리들은 좀 더 자랑스럽게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 십자가가 짐이 아니라 사랑과 희망의 표지가 되어 우리의 앞길을 비추는 길잡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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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민병섭 바오로 신부
2019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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