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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자유와 여백이 생깁니다.
조회수 | 45
작성일 | 18.10.23
시인 도종환의 시 ‘단풍 드는 날’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뉴스 때마다 아름답게 물들은 산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인생의 고통은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버리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승리자는 많은 것을 얻은 자가 아니라, 의미 없는 것을 버린 자인 것입니다. 어리석은 새는 반짝이는 것은 무엇이든 주워 모으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주워온 쇳조각들로 둥지가 엉망이 되어도 말입니다. 아무리 수려한 샹들리에로 집을 꾸며도 그 샹들리에 위에 쓰레기가 얹혀 있다면 쓰레기집이 됩니다. 빛나는 많은 것을 얻었지만 버려야 할 쓰레기를 걸치고 품고 다니면 쓰레기 인생이 됩니다.

버리면 자유와 여백이 생깁니다. 쫓기는 이유는 버리지 못해서인 것입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사람은 욕심을 버려야 열매를 맺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열성 가득한 젊은이에게 부족한 한 가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 하십니다. 영원한 생명, 구원, 곧 신앙의 열매는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번 주간에 우리는 맹수의 이빨에 갈려 깨끗한 빵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나의 지상적인 모든 욕망은 십자가에 못박혔고 세상 물질을 사랑하기 위한 불은 내 안에 더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을 비롯하여, 주님을 위해 의사로서의 삶을 버리고 사도들의 동반자로 선교활동에 나셨으며, 주님의 기쁜 소식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루카 복음사가를 기억합니다. 우리들이 주님을 따르기 위해 부족한 한 가지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성인들처럼 우리 마음에 주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한 주간이 되시기 기도합니다.

▦ 대전교구 민병섭 바오로 신부 : 2018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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