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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활르포 | 인도 캘커타 '마더하우스'를 찾아서
조회수 | 1,426
작성일 | 06.06.10
12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 캘커타. 이곳은 「세계 최악의 주거 환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시 내 공기는 외지인들이 쉽게 숨쉬지 못할 만큼 오염돼 있고, 거리 곳곳에는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로 가득차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곳 캘커타 길거리에는 하루에도 수십명이 굶주림과 병 때문에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번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일찍이 마더 데레사 수녀가 왜 이곳에서 이들을 돕는데 평생을 바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본지는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1여년간 「마더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대교구 김성만 신부를 통해 데레사 수녀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이 배어 있는 이곳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새벽 4시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이 시간에 눈을 뜬다. 몸이 쑤시고 눈꺼풀이 무거워 순간적으로 더 자고 싶다는 유혹이 생기지만 그는 기쁨 맘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세수하고 아침기도를 바친 다음 아직 이른 시간인 5시20분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걸어서 20분 정도에 있는 「마더 하우스」 본부로 향한 그가 거리에 나서자 상쾌한 아침 공기 대신 썩은 악취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에게는 거리를 진동하는 이 냄새가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또 길바닥에서 이불 하나 없이 하늘을 천장 삼아 잠을 자고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과 다른 한쪽 쓰레기 더미를 가득 메운 까마귀들의 모습은 이제 그에겐 너무나 친숙한 풍경이다. 그러면서 그는 노숙자들 중 몇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건강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서울대교구 김성만 신부(93년 서품?42). 김신부는 1년 전 인도 캘커타에 왔다. 서울 연희동 본당과 명동 주교좌 본당 등 여러 곳에서 보좌와 부주임을 거친 그는 조금 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김신부는 이를 통해 나눔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이곳에 오기 전 너무나 편안하게 생활했고 그 삶에 안주했던 것 같습니다. 사제로 1~2년 살 것도 아닌데 이런 신념이 들 때 꼭 한번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죠』

김신부는 현재 데레사 수녀가 세운 여러 시설들 중 오전에는 중증 환자들을 위해 73년 문을 연 「프렘단」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죽음에 임박한 이들을 위한 「니르말 흐리다이」 즉 우리말로 「임종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 사랑의 선교 수녀원 본부 즉 「마더 하우스」에서 거행되는 미사와 함께 시작된다. 그는 이곳에서 데레사 수녀의 손길과 흔적이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수녀들이 매일 미사를 드리는 성당 안에는 데레사 수녀가 예전 기도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김신부가 첫 봉사 활동장소인 프렘단에 도착하자 이곳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로부터 극진한 환영을 받았다. 「파더 김」으로 불리우는 김신부는 어느새 이곳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설에는 결핵환자, 정신지체 장애인, 전신 마비 등 다양한 병을 얻은 중증 환자들 남자 100명, 여자 50명이 머물고 있다. 또 현재 이곳에는 10여명의 사랑의 선교 수녀원 수녀들과 자원봉사자까지 해서 대략 10여명이 활동 중이다. 환자들 대부분은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먹지를 못해 결핵으로 시설에 들어온 이들이다. 이곳에서 그는 빨래, 이발, 마사지, 치료까지 환자들을 위해 여러 가지 봉사를 한다. 김신부는 처음 프렘단과 임종의 집을 찾았을 때 한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봉사자들 때문. 이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민들과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중에는 10년부터 김신부처럼 1년 이상 장기 봉사 활동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경이로운 것은 오랫동안 환자들과 접하다 자신이 결핵 등 병을 얻었던 많은 봉사자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몸이 나으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또한 몇몇 장기 봉사자들은 6개월간 봉사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6개월간 일을 해 돈을 모으면 다시 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그의 프렘단에서 일과는 대략 정오에 끝난다. 이후 잠시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그는 오후 2시20분께 다시 오후 일터인 「임종의 집」으로 간다. 숙소에서 전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곧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의 안식처이다. 임종의 집은 생전 마더 데레사 수녀가 가장 먼저 세운 곳이며 지극한 정성을 쏟은 곳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양쪽으로 늘어선 자그마한 침대와 거기에 힘없이 누워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고통을 이기지 못해 신음하는 환자들의 절규와 소독 냄새가 시설 가득 진동한다.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듯 뼈만 앙상히 남은 상태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힘겹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따라서 자원 봉사자들의 움직임도 굉장히 분주하다. 이들은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치료한다. 김신부는 이곳에서도 프렘단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빨래, 목욕, 마사지를 해주고, 신자 환자들의 경우엔 종부 성사를 주는 등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이곳에는 담당 수녀 2명과 봉사자 20여명이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대부분 환자들은 가족도 없이 평생을 고통 속에 헤매다 이 안식처에서 여생을 마감한다. 현재 임종의 집에는 남자 50명, 여자 50명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김신부는 임종의 집에서 프렘단과는 또 다른 숙연함과 죽음의 기운을 느낀다. 들어 온지 불과 10분에서 대부분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환자들을 보며 김신부는 처음엔 많은 눈물을 흘렸다. 특히 어떤 날은 하루 10명이 죽어 나가는 안타까운 광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일생 동안 겪어야 했을 수많은 고통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슬퍼할 가족은 물론, 태어나서 따뜻한 사랑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채 굶주림과 병으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임종의 집에서 「놀라운 기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엔 고통스러워 하다가 임종 바로 직전 환자들이 보인 모습들이 너무나 평화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록 일생을 무관심과 멸시 속에 살았지만 죽음을 앞둔 지금 자원봉사자들과 담당 수녀들로부터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무나 극진한 사랑을 받아 기쁨과 평화를 느꼈던 것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일하며 80여명의 임종자를 받았던 김신부는 그들로부터 『마음이 무척 평화롭다. 그동안 내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 감사하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이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실로 엄청난 사랑의 힘이었다. 그는 가끔 모든 것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있어 오히려 1여년 봉사기간을 6개월 더 연장했다.

『오늘도 거리 곳곳에서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많은 이들에 비하면 그나마 이들은 행복한 편이지요. 제게는 앞으로 사목자로서 살아가는데 여기서의 체험이 큰 힘을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랑은 받을 때보다 나눌 때가 진정 행복이란 것을 항상 가슴 깊이 간직할 것입니다』

▶ 가톨릭신문 2002-03-31 마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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