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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보다 대사부(大赦符) 용어가 적절한 표현
조회수 | 3,751
작성일 | 11.03.25
▲ 지난 2009년 6월 29일 몰타섬의 성요한대성당에서 봉헌된 바오로 해 폐막 미사에 전대사 은총을 받기 위해 수많은 신자들이 참례했다. 바오로 사도 탄생 2000주년 특별 희년 ‘바오로 해’를 맞아 보편교회는 신자들이 정해진 조건에 따르면 특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교회의, ‘면죄부’는 악의적 용어 사용하지 말 것 요청

최근 종합 일간지들이 ‘유럽 종교개혁 500주년’기사에 ‘면죄부’용어를 언급한 것과 관련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가 14일 이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공식 발표, “이 용어는 가톨릭 용어인 대사(大赦, indulgence)의 오역으로 대사부(大赦符)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표명했다.

주교회의는 “면죄부 용어는 가톨릭 교회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신자들의 죄를 사해 주었다는 인상을 준다”며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천주교에 대한 악의적 용어 사용으로 부정적 모습이 보이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향후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해 주기 바라며 주교회의에서 배포한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 용어 자료집을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교회의가 일반 언론 매체들의 ‘면죄부’ 용어 사용과 관련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언론사들의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자료를 통해‘대사는 벌을 면해주지만, 죄 자체를 사면할 효력은 없다’고 강조한 주교회의는 “죄를 사하는 통상적 방법은 고해성사뿐이므로 면죄부라고 표현될 수 없다”고 못박고 “대사는 교황이나 주교들이 줄 수 있으며 대사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행위는 고해성사 영성체 기도 성지순례 등의 신앙 실천이며 이러한 실천들에는 어떠한 물질적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발표는 2017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일부 종합 일간지들이 독일 체코 스위스 등 유럽내 종교개혁 발원지 순례 기사를 게재한 데 따른 것이다. 순례기를 게재한 대다수 신문들은 내용에서‘면죄부 장사’‘면죄부 판매’ 등의 용어로 대사부에 대한 부분을 다뤘다.

주교회의는 또 면죄부가 오용된 역사를 언급, “중세 유럽 설교가들이 교회 사업의 모금을 위해 대사부(면벌부)를 남발하고 효과를 과장해 대사가 면벌이 아닌 면죄 수단으로 오인되고 또 교회 수입원으로 오용된 역사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대사의 오 남용은 이미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단죄됐고 1414년 콘스탄츠 공의회도 대사 오용의 위험을 경고한바 있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는 “그간 일반 언론과 교과서 등에서 이 용어가 잘못돼 왔음을 여러 차례 지적해 왔고, 이른바 ‘종교개혁’ 당시의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올바른 용어인 ‘대사’로 사용할 것을 요청해 왔다”며 용어 시정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가톨릭신문 : 2011-03-27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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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의 모든 것

죄에 대한 ‘잠벌’ 면제 … ‘구원 보증’ 오해 말아야
선행·기도로 고통 받는 형제 돕는 연대성서 출발
중세 때 돈으로 대사 획득 가능해지며 오용 확대
예수와 성인이 쌓은 ‘공로의 나눔’이 핵심 근거

일반 언론 매체들의 ‘면죄부’ 용어 사용에 대한 주교회의 입장 발표를 계기로 ‘대사(大赦)’에 대한 좀 더 올바른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대사란 어떤 것이고 기원과 근거,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사 교리에 대한 전반적 사항과 역사적 배경 등을 정리해 본다.

대사란?

고해성사를 통해 죄는 사면됐다 할지라도 그 죄에 따른 벌, 잠벌(暫罰)은 남아있게 된다. 그 잠벌은 보속을 통해 없어질 수 있는데 교회는 “현세에서 보속을 못할 경우 연옥에서 보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대사는 이 보속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그 근거는 그리스도와 성인들이 쌓아놓은 ‘공로의 보고(寶庫, treasury)’에 있는 공로를 교회의 권리로 각 영혼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용서, 은사(恩赦), 관대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교황이나 주교들이 줄 수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서 「대사교리」를 반포, 대사에 대한 교회 교리를 다시 한 번 명백히 했다. 바오로 6세는 이를 통해 “대사는 인간 구원 과정에 있어서 보조 수단으로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성혈 공로와 성인들의 넘치는 보속 공로로서 신자가 현세와 사후에 연옥에서 받아야 하는 죄의 잠벌을 사해 주는 것”으로 정리하고 “죄를 범한 신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통해 죄의 잘못을 용서받으면서 지옥 영벌에서 벗어났지만 자기 죄로 생긴 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죄벌은 우선 고해 신부가 부과하는 보속의 실천을 통해 탕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오로 6세는 “그러나 죄인은 아직 잊고 고백하지 못한 죄에 대한 벌이 남아 있을 수도 있고 고해 신부가 지시한 보속이 죄에 비례 되지 못할 수도 있어, 신자는 대사를 통해서 보속하지 못한 잠벌에 대해 면제를 받고 영혼이 정화돼 구원받을 수 있다”고 그 뜻을 명확히 했다.

대사의 기원·근거

교회 내 전문가들은 대사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대교회의 속죄 관습과 중세교회 시기 대사가 발생한 데 대한 역사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중세 후기 교회 안에서의 대사에 대한 오용과 남용, 그리고 이로 인한 ‘면죄부’ 오역과 그 오해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코린토 1서 5장 2~13절, 야고보서 5장 16절 등을 참조할 때 사도들은 죄를 지은 신자를 소속 공동체에서 축출하라는 가르침을 내리고 있으나, 한편 죄를 뉘우치고 속죄한 경우 공동체는 죄인의 속죄에 동참하여 하느님께 그의 용서를 간구할 것을 권유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죄인에 대한 용서를 간구하는 대리기도(代理祈禱) 및 속죄에 참여하는 대속(代贖)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 이것은 지상, 연옥, 천국에 있는 교회 구성원 사이의 영적 교류인 ‘성인 통공’의 교리와 함께 그리스도 신비체인 교회 안에서 모든 신자들이 지체로서 갖는 연대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 공동체가 기도와 고행 그리고 선행을 통해서 고통 받는 형제를 돕게 하는 연대 책임의 모습은 이후 ‘대사’의 개념을 마련한 근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2세기에 들어서면서 대리기도와 대속의 교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6세기 무렵에는 이전에 주교가 집전하던 화해 예절을 신부가 할 수 있게 됐다. 또 개인 비밀 고백이 도입됐는데 이때 고해성사의 주요 요소가 확정되면서 고해 신부는 보속을 부과하는 재량권을 갖고 엄격한 보속을 신심 행위로 대체했다. 또 보속을 다하지 못한 채 사망한 형제들의 구원을 위해 살아있는 신자들의 대속 행위를 허가했다.

잠벌을 사해주는 사면(赦免)의 관습이 생긴 것은 9세기경이었고, 10세기에는 교황들이 선행 즉 수도원과 성당에 대한 재정적 후원을 조건으로 사면을 부여했다. 이어 11세기에는 속죄의 절차가 ‘죄의 고백-사죄-보속’으로 확정되면서 죄의 잘못은 고해 신부의 사죄경을 통해 용서받고 잠벌은 보속을 통해 탕감되는 내용이 굳어졌다.

이 같은 ‘대사’의 확립은 중세기 들어 당시 신자들의 영생에 대한 관심, 죄에 대한 경각심, 대사가 부여된 성당 참배와 성지 순례 등 사죄를 얻으려는 노력으로 표현된 신앙열과 맞물려 성공적으로 시행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대사를 얻기 위한 선행 수단이었던 기부금은 예술품 기증 등을 통해 중세교회 문화 예술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이며, 특히 교황 우르바노 2세가 반포했던 십자군 참전자들에 대한 전대사는 서구 문명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모으고 있다. 대사 시행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에 미친 결과들이라 하겠다.

대사에 대한 오용·오해

중세 그리스도교 신심의 활성화, 교회 예술의 부흥 등 대사의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용(誤用)한 일부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대사는 그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을 맞았다.

14세기 교황청 대분규 시대 교황들은 권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다양한 대사를 남용했다. 특히 제4차 라테라노공의회(1215년), 콘스탄츠공의회(1414년)를 통한 단죄 및 경고에도 불구하고 15세기 중엽에 이르러 대사 획득 전제 요구 조건인 선행이 현금 지불로 가능하게 됨으로써 대사는 교회의 주 수입원으로 오인 받았다.

이로써 대사 설교가들은 모금의 성공을 위해 그 효과를 과대하게 설명, 신자들이 ‘죄의 잘못’과 ‘죄의 벌’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일부 신자들은 대사와 구원을 혼동해서 대사 부여증인 고해성사표를 구원의 보증서로 오해하는 사태들이 빚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세속화로도 이어져 지방 군주들이 교회가 부여한 대사를 관리하고 수익금 일부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을 발생하게 했고 이로 인해 대사는 종교를 구실로 재정적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양상을 띠어갔다.

특히 “교황이 교회 관할권 밖에 있는 연옥 영혼들에게 직접 대사를 부여할 수 없고 그 효과는 살아있는 신자들이 받는 대사만큼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있다”는 교황 교서에도 불구하고 일부 신학자들은 “살아있는 신자들의 선업이 죽은 이들에게 돌아가 연옥 영혼들이 대사를 얻을 수 있고 살아있는 신자들이 받은 대사와 같은 효과를 지닌다”는 잘못된 주장을 펴면서 대사의 오용은 확대돼 갔다.

그러한 배경에서 신자들은 ‘기부금’이라는 선행을 통해 받은 대사는 연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영혼을 구할 수 있다고 믿고 대사 획득을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중세 말기의 지배적인 견해로 자리 잡았다.

당시 교회가 이러한 중요 신학 문제들에 대해 확실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데다, 자유롭게 현안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었던 신학적 자유주의 분위기는 신학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대사의 오용과 세속화를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면벌(免罰)의 효과를 지닌 대사가 면죄(免罪)의 효과를 갖는 것으로 오도됐고 대사부 혹은 대사 증서가 면죄부로 잘못 표현되는 밑 배경이 됐다.

대사의 종류·조건

대사는 보통 전대사와 한대사로 나눌 수 있다. 전대사란 죄인이 받아야 할 벌을 전부 없애주는 것이고 한대사란 그 벌의 일부분을 없애 주는 것을 말한다.

신자들은 어느 대사이든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얻을 수 있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리 기도’ 방식으로 대사를 얻어줄 수 있다. 대사를 연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해 대신 받을 경우 그것을 ‘대원(代願)’이라 부른다.

그러나 대사는 산 사람을 위해서는 대신 얻어 줄 수 없다. 산 사람은 자신이 자기를 위한 대사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교회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은 세례를 받은 자로서 교회에서 파문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며 대사를 받겠다는 의지와 함께 대사 수여 취지에 따라 지정된 선행을 정해진 시기에 합당한 방식으로 수행해야 가능하다(교회법전 996조).

이와 함께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 성당 참배 등의 조건이 채워져야 한다. 고해성사는 대사가 부여된 날 직전 8일 동안 받은 것이 유효하며 영성체는 대사가 부여된 당일뿐 아니라 그 전날과 직후 8일 동안 할 수 있다.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는 교황의 지향을 위하여 어떤 기도를 바쳐도 무방하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거나 다른 기도로 대체해도 된다. 성당 참배는 지정된 성당이나 경당에 참배하고 그곳에서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을 바치는 조건이 채워지면 된다.

보통 대사는 성년(聖年)에 베풀어지지만 성년이 아닌 경우에라도 교황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사가 이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사’에 대해서는 ‘통공’의 교리, 즉 예수님과 성인들이 쌓은 공로가 우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우리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듯 우리들의 선업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나눠지는 것을 기본적으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1년 3월 27일
이주연 기자
  |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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