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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 바오로의 영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조회수 | 2,318
작성일 | 09.09.05
영성은 매우 폭넓은 주제다. 어떤 면에서 바오로 사상의 모든 요소를 영성이라는 범주 아래 분류할 수 있다. 사실 영성이란 영성의 체계,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이 하신 행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을 망라한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이 영성에 대한 좁은 관점을 전제로 한다고 본다. 어쩌면 일상생활 안에서 더욱 참되게 영적 삶을 사는 데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바오로가 무엇을 권고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도와 성령께 자신을 열어놓는 것에 대해 바오로는 어떻게 말하는가? 바오로 영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8가지 요소를 요약해 보자.

1) 바오로에게 가장 근본적인 것은 하느님과 부활하신 주 예수님과 맺는 인격적이고 친밀한 우정 관계다. 바오로의 영성 생활의 핵심은 ‘그리스도 안에’(질문 60참조. 새 번역은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이라고 함. -옮긴이) 있는 것이다. 바오로의 소명은 여기에 토대를 둔다.(1코린 15,8-9; 갈라 1,12) 이 관계는 ‘새로운 피조물’(2코린 5,17; 갈라 6,15)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성령은 이러한 관계를 확증하여 믿는 이들이 세상 안에서 사명을 수행하도록 힘을 불어넣는다.(로마 8,1-27; 15,19; 1테살 1,5-6)

2) 바오로는 또한 하느님이 죄와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실 것이라는 단호한 신앙을 간직한다. 아무리 크게 보이는 장애를 체험할지라도 우리는 하느님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로마 8,31-39) 바오로는 예수님의 부활을 하느님의 힘에 대한 확신의 ‘증거’로 제시한다.(1코린 15장) 예수님이 부활하셨으므로 우리도 부활할 것이다. 예수님이 승리하셨으므로 우리도 승리할 것이다. 바오로는 공동체에 이러한 희망을 간직하라고 권고한다.

3)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진리를 위해 필연적으로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였고,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이 십자가의 낙인이 찍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1,17-25) 십자가는 고통과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에 부름 받았음을 상징한다.

사도직에는 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따른다. 바오로는 이런 어려움들을 용기 있게 맞서야 하는 표지로서 제시한다. 역설적으로 그는 겉으로 보이는 나약함은 사실 강함이라고 말한다.(2코린 11,21-30; 12,10)

4) 바오로는 세 가지 덕목, 곧 믿음·희망·사랑을 자신의 영적 전망 안에 결합시킨다. 영성은 덕스러운 삶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이 세 가지 그리스도교 덕목은 본질적인 것이다. 바오로는 다른 덕목을 강조하기도 하지만(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는 희망이 우선됨) 사랑이 으뜸이며 모든 것을 이겨낸다고 결론짓는다.(1코린 13,13)

서간이 전하는 윤리적 권고는 영성이 윤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성은 세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가치에서 우러나온 삶을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서 실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오로는 여러 윤리적 권고를 할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궁핍한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자극하며 초대한다.(1코린 11,17-34; 2코린 9,6-15)

5) 바오로가 영성 생활의 본질적 구성 요소인 기도를 권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1테살 5,17; 3,10에서는 ‘밤낮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오로는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필리 1,9-11) 자신을 위한 기도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로마 15,30; 1테살 5,25)

또한 바오로는 감사 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하며 스스로도 감사기도를 바친다.(2코린 9,11-15) 그는 또한 하느님이 성령을 통해 기도를 중재하시며 우리가 제대로 기도할 줄 모를 때에도 하느님이 성령을 통해 우리를 도와주신다고 말한다.(로마 8,26)

6) 기도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은 성가 생활이다. 특히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갈라 3,26-27; 1코린 11,17-34)

7) 바오로 영성의 근본 전제는 영성 생활이 개인의 현실뿐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삶이라는 점이다. 바오로는 ‘교회’를 사람들과 친교를 맺으며 서로 돕고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성도들’의 모임이라고 강조한다. 각 개인은 공동체 안에서 저마다 다른 은사를 가지고 있으나 그 근원은 같은 성령이시다.(1코린 12,1-31) 각 은사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진정한 친교를 이루게 하며 공동체 구성원의 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존재한다.(로마 12,9-21)

8) 바오로는 하느님의 은총이 세상에 넘치도록 흐르는데도 인간은 항상 죄를 짓고 유혹에 빠진다는 것을 의식한다.(로마 5,15-21) 이러한 확신은 신앙에 따른 의화에 대한 가르침과 연결된다. 그것은 또한 바오로의 종말론적 관점을 특징짓는 '이미'와 '아직' 사이의 긴장과도 관련된다. 바로 이 때문에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이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확신하면서도 여전히 공동체와 각 사람에게 삶 가운데 구원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라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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