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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묵시란 무엇이고 바오로 서간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조회수 | 2,238
작성일 | 08.09.05
‘묵시’(아포칼립시스: 드러냄ㆍ계시)라는 말은 성경에서 발견되는 문학 유형과 이를 떠받치는 신학적 동기나 관점을 가리킨다. 대표적 묵시문학 작품은 구약성경의 다니엘서와 신약성경의 요한묵시록이다. 그러나 즈카르야 12-14장, 에제키엘 38-39장, 마르코 13장과 같은 대목도 묵시문학의 특징을 드러낸다.

묵시문학은 기원전 5-6세기 구약의 후기 예언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묵시문학은 종교나 사람들의 심각한 위협과 박해를 받을 때 꽃을 피웠다. 묵시문학의 특징을 이루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이원론은 선과 악의 세력 사이에 무서운 우주 전쟁이 벌어진다는 믿음이다. 이원론적 사고방식은 빛과 어둠, 무서운 심판과 구원처럼 대조되는 이미지나 상징으로 표현되며 중복되면서도 대조되는 시대를 나타낸다. 현재를 지나가고 하느님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할 새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 승리가 이루어지기 전에 의인이 고통 받는 중간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거쳐야 비로소 새 시대가 올 것이다.

결정론은 하느님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역사를 책임지고 계시며 그 마지막을 결정한다는 믿음이다. 묵시문학적 관점에서는 겉에 보이는 현상은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이 비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일지라도 하느님이 승리하시리라는 것을 믿는다.

종말론적 심은 앞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하느님이 의로운 사람들한테는 보상을, 의롭지 못한 사람들한테는 벌을 내리시리라는 사고다. 종말(에스카톤: 마지막 때. 이 말에서 ‘종말론’이라는 말이 유래함)에 하느님은 모든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 심판석에 앉으실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하느님을 멀리하고 악하게 산 사람은 누구나 그에 맞갖은 형벌을 받을 것이고 충실하게 살아온 ‘선택된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긴박감은 위에 언급한 여러 개념과 연결된다. 현재의 세상은 끝나가고 있으므로 시험 가운데에서도 충실하게 머물고 의롭게 사는 것에 전념해야 한다. 따라서 항상 깨어 죄로 돌아가려는 유혹에 저항하라고 간곡하게 권고한다.

엄격한 윤리 가르침은 고통과 박해 가운데에서도 종말에 하느님이 정당하게 보상하시리라는 믿음으로 한결같이 의롭게 살아갈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다양한 유다교 종파에서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쿰란 공동체는 묵시문학적 세계관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당대의 여러 유다교 종파가 지나치게 타락하고 이방인들의 영향으로 오염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정한 유다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사해로 도피했다.

신약성경에서도 묵시문학 사상의 여러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예수님 역시 묵시문학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믿는다. 사실 예수님의 어떤 가르침(1코린 7,31; 필리 4,5; 1테살 5,2)

바오로는 종말의 정확한 시간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메시지에는 종말이 다가온다는 긴박감이 담겨 있다. 그는 또한 하느님이 인간의 역사를 책임지시고 그 결과를 미리 예정하셨으며(로마 8,28-30) 마지막에는 승리하시리라고(8,18-25; 1코린 15,20-28) 믿는다.

선과 악의 세력 사이에 우주 전쟁이 벌어질 것이므로 바오로는 공동체에게 어둠보다 빛 안에서 살기를 밤보다 낮의 자녀로서 살아가기를(로마 13,12; 2코린 6,14; 1테살 5,5) 바라며 자신이 선포한 복음에 충실하기를 요청한다. 악의 세력 아래 있는 현세는 지나가고 의로움이 다스릴 새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1코린 2,6-9; 갈라 1,4)

마찬가지로 바오로의 전승에 속한 서간들도 묵시문학 사상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에페 5,8-9) 바오로는 때때로 묵시문학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환시와 계시에 대해 말하며 그것이 하느님의 뜻을 드러낸다고 하면서(2코린 12,1-7) 그런 체험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을 경고한다.

바오로의 유다 배경에 뿌리를 둔 묵시문학적 세계관은 신학ㆍ영성ㆍ윤리 등 여러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바오로 서간을 읽을 때 묵시문학적 세계관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올바른 문맥 안에 바오로 사상이 자리 잡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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