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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명윤리] 품위있는 죽음
조회수 | 1,909
작성일 | 07.03.10
'품위있는 죽음'은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안락사를 지지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모두가 내세우는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안락사를 지지하는 측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고통에 일그러진 추한 모습, 혹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주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큰 부담을 안기면서 사느니 차라리 안락사로 깨끗이 죽는 것이 한층 더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한다. 반면, 안락사를 반대하는 측은 비록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중에 있는 말기 상태 환자도 자기에게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자기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평화로움과 용기를 갖고 맞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적 죽음이며, 품위있는 죽음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오래 전 병원사목을 공부하면서 적지 않은 말기 환자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그들 환자 대부분은 죽음을 두려워했고, 죽음을 향해 진행되는 시간들을 매우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여태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두려워했고,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때문에 또한 매우 힘들어했다. 그러한 힘든 죽음의 과정으로 어떤 환자들은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고, 또 어떤 환자들은 하느님께서 자기를 빨리 불러 가시도록 내게 기도를 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필자는 그런 환자들을 통해 놀라운 체험을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또 안타깝게 했던 환자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변화하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서다.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갔고, 고통과 싸우고 있는 환자라고 볼 수 없는 평화로운 얼굴 모습이 되어갔다. 그렇게 힘들어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서슴지 않고 먼저 꺼낸다. 그리고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마치 잠자는 듯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어떤 죽음이 과연 인간적 품위를 지니고 죽는 죽음이겠는가. 안락사라는 방법을 통해 죽는 것이 이처럼 큰 평화와 안정을 가지고 죽을 수 있게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내적 두려움과 심적 갈등을 거두어내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더 비인간적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닐까.

모든 인간, 특히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는 당연히 인간적 품위를 지닌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이 '죽을 권리'가 자기 자신의 손으로 또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죽음을 획득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이란 인간 생명이 완전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인간적 품위를 지니고 죽는다는 것은 평화로움과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죽음에 순응하는 것이리라. 바로 이런 의미에서 죽음이란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적 품위를 지닌 죽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평화신문 : 2007-01-14 서울대교구 이동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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