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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명윤리] 양심적 거부
조회수 | 1,886
작성일 | 07.03.10
지난 2월 23일부터 3일간 로마에서 열린 교황청 생명학술원 국제대회에 다녀왔다. 세계 약 50여 나라 120여명 회원들과  생명윤리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은 '생명권 지지를 위한 그리스도적 양심'이라는 주제로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다시 확인하고 나아가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매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국제대회 기간 중 대부분 시간을 '양심적 거부'에 대해 다뤘다. 양심적 거부란 '법률 준수에 있어서 그 내용이 양심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법률 위반으로 벌금을 내거나 감옥을 가야한다 하더라도 그 위반에 대한 양심적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이미 동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낙태를 합법화하면서 낙태를 거부하는 의사에게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거나 또는 만드는 과정 중에 있다고 한다.

낙태가 끔찍한 유아 살해라고 확신하는 그리스도 신자 의사들이 만일 낙태를 요구하는 임산부를 진찰하고 나서 "나는 양심적으로 당신의 낙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습니다"고 말한다면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에서 낙태를 거부하도록 가르치는 가톨릭교회는 결국 그 나라에서 범법을 가르치는 반국가 단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이미 생명권이라고 하는 인간의 기본권이 더 이상 법률로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약한 이들의 생명이 법 자체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생명을 사랑하고 그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심각한 물음이 제기된다. 침해받는 생명을 보호하려는 행동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또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압력에 직면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이번 국제대회는 양심적 거부를 선택하기 위한 조건들이 어떤 것인지를 검토했다. 또 더 근본적으로는 도덕적 양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도 심도 깊게 다뤘다.

대회 둘째 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참석자들에게 도덕적 양심 형성의 중요성과 생명권 지지를 위한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진리에 기초하고, 올바르며, 모순이나 배반 그리고 타협하지 않고 규범을 따르는 참된 양심을 형성하는 것은 어렵고 미묘한 오늘날의 현실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생명권에 대한 여러 가지 폭력 행위들에 저항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낙태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피임약을 팔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의사들이나 약사들도 있다. 그러나 낙태 시술을 하지 않음으로써 병원 문을 닫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국제대회를 통해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 관리자, 법률가 등 다양한 보건 분야에서 양심적 거부 문제가 생명권 지지를 위한 매우 중요한 초석이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양심은 언제나 존중돼야 한다는 변함없는 기본원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평화신문 : 2007-03-11 서울대교구 이동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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