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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말씀의 씨앗과 마음의 밭’
조회수 | 87
작성일 | 20.07.11
[청주] ‘말씀의 씨앗과 마음의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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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대한 말씀입니다.

복음의 내용처럼 농부가 무작정 씨앗을 돌밭이나 길바닥, 가시덤불 속에 씨를 뿌리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시 팔레스티나 지역의 농사법은 우리나라와 전혀 달랐다고 합니다. 팔레스티나 지역의 땅은 대체로 바위가 많고, 더운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메마르고 굳은 들판에 먼저 씨앗을 뿌리고, 비가 오면 그때 쟁기질을 해서 땅을 갈아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오늘의 비유 말씀을 통해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밭’은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의 상태’이며, 생명의 씨앗인 말씀의 자리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풍요로운 결실을 맺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느님께서 누군가에게는 ‘좋은 씨’를 누군가에게는 ‘나쁜 씨’를 가려 주지 않으시고, 모든 이에게 ‘좋은 씨’를 주십니다.

‘좋은 씨’도 그 씨를 받아 가꾸는 이의 정성이 없으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말씀은, 우리 삶의 주도권이 하느님께 있지만 인간의 협조도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즉, 신앙의 결실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정성 어린 노력의 몫도 있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그리스도는 당신 자신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법 없이, 씨 뿌리는 사람처럼 인간들 마음 안에 말씀의 씨앗을 뿌립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각자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가끔, 세상의 유혹과 재물에 마음이 빼앗기거나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땅을 일구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만약, 세속적인 것을 우상으로 여기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탐욕을 부리고 살아간다면, 그런 마음의 밭에서는 하느님 말씀이 결코 자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삶의 조건을 선택 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만큼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가 무한대의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인격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유만큼은 박탈당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관)’시대를 접하면서 삶의 환경과 양식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교회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걱정과 우려 속에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의 신앙생활, 교회 전반적인 사목활동의 반성과 쇄신이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전하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의 말씀은 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신앙의 씨앗을 받아들이는 우리 각자의 마음 밭을 들여다보라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각자의 마음을 열고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되돌아보며, 마음의 밭을 잘 가꾸어 신앙의 열매를 풍성히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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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 최용석 세례자 요한 신부
2020년 7월 12일 철주교구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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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길마다 기름진 땅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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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이 땅에 찾아오시어, 넘치는 물로 풍요롭게 하시나이다. 하느님의 강은 물로 가득하고, 당신은 곡식을 영글게 하시나이다.”(시편 65,10)

저는 말씀 묵상을 준비할 때 오늘 화답송 시편 저자의 체험을 종종 합니다.

말씀은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의 삶을 건드리고 그 인간의 찬미는 기도가 돼 하늘로 다시 올라갑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의 일상에서도 이런 하느님 말씀의 활동은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과 인간의 관계라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치는 오늘 말씀은 참으로 생생하고 역동적입니다. 말씀 선포를 위해 하늘과 땅, 인간이 움직입니다.

하늘에서는 하느님 말씀이 비와 눈처럼 내려와 우리에게 뿌려야 할 씨앗과 양식을 주십니다.(제1독서) 땅에서는 하늘의 지혜이신 예수님이 어제의 위기와는 상관없이 오늘 성실하게 씨를 뿌리러 집에서 나오십니다.(복음)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수많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영광을 바라보며 복음의 씨를 뿌렸던 자신의 삶을 전합니다.(제2독서)

■ 복음의 맥락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과 거부하고 비난하는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갈라짐이 점점 깊어갑니다.(마태오 11-12)

이제 예수님은 마태오복음 13장에서 하늘 나라의 신비에 대한 여러 비유를 통해 군중과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비유들의 의미와 그것들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초대합니다.

먼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군중이 그분의 권위 있는 가르침에 집중하게 하면서 가라지, 겨자씨, 보물과 상인 비유 등 여러 가지 비유를 계속 말씀하실 것입니다.

비유의 목적은 들은 사람이 그 비유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임을 깨닫고 결단을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듣고 깨달은 사람은 예수님 제자로, 세상이라는 하느님 밭에서 씨 뿌리는 농부로 살아갈 것입니다.

마태오는 예수님을 항상 모세보다 뛰어난 교회의 스승으로 소개하는데 오늘 말씀에서도 예수님은 하늘 나라를 가르치는 지혜로운 교육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말씀 경청의 첫 단계는 말씀하시는 분에게 매료당하는 것입니다.

■ 예수님, 지혜로운 스승

예수님은 그분 선교가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제자들만 따로 불러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것이 더 보람 있고 열매를 쉽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낯선 곳으로, ‘변방으로’ 가서 가르치십니다.

호수에 떠 있는 배 안에서 물가에 서 있는 군중을 상대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가르치십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된 시점에서 복음을 읽으니 첫 인상은 이렇습니다. ‘우리 예수님, 적당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환기가 잘 되는 호수에서 군중을 상대로 대면 교육을 하고 계시네.’ 예수님은 구약의 지혜로운 교사들이 늘상 하듯이 청중의 수준에 맞게 가르침 도구로 비유를 택하십니다.

추상적인 교리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당신이 면밀히 관찰하고 선교생활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토대로 하늘 나라의 신비를 가르칩니다. 사실 씨뿌리는 사람 비유는 예수님 자신의 체험입니다.

제자들처럼 예수님께 다가와 질문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들, 아직 ‘물가에 그대로 서 있는’(마태오 13,2) 사람들에게 하늘 나라의 신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자극하십니다. 결단을 내리라고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 보도록 돕습니다. 또 제 시선을 끄는 것은 교사로서 예수님이 보여 주시는 태도, 무한한 관대함입니다.

가르쳐야 할 것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좋은 땅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뿌립니다. 바로 열매를 보려고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그분이 뿌린 씨의 완전한 수확은 그분의 공생활이 아니라 종말에 가능할 것입니다.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지금 따를 것인지, 나중에 올 것인지 청중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들의 능력을 신뢰합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한 것으로 돼 있는 비유에 대한 설명은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신 것이라기보다 씨 뿌리는 예수님의 비유에 대한 마태오 공동체의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 공동체는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랍비 유다이즘이 강화되는 시기에 소수 공동체로 살며, 이 비유를 되새기면서 위기와 역경 속에서 그들의 신앙을 심화시켰을 것입니다.

■ 보고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한 해를 은혜로 기름지게 하시니, 당신이 가시는 길마다 기름진 땅이 되나이다.”(시편 65)

하느님 말씀이 지나가는 길인 내 인생은 얼마나 ‘기름진 땅’이 됐을까? 우리 시대에 지혜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힘든 요소는 무엇일까 질문해 봅니다.

저에게 지혜의 말씀에 대한 경청을 막아 버리는 돌밭이나 가시덤불은 지혜 문학에서 자주 말하는 어리석음, 곧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쉽게 분노하는 것,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오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내부 요인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으로 말씀이 뿌리내리기 힘든 땅들도 세상에 많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 뉴스만 봐도 우리의 무관심과 편견 때문에 말씀의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땅들을 보고 듣고 깨닫게 됩니다.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마태 13,16)

좋은 땅을 가리느라 노심초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복음서 전체에서 항상 장소를 가리지 않고 씨를 뿌리셨고 어떤 열매를 거둘지는 하느님께서 맡기신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 주신다면, 하느님 자녀인 우리도 ‘씨 뿌리는 전문가’인 예수님께 매일 씨 뿌리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씨 뿌리는 장엄한 권한을 나눠 주신 하느님께 결국 그분이 거두셔야 할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야서 55,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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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숙희 레지나 - 엔아르케성경삶연구소 소장
2020년 7월 12일 가톨릭신문에서
  |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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