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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착하고 성실한 종, 악하고 게으른 종
조회수 | 78
작성일 | 20.11.13
[광주] 착하고 성실한 종, 악하고 게으른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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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본당에는 공소가 두 곳 있었습니다.
주일 새벽에 바닷가 쪽의 공소 미사를 하고, 주일 오후에 산 쪽의 공소 미사를 갔습니다. 공소였지만 두 곳 모두 일 년 내내 주일 미사를 빠지지 않고 봉헌했습니다. 바닷가 쪽은 바다를 막은 간척지가 발달되어 논농사를 주로 했습니다.

얼굴이 짙은 구릿빛으로 검붉게 그을린 아버지가,
아내와 고1 아들과 함께 농사에 쓰는 녹슨 작은 트럭을 몰고 주일 새벽 공소 미사에 오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별로 말이 없는 아들은 읍내로 통학을 하는데 얼굴이 하얗고 잘생긴 얼굴에 늘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간척지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볼 때마다 늘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는 공소의 사목회 총무를 하며 공소 일도 빈틈없이 잘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늘 이방인이었습니다. 공소 미사에 나오는 신자나,
냉담 중인 신자를 만나도,
그가 안보이면 늘 험담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 집에 대한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 고1 아들이 입양한 자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공소 신자들도 수군거렸습니다. 밝기만 하던 그의 얼굴도 점점 수척해 가더니 그의 가족들이 공소 미사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 그는 사제관에 찾아왔고,
공소 사목회 총무 사표를 쓴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성당 마당에는 그의 녹슨 트럭에 아내와 아들이 타고 있었고 작은 짐칸에는 초라한 이삿짐이 실려 있었습니다. 경기도로 가서 공장에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그 공소의 어떤 자매가
이 가족이 이곳 공소로 이사 오기 전의 마을로 시집을 갔고, 친정에 다니러 온 그녀는 입양한 이야기를 온 동네에 퍼뜨렸습니다. 자식이 없던 농사꾼은 아들을 입양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머나먼 다른 고장으로 이사와 살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또 다른 곳으로 머나먼 길을 떠났습니다. 아들이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마음으로 신뢰하고,
그의 아내는 가난한 이에게 손을 펼치며,
불쌍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잠언 31장 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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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 김재기 안드레아 신부
2020년 11월 15일 <광주대교구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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