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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거지신앙과 순교신앙
조회수 | 1,031
작성일 | 11.10.14
당신은 성당에 무엇을 받으러 왔습니까,
아니면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러 왔습니까? 성당에 와서 받는 게 많습니까,
혹은 주는 게 많습니까?
신앙생활은 받는 생활과 주는 생활 중 어느 편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신앙생활은 내어 주는 삶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받기 위함이 아니라 주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신앙인은 어떻게 하면 잘 줄지를 궁리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아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반대로 받기만 하는 신앙은 그릇된 신앙입니다.
주지는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 신앙의 형태는 흔히 말하는 사이비 종교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그릇된 신앙을 가진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교회에 받으러 나오십시오.
복을 받으십시오. 구원을 받으십시오. 병자들은 와서 치유를 받으십시오. 사업 번창으로 돈을 벌어 가십시오. 가정 문제의 해결책을 받아 가십시오. 학생은 공부 잘하는 방법을 받아 가십시오."
 
그들은 이렇게 무언가 받아가라고 계속해서 외쳐댑니다.
신앙을 그저 받기만 하는 것처럼 선전합니다. 하긴,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겠죠. 병을 고치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꽤 많은 사이비 종교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유혹합니다. 받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 심리를 이용해서 받아가라고 마음을 충동질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받기만 해도 되는 사람은 아직 어린아이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혹은 걸인입니다. 아이나 사회적 약자는 아직 힘이 없어서 받아야합니다. 우스갯 소리로 걸인은 받는 것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게 직업이니 받아야겠지요.
 
우리 신앙인이 아기처럼 무언가를 받기만 한다면
신앙이 미성숙하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받는 게 직업인 걸인처럼 산다면 구걸하는 신앙인이 되지 않겠습니까. 교회도 받기만 하는 장소요 받는 방법만 가르치는 곳이라면 그 역시 걸인의 교회요 걸인 양성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받는 방법만 가르치는 사이비 종교를 지켜보면 참으로 잘도 받아냅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먼저 돈을 내라. 죄의 용서와 구원을 받으려면 먼저 많은 헌금을 내라"고 외치며 많은 헌금을 요구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종교는 신자 숫자가 천주교회보다 적지만 헌금액수는 열 배를 훌쩍 넘긴답니다.
 
주님의 집인 교회는 주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주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에서 무엇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무언가를 주기 위함입니다. 교회는 밀알이 돼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빛과 소금이 돼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에서,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받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신자들이 내 놓은 재물과 봉사와 사랑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하느님이 주셨기에 다시 그분께 돌려 드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자녀로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에게 사랑과 봉사를 전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이웃이 돼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 25장 최후의 심판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줘야 합니다.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는 것은 우리의 절대적 사명입니다.
 
받기만 하는 신앙을 '걸인의 신앙'이라고 부른다면
주는 신앙을 '순교자의 신앙'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주고 또 주고 목숨까지 내어 주는 것이 순교자의 신앙입니다. 그런 신앙이야 말로 참 신앙입니다. 우리 역시 순교신앙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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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박용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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