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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숨 고르기
조회수 | 155
작성일 | 20.08.05
[원주] 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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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부드러움이 능히 강함을 제압한다'는 의미입니다.

강해야만 무언가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병법서에 등장하는 이 고사성어는 오히려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일에는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운동뿐만 아니라 감정, 공부, 대화, 심지어 기도와 하느님 체험까지도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대로 숨을 고르는 법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듯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게하고,
군중들을 흩으십니다. 제자들은 몰려있는 군중으로 인해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파도처럼 밀려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예수님께서는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벗어나 숨 고르기 할 시간을 주십니다. 그래야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알아야할 것은 많은 군중으로 인해 그들이 인기가 있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만큼 하느님을 목말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또한 풍랑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들에게도 숨 고르기 할 시간을 주십니다. 어떠한 일 앞에서 겁을 먹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강 건너편으로 가라는 당신의 말씀에 따라 길을 나선 제자들이 만난 시련은, 후에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로서 겪어야할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수님은 제자들이 만난 풍랑을 통해 당신이 늘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도록 하십니다. 하지만 든든한 후원자의 존재도 격한 감정의 상태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숨고르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도 숨 고르기의 필요성을 알려주십니다. 단지 스승님이 그렇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도 물 위를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베드로의 단순한 부탁에 예수님은 응하십니다. 그러나 당신보다는 자신을 더 믿었기에 베드로는 물속에 빠져버립니다.

이런 베드로를 바라보면서 하신 말씀은,
당신이 맡기실 천국의 열쇠를 지닐 그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알려주신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으로 인한 두려움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로 모든 일을 극복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앞서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숨 고르기가 필요함을 베드로에게 알려주신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서
하느님 안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은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내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올바로 바라보기 위해서도, 그리고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하느님을 체험하기 위해서도. 힘을 빼고 숨을 제대로 고른 이만이 다시금 힘차게 앞으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세상은 '빠름의 미학'이라는 말로
이러한 시간을 경시할지 모르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이 시간은 의심으로 갈라진 하느님과 나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귀한 시간입니다. 제대로 숨을 고르는 그 시간에 하느님은 어느새 다가와 나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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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성호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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