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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조회수 | 2,026
작성일 | 05.07.29
더운 여름날의 시원함을 주님의 사랑에 가득 담아 드립니다. 본당에 부임해서 첫 번째 맞는 여름이라 설레이며 하루하루 기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청소년 행사로 바쁘고 열정을 쏟고 있는 봉사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냥 즐겁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제가 심하게 유혹받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더 잘 할 텐데...’,
‘성당에 이런 공간과 시설이 있으면 잘 할 텐데...’

무언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유혹입니다.
이런 마음이 저를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을 쉽게 지치게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사제가 된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하느님 보다는 내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습니다. 제 안에는 하느님의 자리보다는 내 자신의 능력이 가득차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족한 점을 탓하면서 포기하려는 마음속에는 불평과 오만함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저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큰 힘으로 다가옵니다.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다”

수 천명의 군중 앞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바로 지금의 저의 모습입니다.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힘빠지게 들립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예수님의 말씀이 어떻게 들리십니까? 저의 계산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립니다. ‘여기는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 먹도록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족함 속에
주님의 자리를 마련하기 보다는 우리의 힘으로만 하려고 합니다. ‘이것 밖에 없다’는 마음에는 더 이상 나눌 것도 없습니다.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예수님께서는 한데 모으셨는데, 나는 여러 가지 조건과 이유를 들어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러 성당에 오는 사람들을 오히려 도와주기 보다는 여러 가지 조건을 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모습입니다.

이것밖에 없음에
힘들어 하고 있는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시며 나누고 계십니다. 이것 밖에 없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을 나누시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나는 내 것을 챙기느냐고 줄 것이 없다고, 그리고 나의 능력을 믿다보니 이 상황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고 계십니다.

내 것을 챙기다 보니
나눔에 있어서도 나는 나의 것을 나누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산이 앞섭니다. 나눈다는 것은 나의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나누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 모두를 말입니다.

우리가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기 위해서는
부족함 속에서도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주님께서 함께 하시면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능력과 외적인 조건으로만 살아가려 한다면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없습니다. 항상 부족한 면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는 성체성사를 통해,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은 지금 우리에게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신다는 것은 우리의 몸을 즉 내 전부를 나누는 잔치에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시는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능력과 외부조건을 믿기 보다는 하느님께 의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더운 여름날 내 자신을 나누며 감사의 기도를 드릴 때 주님께서 12광주리가 넘는 시원함을 선사해 주실 것입니다.

길고 긴 사막을 지나면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처럼 오늘 주님께서 우리들 가슴속을 촉촉이 적셔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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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최민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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