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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잔치에 초대받은 당신
조회수 | 2,204
작성일 | 05.10.08
13세기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사상가이자 시인이며 이슬람 신비주의(수피) 교단을 창시한 루미
(Mevlana Jelaluddin Rumi : 1207-1273)의 시 한편을 먼저 들려드릴까 합니다.

하느님은 모든 영혼들 위에
당신의 빛을 흩뿌리신다.
옷자락을 펼처 그것을 받는 자들은
행복한 자들이다.
그 행운아들은 하느님 말고
다른 아무 것도 바라보지 않는다.
사랑의 옷자락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 몫을 잃는다.

마지막 구절의 '사랑의 옷자락(skirt of Love)'은 사랑으로 펼치는 옷자락 혹은 사랑을 담는 옷자락 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한편의 시가 오늘 복음을 새롭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빛을 모든 영혼들 위에 흩뿌리시듯 우리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잔치에 초대하셨습니다. 잔치는 바로 하느님 나라, 충만한 삶, 기쁨 가득한 삶, 활기가 넘쳐나는 삶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이러한 잔치의 삶으로 초대하셨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잔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사의 걱정거리들-먹을 것, 입을 것, 헛된 욕망들에 빠져 매일 번민과 고통 가운데 살아갑니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무언가가 부족하고, 무엇을 해도 기쁨이 없으며 활기가 없습니다. 그들의 삶은 잔치의 삶이 아닙니다. 그들 마음 깊은 곳에서 잔치의 삶을 원하고 있고 또 하느님께서 그들을 그 삶으로 초대하셨음에도 그들은 그러한 삶이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기까지 합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이미 오래 전에 우리에게 보내주신 잔치예복, 사랑의 옷을 입고 그 옷자락을 펼쳐 그분께로 향하기만 하면 될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 안에서 자신이 잔치의 삶으로 초대된 것을 알고 잔치처럼 충만된 삶을 살았던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루미는 사랑의 옷을 펼쳐 입고 하느님의 빛을 받는 사람, 잔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행운아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으실 때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의 능력을 주셨고 그 사랑의 능력이 바로 우리를 하느님의 나라에서 잔치의 삶을 살도록 합니다. 일상의 걱정거리들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이제 사랑의 옷자락을 펼쳐 입고 잔치에 참여할 때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영혼들 위에 당신의 빛을 흩뿌리신다. 옷자락을 펼처 그것을 받는 자들은 행복한 자들이다. 아멘.

남종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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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선택 받은 사람

비가 많이 오는 날, 운전하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자동차는 원을 그리며 돌게 됩니다. 바로 이때 주변에서 달려오던 차와 충돌하게 되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죠. 이런 사고는 바퀴와 도로 사이가 온전히 밀착되지 않고 그사이에 끼어든 ‘비’라는 이물질 때문에 발생하게 됩니다. 순수하게 도로와 바퀴만이 존재해야 할 공간에 비라는 불청객이 끼어들면서 바퀴는 도로에 착지하지 못하고 결국 원하는 방향의 궤도를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도로와 차바퀴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에서도이물질의 개입은 언제고 우리를 차선에서 이탈하게 합니다. 하느님과 나 사이에 믿음과 사랑이 아닌, 다른 마음이 그 자리에 끼어든다면 신앙은 그 순간 공든 탑이 무너지듯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혼인 잔치를 베푸는 임금의 모습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임금은 종들에게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처음 초대받은 이들은 임금의 초대에 부응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가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려죽이기까지 합니다. 이에 진노한임금은 고을 어귀에서 만나는 사람, 악한 사람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잔치에 불러오라고 종들에게 명령합니다. 두 번째 초대받은 손님들, 그들은 임금의 명령으로 하인들에게 불려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잔치에 참여할 예복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중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을 나무라며 바깥 어둠 속으로 던져버리십니다.

“고작 예복 하나 때문에?, 자비로우신 예수님께서 너무 하신 거 아닌가?”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에게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이물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여기에서 예복은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아니라, 신앙인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하느님을 향한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그곳, 그 혼인 잔치에 함께하고는 있지만, 진정 그곳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열정이 없다면 아무리 신명 나는 잔치라 해도 그 시간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대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서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나의 몸만, 신자로서의 의무감만 이곳에 머물러있다면 지금의 이 은총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이 되고 맙니다. 하느님께 초대받은 오늘의 이 귀중한 시간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 이 기쁨의 잔치를 신명 나게 즐겨보도록 합시다.

▬ 군종교구 이승남 스테파노 신부 - 2017년 10월 15일
  |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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