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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로”
조회수 | 2,160
작성일 | 05.10.15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 은 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가지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모두가 침략자인 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나 어쩔 수 없이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복음서에 소개되는 가장 완고한 죄인들인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예수님께 질문을 한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라고 답변하신다. 그러면 카이사르의 것은 무엇이고 하느님의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하느님의 것이고 무엇이 세상의 것일까?

유다인들에게 있어 임금은 오직 한 분, 그들의 하느님이셨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에게 다른 임금을 강요하였다. 로마 제국의 속국 백성인 그들 위에는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가 군림하였던 것이다. 또한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신)은 오직 한 분, 야훼이셨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에게 다른 신을 강요하였다. 로마의 황제는 곧잘 자신을 신성화해서 자기에게만 경배할 것을 강요한 것이다.

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면서도
죄를 뉘우치지 않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로마황제의 법을 어길때 따라오는 일시적인 벌은 두려워하면서도, 하느님의 법을 어기는데 따라오는 영원한 벌은 두려워 할 줄 몰랐다. 카이사르와 하느님 사이에서 겪었던 유다인들의 이율배반, 아마도 신앙인들도 계속 이와 비슷한 이율배반 속에서 살아간다.

욕심은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인양 살아가도록 하고,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두고 추구하도록 충동질한다. 그런데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을 때에 인간은 자기의 것이라고 착각하였던 그 모든 것을 다 두고 떠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하느님보다 사람을 더 두려워한다. 하느님의 눈보다 사람들을 더 의식하고, 하느님의 심판보다 사람들의 평판에 더 관심을 갖고, 하느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노력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것이다.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하느님의 것이다. 나의 것으로 생각하였던 나의 재산과 생명, 모두 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며 하느님의 것이다. 나의 것으로 생각하였던 시간과 재능, 모두 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며 하느님의 것이다.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들은 세속안에 있지만 세속에 속해서 매어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하느님의 것으로 알고 그분께 다 드려야 한다. 더구나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우리들인 만큼 하느님을 닮은 사람답게 모든 것을 그분을 위해서, 그분 안에서, 그분과 함께 생각하고 말하고 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고린토 1서 10장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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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배명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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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가을 저녁노을 속으로 아름답게 퍼져 나가는 음악 선율이 있었습니다. 어제, 음악부 신학생들이 의왕에 있는 성라자로 마을에 계신 한센병 병력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뵙고, 피아노와 기타와 바이올린 그리고 노래로 위로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한센병으로 얼굴이 많이 상했고, 손이 뭉그러지고,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어 딱딱한 의족과 기타 장비나 도움의 손길 없이는 지내기 불편한 분들이셨습니다. 그렇지만, 신학생들의 방문 소식에 침대에 누워계시던 분들까지 모두 나오셔서, 학생들이 부족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무대에 함께 즐거워하셨습니다. 모든 순서가 다 끝나갈 무렵 대표님께서는 “바쁜 일정 속에 이렇게 우리를 찾아 주고 기쁨을 주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사제가 될 여러분을 보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와 함께하심을 느낍니다. 여러분이 좋은 사제가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긴장하며 진행했던 신학생들이 환하게 웃는 것을 보니 제 마음도 흐뭇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서로 안에서 만나고, 전하고 있음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나누려고 한 것뿐인데, 함께한 모든 이가 기뻐해 주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붉게 물든 노을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전문가도 아니고 재능이 특출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함께하시면서 기뻐하시며 좋아해 주신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마 ‘위선’(僞善)이나 ‘악의’(惡意)없이, 신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영혼을 돌보고 기쁨을 주려는 ‘선의’(善意)의 마음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에게 올가미를 씌우려는 악의와는 반대되는 모습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자기 제자들과 헤로데 당원들을 동원하여 예수님께 아첨 어린 질문을 합니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께서 진실하시고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지 않으시는 줄 압니다. 과연 스승님은 사람을 그 신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먼저 예수님을 띄워놓은 다음, 당시 민감한 문제였던 ‘황제에게 내는 세금’을 가지고 올가미를 씌우려 합니다. 당시 ‘어떤 신상(神像)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탈출 20,4)는 율법이 있었지만, 로마 황제는 스스로 신(神)이라 여겼고, 로마 황제의 얼굴이 새겨진 돈을 사용한다는 것은 로마 황제를 신으로 인정하는, 즉 우상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납세를 거부하는 것은 로마 황제에게 반기를 드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악의를 아시고, “위선자들아,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세금으로 내는 돈을 나에게 보여라.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라고 물으십니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그들은 경탄하며 예수님을 두고 물러갑니다.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법에 충실하며 경건한 신자라고 자부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황제는 자신의 백성을 위한 봉사자로 살아야 하는 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바리사이들은 악의가 가득한 위선자로, 황제들은 스스로 신이라 칭하며 무서울 것이 없는 존재가 됩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것을 가장 속된 것으로 바꾸어 버린 이들입니다. 이들이 하느님의 것을 가지고 그 뜻을 따라 살았다면, 그들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챙겼고, 악의와 위선을 하느님께 드렸습니다.

“라자로 마을의 어르신들은 손이 뭉그러지고, 발이 떨어져 나가고,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기도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하며 지내십니다. 그러면서 혹시 세상에서 멀쩡한 몸을 갖고 죄짓는 이들을 위하여 대신 보속하며 기도하십니다.”라고 어제 만난 수녀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은 바리사이나 황제와는 다른 삶을 살면서,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바치고 계신 분들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돌려 드리기 위해, 나의 사제직에 충실할 것을 다시금 다짐해봅니다. 그리하여 나의 인생이 저물 무렵,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 저녁노을 속에서 하느님의 환한 얼굴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때 여러분과의 기쁜 만남도 기대해 봅니다.

최인각 신부
  |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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