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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신앙의 핵심은 오직 예수님
조회수 | 2,075
작성일 | 05.10.15
아이들과 함께 가을소풍을 다녀왔습니다.
하늘이 얼마나 청명하던지 기분은 또 얼마나 좋던지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봉고차 뒷좌석에 앉은 저는 운전도 안 하겠다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거의 거만하고 방자한 자세로. 그렇게 자세를 취하니, 자연스럽게 제 좋지 않은 버릇이 나오더군요. '다리 떠는 버릇'이 저도 모르게 시작됐습니다. 그런 제 꼴을 곁눈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던 한 아이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한 마디 던지더군요.

"신부님, 제발 다리 좀 떨지 말아요. 그리고 자세가 그게 뭐예요?"

아이 훈계에 속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즉시 다리 떠는 것을 멈추고 자세도 바로잡았습니다. 그제야 제가 자주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얘들아, 제발 다리들 좀 떨지 말거라. 다리 떨면 복이란 복은 다 나가고 3년 동안 재수 없단다."

"얘들아, 앉을 때는 늘 어깨를 곧게 세우고 똑 바로 앉으면 좋단다. 자세가 좋아야 인생이 활짝 피어난단다."

아이들, 형제들과 함께 살면서 또 강론대에 설 때마다 가르치는 입장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합니다. 때로 고독합니다. 때로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제가 선포하는 말씀과 제 구체적 일상 사이의 너무나 큰 괴리감에서 오는 부끄러움으로 늘 고민합니다.

언행의 불일치,
그것으로 인한 괴로움은 상당합니다. 고백소 안에서, 상담하는 과정에서, 강론대에서 갖은 좋은 말, 있는 말 없는 말, 그럴듯한 말, 번지르르한 말은 다 하지만, 제 삶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위선의 극복,
언행일치 문제는 가르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딜레마인 동시에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
그들은 위선적 행동,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행동, '꼼수', '잔머리' 등으로 틈만 나면 예수님께 아주 강한 질타를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전형적 위선자로 낙인찍힌 바리사이파 사람들,
그들도 처음에는 겸손한 지도자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습니다. 지속적이고 진지한 자기성찰이나 자기 쇄신은 뒷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유입이 없다 보니 자기 주장만 강하게 됐고 '고집'만 늘게 됐습니다. 비판세력의 진심어린 조언도 기분 나쁘게만 들렸습니다. 그들은 점점 언행이 어긋나는 이중적 '사이비 지도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께 아주 곤란한 질문을 던집니다.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바치지 않는 것이 옳습니까?"

참으로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드디어 예수님에게 올가미를 씌울 건수를 마련했다'고 희희낙락했습니다. 이렇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끝까지 하느님 은총의 선물로 오신 예수님을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극진한 표현으로 이 땅에 오신 메시아께 갖은 악랄한 방법으로 '딴죽'을 겁니다. 이토록 완고한 바리사이파 사람들 앞에 예수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셨겠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생각할수록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틈만 나면 예수님 주변을 정탐합니다. 틈만 나면 꼬투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습니다. 예수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그들 본업처럼 여겨집니다.

생명의 길을 목전에 두고
죽음의 길을 걸어가는 그들 삶이 너무도 안타까웠던 예수님은 '제발 좀 정신들 차리라'고 신랄하게, 아주 강도 높게, 아주 구체적 예까지 하나하나 들어가며 자존심 상하는 말을 그들에게 던지시는 것입니다. 그들의 그릇된 삶을 반드시 개선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독설을 던지십니다. 그러나 끝끝내 그들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걸고 절대로 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도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얼마나 자주 신앙의 핵심인 예수님을 외면한 채 비본질적인 것들과 부차적인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지 한번 반성해보면 좋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신앙의 핵심은 오직 예수님,
그분뿐입니다. 그분을 하느님으로 고백하고, 그분 사랑을 방방곡곡에 전파하고, 그분 가르침을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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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양승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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