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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수주대토(守株待兎)
조회수 | 186
작성일 | 18.02.23
[원주] 수주대토(守株待兎)

'그루터기에 지키고 앉아 토끼를 기다린다'라는 뜻입니다. 어떤 농부가 열심히 일하는데 토끼 한마리가 뛰어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 고생하며 농사를 짓는 것보다 오히려 토끼를 시장에 내다 판값이 더 나가자 농부는 쟁기를 버려두고 그루터기에 앉아 다시 토끼 오기를 기다렸다는 이야깁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께 '올인'한 베드로, 예수님께 부푼 기대를 가졌음이 분명합니다.

때로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모세를, 삐뚤어진 이스라엘 민족을 올바르게 이끌게 하는 예언자를 대표하는 엘리야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에게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죄인들, 세리, 병자, 마귀 들린 사람들,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하며 속상할 때도 있었겠지요.

그 와중에 예수님께서 드디어 베드로가 꿈꾸던, 오랫동안 기다렸던 바로 그 모습으로 변모 하십니다. 베드로는 '그러면 그렇지, 예수님은 바로 이 모습이어야 해'하며 좋아합니다. "아주 멋지십니다", "이제야 본 모습을 찾으셨군요", "지금의 화려한 이 모습이 바로 우리가 찾던 모습입니다. 감사합니다! 저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변모된 예수님의 모습에 반한 베드로는 청합니다. 더 이상 편안할 날이 없는, 죄로 얼룩진, 매일 죄인들이나 득실거리고 병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저작거리, 예수님을 죽이려고 눈을 붉히고 있는 저 산 밑, 세상 속으로는 내려가지 말자고 애원합니다. 그냥 '여기에 집짓고 지금처럼 멋지게, 황홀경에 빠져봅시다!' 하고 말입니다.

예수님 역시 산 밑으로 내려가면 고통의 십자가가, 무서운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셨겠습니까? 예수님 역시 변모된 이 자리가 왜 편안하시지 않았겠습니까? 왜 안주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그루터기 앉아 마냥 편안하게 토끼를 기다린 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계셨습니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땀과 피를 흘리지 않고는 결코 부활의 영광을 얻을 수 없음을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아브람이 보장되지 않은 내일을 향해 떠남으로 새로운 창조가 열렸듯이, 예수님 역시 편안하고 안락한 안주보다는 십자가의 길 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음을, 그래서 안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산 아래로 내려가자고 독촉하십니다.

베드로의 안주하고픈 마음, 어쩌면 지금 우리들의 마음인지 모릅니다. 아픔, 슬픔, 힘듦, 어려움을 외면하고 근심 걱정 없는 곳에 편안하게 안주하자고 합니다. 힘든 가정, 어려운 사회, 십자가를 버리고 떠나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있어야 될 곳, 힘들고 어려운 바로 지금, 이곳, 십자가의 자리가 곧 부활의 자리임을 말입니다. 십자가를 외면하고는 부활을 맞을 수 없습니다. 사순절!! 부활절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 원주교구 최종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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