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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작은 도구일 뿐입니다.
조회수 | 127
작성일 | 17.12.14
[군종]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작은 도구일 뿐입니다.

한센병을 아십니까? 한 때 나병이라고도 불렸으며, 나균에 의해 피부가 괴사되는 질병으로 사람들이 기피하게 만드는 무서운 병입니다. 성경 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병입니다. 전염 경로도 확실하지 않고 치료법도 잘 몰랐었기에 과거 정부는 이 병에 걸린 분들을 강제로 소록도라는 섬에 격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기피의 장소였던 이 소록도에 20대의 젊은 외국인 수녀님 두 분이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무려 43년 간 젊음을 다 바쳐 환자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사셨습니다. 수녀님들의 이야기가 세간에 알려지자 많은 기자들이 이분들을 취재하고자 했으나 수녀님들은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수녀님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흔의 한국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수녀님들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아무도 모르게 정든 땅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제 저희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게 되었고, 저희가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꽃다운 젊음을 봉사와 희생으로 바치시고 떠나는 분들의 마지막 말이 ‘미안합니다.’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일 뿐이라고 표현합니다. ‘외치는 이’가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누군가에게 전하고 나면 허공에 산산이 흩어질 뿐인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요한을 메시아나 이사야 예언자의 재림이라고 믿었습니다. 수많은 추종자들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요한은 자신이 뒤에 오실 진정한 메시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겸손이 있었기에 요한은 자신의 사명을 훌륭히 완수할 수가 있었습니다.

비신앙인들도 존경을 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도 ‘저는 하느님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입니다. 그분이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쓸 수 있도록 그분 손에 쥐어진 작은 도구가 되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작은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하찮은 역할이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하시는 일임을 분명히 알고 행할 때 우리의 가치는 무엇보다 빛날 수 있습니다. 내 스스로가 빛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추할 뿐입니다. 나를 비우고 겸손해짐으로써, 주님의 뜻을 믿고 기꺼이 내 자신을 맡김으로써, 다시 오실 주님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세례자 요한이 되어야겠습니다.

▥ 군종교구 조성준 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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