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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느님께 미친 사람이 되어야
조회수 | 293
작성일 | 18.06.06
[안동] 하느님께 미친 사람이 되어야

평화를 빕니다!
지난 4월 27일에는 11년만의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은 더 이상 적대행위를 하지 않고 함께 번영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들과 세계의 많은 이들이 감격하였습니다. 냉전의 상징인 마지막 분단국가가 드디어 화해로 나아가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십 년간 북한사람을 뿔 달린 괴물인 줄만 알았었는데, 이는 그동안 서로 만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심하고 믿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본처럼 북한이 잘 되지 않기를, 남북이 화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입니다. 과거 독재세력은 장기집권을 위해 반공과 지역주의를 조장했습니다. 자기네가 만든 틀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도록 세뇌시켰습니다.

복음의 유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이 자기네의 틀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도록 하고 그 외의 가능성은 배제시켰습니다. 그렇게 대대로 기득권을 유지해왔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마녀사냥 하듯 제거했습니다. 예수님이 전하는 하느님은 자기들의 상식, 가르침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귀 들렸다, 미친놈이라며 매장을 시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농민운동,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 등 기득권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때면 늘 좌익, 빨갱이 딱지를 붙여왔습니다. 색깔론, 북풍으로 두려움을 자극하고 선거에 이용해왔지요.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이후 남북이 자꾸 만나니 기존 시각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4.27 회담 이후 설문조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불신에서 신뢰로 바뀐 비율이 무려 50%가 넘었습니다. 더 이상 기득권이 만든 틀대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그게 늘 옳지는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촛불혁명 이후의 큰 변화입니다.

교회의 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종교, 체제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박해받는 길을 택합니다. 그런 교회가 권력을 등에 업으면서 엄청난 기득권이 됩니다. 힘이 생기자 비판의 목소리는 차단하고 오로지 획일적인 것만을 강요합니다. 박해를 하는 주체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스라엘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근래 들어 교종께서 고군분투하시지만 한국교회의 움직임은 참 미미합니다. 가진 게 너무 많아서일까요? 교회의 쇄신은 권한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당연히 사제들부터여야 하고요. 하지만 그런 논의가 많이 부족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1독서에서 하느님은 사람(아담)에게 “너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십니다. “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느냐, 아니면 내 이름으로 사람들을 틀 안에 가두고 있진 않으냐?”라고 물으시는 듯합니다. 혹은 힘으로 남을 좌지우지하는 이들 편에 서진 않는지, 제대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지 돌아보라고 하십니다. 특히 선거철에 사리사욕을 채우는 세력을 지지하진 않는지, 하느님 모상인 사람을 존중하는 이들을 지지하는지도 살펴볼 대목입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는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께 미쳤다는 건 욕이 아니라 칭찬입니다.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주님의 누이 형제 어머니가 되기 위해 기꺼이 미친놈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안동교구  손성문 사도 요한 신부 : 2018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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