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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휴가증
조회수 | 103
작성일 | 18.10.05
[원주] 휴가증

군인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마도 휴가증일 것입니다. 휴가를 앞두고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생각하거나, 하고 싶던 것들을 계획하는 친구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쁨이 가득 차있습니다. 같은 군인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전투화에 광을 내고 평소에 입지 않던 휴가용 전투복을 꺼내 입고 걸어가는 친구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찹니다.

군인 친구들이 이처럼 휴가를 고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이 얼마나 맛있는 것이었는지, 내 옆에 있던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이들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 군 생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고백들이 절로 우러나오는 순간들을 겪으며 군인 친구들은 또 다음 휴가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이처럼 휴가증은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향하게 하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그와는 반대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바리사이들이 제시하는 ‘이혼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혼장은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죠. 우리들도 어쩌면 쉽게 이 이혼장을 내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얼마나 많이 이혼장을 내밀고 있습니까? 혹시 어린이들을 막았던 제자들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막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는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사랑으로 하나 되는 것, 일치입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과 아버지와 자녀로 맺어졌고,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로 맺어졌습니다. 우리를 끌어안으시고 쓰다듬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들도 이 일치의 일을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휴가를 떠나듯 바쁜 일상에서 떠나 하느님과의 만남인 기도의 시간을 갖고, 우리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놓치고 있었던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봅시다. 아무도 안 알아준다고 하더라도, 우리 양심을 반짝이게 닦고 따뜻한 미소와 친절을 차려입고서 주님과 함께 힘차게 나아갑시다.

휴가 나온 아들에게 한 상 푸짐하게 차려주시는 어머니처럼 하느님께서도 영원한 행복의 상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 원주교구 이민호 바오로 신부 : 2018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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