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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왕입니다요.
조회수 | 150
작성일 | 18.11.23
왕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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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2018년도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았을 뿐이고, 전례력으로는 다음 주가 새해가 됩니다. 올해가 ‘나해’였으니 다음 주부터는 ‘다해’가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 가톨릭교회는 이 전례력 상 마지막 주일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기념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었는데 작년 대림1주일부터 새로 바뀐 미사 경본을 사용하면서, 축일이름도 로마 미사 경본에 맞추어서 길어졌습니다.

그리스도‘왕’“와, 예수님께서 온 누리의 임금이시래! 그런 분을 우리는 ‘주님’으로 모시고 있어!” 잘만 따르고 줄만 잘 서면 나중에 뭔가 한자리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찬찬히 보니 무언가가 좀 이상합니다. ‘임금’,‘왕’이라고 하면 남들 위에 군림하고, 부하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그런 모습을 생각했는데 예수님께서 살아가신 모습은 어째 정반대인 것만 같습니다.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셨고 갈릴래아라는 변두리에서조차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하셨으며, 결국 수도예루살렘으로 가시더니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런 분이 어째서 왕이란 말인가? 빌라도도 비슷한의문을 가졌습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이라 해서 붙잡아 왔는데 막상 보니 별 볼 일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로마 제국의 명을 받고 유다 총독이 된 빌라도는 자신이 가진 ‘나라’, ‘왕’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요소까지는 아닐지라도 뭔가 가진 게 있어야 왕이라 할 텐데 예수님께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사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하고 기도하는 데, 이 부분의 본래 의미는 ‘하느님의 다스림(뜻)’이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는 오직 그것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세상 모든 사람이 구원되어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참여하는 것,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곳 저곳을 다니시며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보여 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역설적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별로필요로 하지 않았던 곳, ‘하느님의 자비’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없어도 먹고 사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이들에게 예수님은 별로 환영받지 못하실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배척을 받아 돌아가시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예수님만 다시 살아나셨고, 예수님의부활로 그분의 삶과 가르침이 옳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분을 주님으로, 왕으로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제 다음 주면 새로운 한 해, 대림시기가 시작되는데 과연 나는 얼마나 주님이신예수님의 삶을 따라 살았는지, 얼마나 예수님께서 행하신 사랑을 따라 행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완벽할 순 없겠지요. 부족함 뿐이 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은총’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그은총이 있기에 우리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 안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지난 시간을 잘 돌아보고, 참된 왕이신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이웃, 가족, 바로 내 옆에 있는 전우들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또 용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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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종교구 김영송 알베르또 신부 : 2018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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