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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사람, 사랑, 삶 - 사랑 나무
조회수 | 1,671
작성일 | 06.11.03
사람, 사랑, 삶! 어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어감으로 따스하게 다가오는 단어들입니다. 그리고 이 세 단어 사이에는 뗄 수 없는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사람은 사랑함으로써 참된 삶을 살게 됩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진정 사람의 삶이 아니요,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참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사람의 삶을 “사랑 나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뿌리에서 줄기, 잎사귀 그리고 열매에 이르기까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무 말이지요. 사랑이 없다면 이 여린 고리들은 쉽게 끊어지고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어가는, 그러기에 오직 사랑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말이지요.

사랑 나무의 뿌리는 하느님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어 세상으로 보내주신 하느님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굳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사랑 나무는 더욱 튼튼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랑 나무의 줄기, 잎사귀, 그리고 열매는 나, 너, 우리 사람들입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나 각자의 소중한 자리에서 사랑 나무의 생명을 가꾸어 가는 우리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된 이 소중한 생명은 오직 사랑으로만 가꾸어지고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참된 삶을 원한다면, 아름다운 삶을 원한다면,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사랑하면 됩니다. 이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이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듯싶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할 수 있는 아니 사랑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보다, 사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에 더 마음을 쓰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지만 차가운 마음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말로 표현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오직 몸과 마음으로 사랑함으로써만 가능한 바로 그것입니다. 참된 사랑은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 마음과 의지, 생명까지도 사랑하는 이에게 온전히 내어놓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전하려는 '나'와 내가 사랑하려는 '너'를 온전히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 '너'를 또 하나의 '나'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단순한 가르침입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이 말씀은 곧 생명의 가르침이며 참된 삶의 나침반입니다.

겉보기에는 기묘하고 화려하지만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고사목처럼, 사랑 없이 죽어가는 혼자만의 메마른 삶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거친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새록새록 생명을 키워가는 여린 나무처럼, 하느님과 다른 이들과 사랑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생명 넘치는 살 맛 나는 참된 삶을 살아갈 것인지,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흔히 요즘 세상에 사랑이 메말랐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생명이 아닌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수님을 따라 아름다운 사랑으로 생명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 당신, 우리가 그 사람들입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사랑의 몸짓은 촉촉한 단비가 되어 메마른 세상을 적시어 생명이 움트게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가슴에 가득 담고 오늘도 우리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아름다운 사랑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렇지요? 그럴 수 있으시지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아멘!

의정부교구 상지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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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둘째

유명한 선전 문구 중에서 1등만 기억할 뿐이란 것이 있다. 물질주의와 결과지상주의가 낳은 오늘날의 삶의 형태일 것이다. 우리도 익숙하게 1등을 요구하고 요구 받으며 살고 있음이 사실이다. 첫째에 쏠리는 관심의 집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물질적인 첫째, 돈이 되는 첫 번째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중요해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첫째에 대해선 저만큼 밀어놓고 살아가고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는 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을 묻는다. 예수님은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첫째라 명확히 가르치신다. 우리에게 마음, 목숨, 정신, 힘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 내 삶의 여분이나 자투리로, 혹은 조금 떼어 놓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 삶에서 한 웅큼도 남김없이 다하여 사랑해야만 한다. 지독하도록 당신만을 바라보는 사랑을 하는 것이 바로 첫째라고 말씀하신다. 둘째는 그런 남김없는 자신을 바라보듯 이웃을 바라보는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신다. 첫째와 둘째 모두 남김없이 다하여 쏟아 붓는 사랑을 하라신다. 결국 첫째는 무엇인가를 제외하거나 미루어 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온통 집중하는 것으로만 가능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그 첫째를 지킬 수 있을 때 둘째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런 첫째와 둘째의 사랑이 우리네 삶에서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렇게 첫째와 둘째의 계명처럼 우리를 사랑하시지 않았던가? 그래서 당신의 아드님마저 우리에게 속죄 제물로 주셨고, 예수님은 당신 몸과 피를 양식으로 우리에게 주시지 않았던가?

가끔, 내 삶에 있어서 첫째 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자신에게 묻곤 한다. 사제이기에 하느님이 첫째이고, 그분에 대한 열정이 내 삶의 첫 번째 라고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을까? 물론 첫째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 일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살아내지 못하고 머릿속이나 마음속에서만 있는 것을 첫째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가지고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 정말 내 삶에 있어 내가 목숨처럼 여기는 첫째 계명은 과연 하느님 사랑인가? 여러분에게 목숨 보다 중하게 여기는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의정부교구 박명기 신부
  |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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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마치 비누처럼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11월 위령성월의 첫 번째 주일인 연중 제31주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벌써 한 해의끝자락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한 달 뒤면, 교회력 상으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림 제1주일이 됩니다. 깊어가는 가을, 한해를 마감해 나가는 이 시기를 보내며, 과연 올 한해 우리의 신앙생활은 어떠하였는지, 차분히 성찰의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손을 씻는 세면대 옆에는 비누가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향기 나는 비누도 있겠지만, 비누 본연의 역할은 바로 더러워진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무심코 비누를 사용하지만, 문득 이 비누를 바라보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비누는 우리가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살이 조금씩 녹아서 사라집니다. 자신의 몸이 점점 작아지다가, 마지막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비누는 묵묵히 자기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더러움을 없애줍니다. 만일 비누가 잘 녹지 않는다면, 그만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고, 결국에는 쓸모없는 물건 취급을 받으며 버려질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인 ‘워너메이커’의 설립자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자기희생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비누와도 같은 사람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기 것을 아끼려는 사람은 물에 녹지 않는 비누와도 같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첫 째 가는 계명이 무엇입니까?”라는 한 율법학자의 물음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대답하십니다.

당시에 율법은 무려 613개에 이르는 세부 조항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근본정신을 망각한 채 변질되어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계명들을 통틀어 사랑의 이중계명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죄 사함을 위해,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오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또한,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 만일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으시다면, 그 사람을 먼저 사랑하십시오. 사랑받고 싶은 그 대상에게 다가가, 자신을 내세우지 말고 작아지십시오. 마치 비누처럼, 여러분도 상대방 앞에서 작아지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녹아 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최우선 순위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두고 성실히 실천해 나간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우리가 속한 공동체는 진정한 일치와 화합을 이루고, 참된 평화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 우리 앞에는 하늘나라가 찬란히 펼쳐질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모두, 이미 시작된 하늘나라의 완성을 희망하며, 주님께서 베푸시는 참된 평화와 기쁨의 은총 충만히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 의정부교구 곽준영 유스티노 주교 : 2018년 11월 4일
  |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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