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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컵에 우유가 반밖에? 반씩이나?
조회수 | 2,311
작성일 | 06.11.11
요즘 열심히 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테니스를 치지 않았을 때는 몰랐었는데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를 치다보니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래저래 돈이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동기 신부가 선물로 사주었던 중고 라켓 하나로 사용하다가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욕심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라켓도 두 개는 필요하고 조금 더 좋은 신발에 좋은 옷도 하나 둘씩 갖고 싶어집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 말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가지게 되면 더 나은 무엇인가를 바라게 되고 늘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부족함은 아무것도 없어서 생명을 위협하는 부족함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지만 더 큰 만족을 못 채우는 부족함입니다.

우리나라 경기가 불황이고 생활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물론 생계와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막막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더 죽는 소리들을 해댑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죽는 소리조차도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현재 아프리카 동부 및 북동부 지역의 사람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문제에 직면해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니 내가 지금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까? 아프리카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간혹 군대에 들어와야 하는 우리나라 실정이나 미국 만한 국력이 없는 작은 땅덩이의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한탄하는 젊은이들을 보게 됩니다. 왜 난 한국에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가야 하냐는 한숨을 내쉽니다. 이라크, 레바논, 보스니아, 수단 등에 태어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내 또래의 청년들 앞에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내가 지금 무엇인가에 부족함을 느끼고 가난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없어 생명이 위협받는 가난함입니까? 아니면 이미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더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 생기는 가난함입니까? 나는 이만큼밖에 없습니까? 이만큼이나 있습니까?

▶ 군종교구 안 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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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나 이제 당신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나의 몸과 맘, 나의 생명을 주님을 위해서, 자유의 나라 희망의 나라 지금 여기에, 나 이제 돌아갑니다, 당신의 품으로-.”

‘봉헌’이라는 성가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매우 낮게 시작하는 앞부분과 달리 마지막 부분의 음이 높다보니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떤 때에는 성대를 봉헌하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나 이제 당신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하는 구절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과도 비슷해 보이는 이 부분에서 우리는 봉헌의 지향점이 어디여야 하는지를 다시금 새길 수 있는데요, 바로 우리의 삶 전체가 언제나 하느님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해 있다는 것, 오늘 복음에 나온 가난한 과부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복음에 나온 그 과부의 헌금 액수가 조금은 비이성적으로 보입니다. 아니, 자기 먹고살 것은 남겨놔야지 자신의 생활비를 모두 넣다니! 대체 무얼 믿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하느님이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생활비를 넣는다는 것은 바로자신의 삶 전체, 곧 내 과거를 통해 쌓아온 지금과 그렇게 만들어가는 미래 전부를, 아버지 하느님께 맡겨드린다는 것입니다. 그 여인은 아버지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 바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것’을 드리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것’을 도로 바친다는 것입니다. 내 것이라면 아까워서 못 줍니다. 하지만 원래부터하느님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원래 하느님의 것인데 하느님께서 잠시 나에게 맡겨 주신 거라면, 내 것을 드리는 것보다는 더 쉬울 것입니다.

비단 헌금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나’라는 존재 자체도 따지고 보면, 나 스스로 얻은 게 아니지요. 부모님께서 계신 덕분에 내가 태어난 것이고, ‘나’는 세상에 빈손으로 왔다가 다시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완전한 내 것’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내 것이 아닌데 내가 갖고 있다? 어떡하면 좋을까? 여기서 떠올릴 수 있는 것, 바로 ‘나눔’입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아니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봅시다. 특히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는 이 생명, 목숨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이것이 과연 나 혼자 살라고 부여받은 생명일지, 아니면 더불어 살기 위한 생명일지 말이지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이번 한 주를 살아가면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들, 내가 쥐고 있어도 좋지만 다른 이들과 나눌 때 더 행복한 것들을 식별하고, 바로 그것을 기쁘게, 기꺼이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 군종교구 김영송 알베르토 신부 : 2018년 11월 11일
  |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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