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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좁은 문 앞에서
조회수 | 81
작성일 | 19.08.23
[의정부] 좁은 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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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말씀대로 한다면, 당신이 ‘따로 국밥’은 아니실텐데 길이면서 진리이기도 하고 생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은 길 자체가 구원이라는 말씀입니다. 여러 갈래의 또 다른 길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때론 주님께서 먼저 가시는 길에서 조금의 희망도 찾을 수 없을지라도, 그 길은 유일한 길입니다.

저 언덕 너머 세상의 처음부터 아버지께서 마련하신 천상 잔치가 베풀어지고 있습니다. 이리 쭉 한 걸음에 내달리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곳, 그러나 그렇게 내 맘대로 내 욕심대로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 말씀을 듣고 주님을 따라나섰는데, 그분은 엉뚱한 데로 방향을 잡으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꼬불꼬불 좁은 길을 따라 돌고 다시 기슭을 내려가시는 모습을 보니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는 오직 그분의 발자국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구원받을 이가 적겠다”는 질문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니 넓고 너른 문도 있을 법한데 굳이 좁은 문을 고집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못되셨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 사람들이라도 많아져서 몰리기라도 하면 문을 넓히지 않고는 불만들이 많을 텐데…. 혹은, 몇 명 안될 것이라고 예상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기에 까다로운 조건들을 제시하려는 것인지….

우선 좁은 문은 특성상 단체로 몰려 들어가지 못하고, 한 줄로 한 명씩 들어가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숨어들어가거나 소위 ‘묻어가는’ 얌체는 용납되지 않겠고, 제 신원을 똑바로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해서, 또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 그들이 살고 있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다’고 해서 슬쩍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철저한 신원 검증만이 입장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추잡하고 역겨운 죄들, 부끄러운 과거들을 인정하고, 덕지덕지 살 마냥 붙은 욕심과 기름 덩어리들을 베어내지 않으면 한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긴 발가벗겨지면 어떻습니까, 목숨을 건지는데. 그보다 어리석고 불쌍한 것은 제 공과를 자신이 심판하고 좁은 문 앞에 주님의 심판대에 서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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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염동국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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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적성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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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적성 검사에서 제 예상 직업은 ‘농부’였습니다. 예상 수치도 무려 “91퍼센트”가 와서 그 당시 저는 몹시 창피하고 못마땅해서 결과지를 친구들 몰래 버렸습니다. 그런데 30년이 흐른 지금 저는 틈만 나면 텃밭에 나가 농사일을 합니다. 처음에는 작물과 풀(잡초)도 구별하지 못해서 애를 먹기도 했고, 무조건 물을 많이 주면 좋은 줄 알았다가 토마토 줄기가 물러져서 할 수 없이 뽑아 버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나름 성공한 것도 있었습니다. 새들을 막아가며 애지중지 보살 핀 밭에서 두 광주리 가득 땅콩을 얻었을 때는 ‘누구한테 자랑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고, 결국 주교님께 조금 상납하고 나머지는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보냈습니다. 제 부족한 경험 중에서 으뜸은 마늘입니다. 가을에 심어 두었던 씨 마늘이 겨울을 나고 새순을 밀어 올리는 모습을 볼 때면 저절로 감탄과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생명이 그렇게 강인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오감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전 흉내만 내고 있는 초보 농사꾼이지만 밭벼와 보리 재배까지 해 봤으니 청소년기에 했던 적성검사가 제법 정확한 것 같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짓다 보면 밭에는 크고 작은 생명들이 찾아옵니다. 수많은 곤충과 지렁이, 개구리, 두더지, 뱀까지. 그런 밭에서 난 열매는 크기가 작아도 맛이 좋고, 아주 단단해서 아무 곳에나 던져놓아도 잘 썩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기 농사를 짓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묵묵히 생명 농업을 지켜온 ‘가톨릭 농민회’ 농부들을 존경합니다. 그들의 선택은 바르지만 고단한 길입니다.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알아주는 이 없어 외롭고, 오해와 무시를 당하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긴 여름의 끝에 서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과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 모두 둘러앉아 생기 넘치는 밥을 나눠 먹는 하느님 나라가 방방곡곡에 임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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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김성수 베네딕토 신부 : 2016년 8월 21일
  |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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