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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조회수 | 1,853
작성일 | 10.04.23
오늘의 복음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이 한 장의 그림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복음은 양들을 돌보는 목자(牧者)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목자는 풀과 물이 있는 곳을 찾고, 자신의 양들을불러 풀과 물을 먹입니다. 사실이 모습은 목자에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요. 성소주일, 무언가 특별함을 얘기해야할 것 같은데 왜 이런 평범함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거의 매주 신학교를 가게 됩니다. 신학교에 가보면 제가 봐도 참 멋있어 보이는 신학생이 있습니다. 사제 생활 이제 12년째를 살게 되는데요, 똑같은 사제로 살면서도 참 부럽고 멋있어 보이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도대체 뭐가 그들을 부럽고 멋있어 보이게 하는 걸까?

제가 좋아하는‘광수생각’이라는 만화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주인공 뽀리에게 군대 입영통지서가 옵니다. 뽀리는 군대 가기 싫다며 아버지에게 눈물로 호소합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군대가 널 사나이답게 만들어 줄게다.”군대 간 아들 뽀리에게서 6개월 후 한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아버지! 저는 이제 잠자리를 멋있게 펴는 법을 배웠고, 제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하고 꿰매 입는 것도 익혔습니다. 매일아침 청소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대청소를 하는데, 벽도 걸레질하고 창문도 닦아야 합니다. 아버지, 이래도 군대가 저를 사나이답게 만들어 줄 거라 믿고 계십니까?”

수단을 입게 된 신학생이 저에게 얘기합니다. “4학년이 되고 수단을 입게 되면 제가 뭔가 새롭게 변화될 줄 알았습니다.”지난 겨울 부제품을 받은 부제님이 얘기합니다. “서품식에서 그렇게 기도했는데 안 달라지네요. 제 삶이 그냥 그대로예요.”

지금껏 특별한 무언가에서 성소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가 된다는 것, 그것은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특별해지려할 때 우리의 성소가 허물어집니다. 그 삶에 맞는 것을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그것이 부르심에 대한응답이지요. 특별함은 평범함이 가져다주는 선물입니다. 신학생으로서 삶, 사제로서 삶이 사람들의 눈에는 특별해보이지만 온통 단순하고 평범한 삶의 연속입니다. 요즘 제 눈에는 그런 평범함을 성숙하게 받아들이고 살아낼 줄 아는 이들이 존경스럽고 멋있어 보입니다. 성소주일, 저는 지극히 평범한 신학생을, 지극히 평범한 사제들을 그리워합니다. 평범한 삶을 기쁘게 살아낼 줄 아는 것, 이미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미 자신을 봉헌하고 있는 것입니다.

백현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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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성소를 살고, 성소를 키웁시다.

성소(聖召),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뜻에 순명하며 살아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차지하게 됩니다. 오늘복음 말씀인 착한 목자의 비유처럼 양들이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를 따라갈 때 생명이 보장되듯 말입니다. 양들은 목자를 따라 푸른 풀밭에서주린 배를 채우고 물가에 인도되어 목마름을 채웁니다. 목자의 인도로 안전하게 무리를 지어 더 좋은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다른 것에 한눈이 팔리거나 방심하여 목자를 따르지 않고 무리를 떠나게 되면 들짐승의 먹잇감이 되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복음의 비유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의 처지 또한 양과 같음을 깨닫습니다. 매일매일, 순간순간의 생활에서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에게 생명의 말씀을 건네주십니다. 거룩한 삶으로 끊임없이 초대하시며 생명의 길을 걷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듣고도 방심하고 변화되기를 주저하게 되면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 세속에 물들게 되어 하느님 앞에 나서기 부끄러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음성은 우리가 들으려 노력할 때 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기도와 묵상, 미사와 전례 생활을 통해, 그리고 희생과 봉사, 자선을 통해, 즉 이렇게 귀를 열려는 신앙의 노력을 통해 하느님의 음성은 우리의 지성과 감성, 양심, 이웃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습관과 의무가 아닌 진실한 마음으로 신앙의 노력을 기울일 때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 성소는 우리의 생활 가운데 실현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우리는 매년 부활 4주일을 성소주일로 지내며 나 자신의 성소를 깊이 생각하고 하느님의 음성을 따라 거룩하게 살아가기를 다짐합니다. 특별히 성소주일은 사제와 수도자, 선교사들의 성소 증진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하느님 백성의 구원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다짐한 사제, 수도자, 선교사들을 기억하며 기도합시다. 또한 사제, 수도자, 선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성소자들이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도록 합시다. 나아가 젊은이들이 신앙을 외면하고 사제, 수도자 성소가 급속히 줄어드는 이때에,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 경제적 성공에 연연하기보다 신앙의 가치에 중심을 둔 생활을 하여 사제, 수도자 성소가 더욱더 많아지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합시다. 우리 또한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충실하여 자녀들과 본당의 어린이, 중고등부 학생들을 사제, 수도 성소자로 하느님께 봉헌하는 데 앞장서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10여 년 대전교구 사제성소의풍성함에 취해 마음 놓고 한눈팔았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며 지금부터 다시 성소자 발굴과 육성에 교구민들이 다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 대전교구 이의현 베드로 신부 : 2016년 4월 17일
  |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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