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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길을 떠나자
조회수 | 1,427
작성일 | 07.01.06
‘주의 공현 대축일'을 전에는 '삼왕내조첨례'라고 했습니다. 즉 3명의 왕이 아침에 마구간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뵈러 찾아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왕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박사라 고 부르며 또한 그들이 주님을 찾아가 경배드렸다는 사실보다는 아기 예수님께서 이방인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셨다는 의미를 더 강조합니다. '공현'이란 공적으로 드러내 보여 주셨다는 말입니다.

메시아는 사실 전인류를 위해서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아무리 '하느님의 백성'이라고는 하지만 꼭 유대인만을 위해서 오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유대인을 통해서 오셨을 뿐입니다. 그래서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때도 먼저 유다의 목동들이 찾아가 경배드렸으며 이어서 이방인인 동방의 박사들이 찾아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여기서 목동은 당시에 천한 수준이었으며 박사는 고상하고 품위있는 위치였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합니다.

1독서에 보면 폐허된 예루살렘이 장차 하느님의 은혜로 얻게 될 미래의 영광에 대한 노래가 나옵니다. 그때는 강대국들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혀져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언제고 예루살렘을 일으키시어 만백성들이 보물들과 선물들을 가져오는 위대한 중심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언은 수백 년 뒤에 그대로 적중이 되어 하느님 의 아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태어나시고 이방인의 박사들이 전인류를 대표해서 보물을 들고 그분을 찾아가 경배를 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예루살렘은 예수님 때문에 그 이름이 빛나게 되었으며 또한 수백 년 동안의 치욕적인 사건들을 다 보상받았습니다. 드디어 믿음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하느님께서 직접 머무르시고 가르치셨던 선택받은 도시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생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실패하고 잘못된 사람이라 해도 예수님 때문에 용서받고 사랑받게 되며, 또한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모든 아픔들을 다 보상받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박사들의 그 용기와 희망과 끈기를 배워야 합니다.

복음에 보면 도대체 몇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뵙고 경배를 드렸는지 모릅니다. 다만 황금과 몰약과 유황이라는 선물을 통해 세 명이라고 추측을 하는 것이며 또한 그런 귀한 물건들이 주로 궁궐에서 사용하던 것들이기 때문에 왕들이 온 것이 아니냐 하고 짐작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왕이라기 보다는 박사나 현인, 혹은 학자라는 말 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도전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할 때 그들이 여행한 거리는 우리나라 남북의 삼천리 보다 더 먼 거리였으며 당시의 사정으론 굉장히 힘들고 위험 한 도박이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확신할 수도 없는 어떤 만 남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생애를 투신합니다. 그리 고 가장 좋은 보물을 품에 간직하고 그분을 뵙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와 믿음과 인내 때문에 드디어 주님을 만났습니다. 소원 성취를 한 것입니다.

믿음이 사실 무엇입니까? 예수님을 따라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기나긴 나그네 길입니다. 아니, 주님을 만나기 위해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길입니다. 그 길에서는 긴 장마 때문에 태양을 못 보는 경우 도 있으며 찬바람 때문에 잠 못이루는 아픔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믿음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 속에서 하느님을 원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참고 걷게 되면 결국은 우리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 고 우리가 무엇을 얻으려는 소망보다 우리의 것을 다 드리려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그 감격과 기쁨이 큰 것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 박사들의 행위를 보면 답답하고 어리석습니다. 도대체 바쁜 사람들이 고생스런 먼 길을 걸어서 어떤 아기를 잠깐 보고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선물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오히려 빈털터리가 됐습니다. 그러나 신앙 안에서는 모든 것을 다 얻었습니다. 다시 말해 주님을 봤다 면 세상을 다 얻어 가지고 돌아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차롑니다.

우리도 '신앙'이라는 먼 길을 용기있게 걸어가야 합니다. 무엇을 얻으려는 소망보다 오히려 우리의 최고의 것을 바치려는 갸륵한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유대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드러내 주신 날입니다.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이 날을 성탄 축일로 지냅니다. 따라서 우리도 박사들처럼 용기있게 걸어가는 지혜를 배웁시다. 아무리 고달파도 희망을 가지고 참고 견뎌내는 믿음을 가집시다. 그러면 우리의 소망도 결국 채워질 것입니다. “야훼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

▶ 광주대교구 강길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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