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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주님의 작은 몽당연필
조회수 | 88
작성일 | 19.08.27
[제주] 주님의 작은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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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일본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고, 가장 많이 제 모습이 변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오늘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일본 쿄오또 교구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하면서, 옛날의 저의 모습에 대해서 많이 반성하게 되는데, 사제가 되고 2년간 중앙성당에서 보좌신부를 하면서 저는 제가 낮아지려고 하기 보다는 저를 높이려고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저에게 참사제의 모습은 자기를 높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자들을 위해서 한없이 봉사하는 낮은 자여야 함을 가르치시기 위해서 이곳 일본 땅에 선교사로 파견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본에 원폭이 떨어진 날을 기념하여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히로시마 평화순례에 올해도 교오또 교구의 20명의 중학생들과 참석을 했습니다. 히로시마역에 도착하고 숙소에 도착하자, 갑자가 청년 한 명이 저를 부르더니, 다른 청년들은 아이들을 챙겨야 해서 바빠서 못하니, 3박 4일동안 아이들이 먹고 다닐 간식과 음료수를 제 가방에 들고 다니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문화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거운 짐을 저에게 맡기는 그 청년을 보며, 기분은 썩 좋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이 "예"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했던 것은 평화미사를 드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씻고 있을 동안에 주교님이 직접 아이들이 먹을 도시락을 상 위에 하나씩 하나씩 올려놓으며 정리를 하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교님께 가서 제가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주교님께서는 여긴 일본이고, 일본 신부와 일본 주교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일본에 선교사로 와서 일본 신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 그들이 하고 있는 봉사를 저도 몸에 베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3박 4일동안 불평없이 아이들이 먹을 간식과 음료수를 가방 가득히 들고 돌아다니면서도 전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신부님들처럼 본당의 여러 성무활동들과 업무가 많지가 않아서, 바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까지 사제들이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일본의 모든 사제들이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교님의 그러한 봉사가 예수님께서 직접 생선을 구우시고 "와서, 아침을 먹어라"라고 말씀하시던 장면과 너무도 흡사해 보였다는 것에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3박 4일간, 히로시마 평화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저는 선교사로서의 저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은 선교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이렇게 외국 땅에서 한국인 신부가 아닌, 그리고 일본인 신부도 아닌, 그리스도교의 한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더욱더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때, 예수님을 닮은 작은 사제가 되어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더욱더 뿌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리 속에 스쳤던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한평생을 사셨던 마더 데레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선교사로서 자신과 다른 민족 사람들인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한평생 위대한 가르침으로가 아닌, 위대한 삶으로써 그리스도의 씨앗을 널리 심으신 마더 데레사의 한 말씀이 저의 머리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손 안에 있는 몽당연필에 불과합니다. 그분이 쓰시고, 그분이 생각하시고, 그분이 결정하십니다. 나는 ㄴ그분의 손 안에 있는 작은 몽당연필입니다."

저의 일본에서의 선교활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야 겨우, 어학원에서의 일본어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본당으로 파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참으로 낮은 자가 되어 주님의 작은 몽당연필로서, 주님께서 생각하시고 주님께서 쓰시는 대로 쓰여질 수 있도록 더욱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욱더 열심히 살아가리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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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부영호 대건 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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