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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예? 보이는 것만 믿으라굽쇼?
조회수 | 2,470
작성일 | 07.08.03
오늘 복음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전해 주고 있는데, 당시 사회에서 부유했던 사람들은 예루살렘의 소수 상류층과 갈릴래아의 대지주들뿐이었고, 도시에 거주하는 부유한 지주들은 대농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부유한 사람’은 그런 대토지 소유자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런 대지주들이 소유한 토지는 원래 농민들의 것이었는데, 농민들이 과도한 세금(로마와 예루살렘 성전과 지역 회당에 바치는 세 가지 세금) 때문에 빚을 많이 지게 되어 결국 대지주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팔았거나 빼앗긴 땅이었다.

바로 그러한 땅에서 ‘어리석은 부자’는 많은 소출을 거두었고,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단히 만족하였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 뒤에 가려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 한없이 초라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일부러 보지 않았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루카 16장 19절 이하)에 등장하는 그 부자처럼 자신의 재물에 눈이 가려져 가난하고 병든 수 많은 라자로들의 눈물과 고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 날 우리 한국 사회 역시 소수 상류층과 대다수 서민들 사이의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극빈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 먹이 사슬이 있는 것처럼 자본의 시장에도 먹이 사슬이 있어서 최고 강자가 수 많은 약자들을 집어 삼킨다. 그리고 진정한 강자들은 신이나 종교 앞에서 마저도 결코 약해지지 않는다. 재벌들은 복음서의 비유 안에서나 맥을 못 추지 현실 세계에서는 오히려 종교를 이용하거나 지배하려 한다. 그들이 하청업체와 그 업체에 속한 노동자들을 착취하여(그 외에 여러 가지 불의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불린 돈을 종교단체에 수백억씩 가져다 주면,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은 매우 감사하게 받는다(물론 순수한 동기에서 깨끗한 돈을 기부하는 고마운 부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돈(사회적 약자들의 피눈물이 배어 있는 돈)으로 종교건축물을 어마 어마하게 지으면, 그것이 천당 갈 일일까? 지옥 갈 일일까? 경쟁이라도 하듯, 날로 거대해지고 화려해지는 여러 종교의 건축물들을 보면, 많은 종교들이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라고 합창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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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 양귀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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