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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우리는 하느님!
조회수 | 65
작성일 | 17.08.13
[수도회] 우리는 하느님!

가끔 거리에 나서면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 은총을 체험하게 된다. 몇 해 전 지하철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저기 하느님 가신다!” 하는 어떤 꼬마의 말을 듣고 송구스럽게도 혹시 나를 두고 하는 소리면 어쩌나 하고 얼른 몸을 숨겼다. 그런데 이 요정 같은 아이가 엄마 아빠 손을 끌고 와서는 ‘여기 계시잖아, 하느님!’ 하며 나를 꼭 찌르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홍당무가 되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지하철 안으로 달려갔던 적이 있다.

천진무구한 어린아이한테는 우리 안에 숨어 계신 하느님의 모습이 커다랗게 보이나 보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맑다. 그들 안에는 ‘자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린아이 적 순수한 모습이 아닌 거인처럼 커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 안에서는 좀처럼 하느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어린아이가 자주 등장한다. 특별히 요한복음에서는 “어떤 어린아이가 자기가 가진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모두 내놓았다.”라며, 사심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은 작은 아이를 소개한다. 주님께서는 어린아이가 아낌없이 내어 놓은 물고기와 빵으로 오천 명을 먹이는 빵의 기적을 이루신다. 이 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예수님은 사랑의 기적을 이루신다.

이 어린이는 어떤 아이일까? 예수께서는 온 우주의 주인이셨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이루시려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성경이 전하는 어린이란 결코 미성숙하고 분별력이 없는 그러한 모습이 아니다. 어린이와 같은 마음은 어른들처럼 표리부동하지 않고 안팎이 같은 순진무구한 마음, 세상의 절대 권력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아빠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는 절대적 신뢰의 마음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자 하는 순수한 사랑이 어린이의 마음 안에 담겨져 있다. 이러한 모습은 아빠 하느님께 대한 예수님의 마음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래서 성경은 작은 자, 어린이의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임을, 그리고 이 마음 안에 항상 당신이 일하고 계심을 알려주고 있다.

▮전의이 수녀 (샬트로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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