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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구원받을 때
조회수 | 821
작성일 | 15.11.23
[수도회] 구원받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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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개념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와 의미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kairos)가 그것입니다. 크로노스란 연대기적인 시간의 의미로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시간의 개념입니다.

이에 반해 카이로스란 시간은 비록 흘러가는 것이지만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마치 역사의 의미를 ‘히스토리에’(Historie: 조사나 탐구에 의해 기술된 순수역사)와 ‘게쉬크테’(Geschichte: 풀이역사)로 구분하듯, 시간의 두 가지 그리스적 개념은 ‘하느님의 시간, 섭리’를 이해할 때 참으로 중요한 개념입니다.

적어도 성경에서 쓰이는 시간의 개념은 ‘카이로스’에 가깝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구원받을 때’는 2천 년 전에 선포된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금 다시금 ‘그 시간’이 재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카이로스의 ‘때’일 것입니다.

세상의 종말은 언제고 이루어질 일이지만, 그 종말을 앞당겨서 미리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삶은 종말론적 희망에 가득찬 시간입니다. 한 개인의 내면 안에서도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기존의 삶의 가치가 붕괴되고 홀연히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때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은 지금도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서 매순간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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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고난회 서현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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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증거

여러 가지 불길한 징조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은 불안과 공포입니다. 국제 공동체에서 공부할 때 같은 수도회의 인도 신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마친 신부님은 본국에서 수련장으로 봉사하게 되었는데 마피아들의 부당한 요구 앞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을 선택하기로 했는데 그것은 곧 그들의 손에 죽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주변의 친구들에게 끝까지 복음을 증거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유서 아닌 유서를 보냈습니다.

어느 날 마피아들이 도착했을 때 오늘이 그 날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한 그는 다른 모든 형제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밖에 나가서 벗과 교회와 복음을 위해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는 엄청난 억압과 공포 앞에서 머리를 들고 하느님의 구원을 피로써 증거한 순교자가 된 것입니다. 인간의 마지막 날이 참된 해방이 되는 것은 신앙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 살레시오회 백광현 신부
  |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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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머리를 들어라

우리는 오늘 복음을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예언이며 동시에 종말에 대한 말씀으로, 곧 이미 일어났던 사건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사건을 예고하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성전이 세워진 곳이다. 이는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하느님을 모시는 성전을 말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세례성사를 받은 후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고 살아오면서 가꾸어 왔던 각자의 성전이 그 옛날 예루살렘 성전처럼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주일미사에만 참례하면서 이만하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열심히 성당에 다니지만 말씀과 성체로 영적인 살을 찌우지 못하고 미움과 시기심과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느님께 대한 의혹과 불신으로 하느님을 원망한다면 마치 예루살렘 성이 적들에게 포위되어 멸망하듯 어느 순간 우리의 신앙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열악한 상황과 한계로 인해 점점 나의 성전이 흔들리고 꿈과 이상이 무너져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될 때, ‘이젠 끝이다’, ‘이젠 죽었다.’ 하는 바로 그 순간 주님은 우리에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라고 하신다. 당신을 향하라고 하신다. 바로 이때야말로 우리가 속량될 때라고 하신다. 하느님이 우리를 떠나셨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그분을 향해 고개를 들 수 있는 용기와 믿음, 구원의 때를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청해야겠다.

▥ 정애경 수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
  |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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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포세이돈 어드벤처’라는 영화가 있다. 여객선 포세이돈을 타고 여행을 하던 사람들은 배 안에서 화려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해저지진으로 배가 침몰, 승객들은 우왕좌왕 탈출구를 찾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한 신부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지만 사람들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최악의 상태에서 신부는 목숨을 던지고 6명만 살아남는 장면이 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참으로 알아듣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자 그대로 듣는다면 끔찍한 재앙만이 연상될 것이고 또 상징만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것은 주님은 우리의 위로자이시라는 것, 희망이 되신다는 것이다. 얼마 전 종말이 다가왔기 때문에 어서어서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소리치던 종교집단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아무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마지막 시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처럼 그리스도인으로서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그분을 잘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처럼 서로 비슷한 사람들 가운데 과연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 또 비슷한 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다. 매번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주님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살아야 할 것이다.

▥ 오 마리아 수녀(성심수녀회)
  |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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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평범한 일상에의 충실-

평범한 일상에 충실함이 제일이며 이 또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어렵고 힘들수록 내색함이 없이 평범하게 일상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그날 이후’라는 신문 칼럼이 마음에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나와 친구들은 저녁마다 철문으로 창문을 가린 카페에 모였다. 파리 테러 사건 그날 이후 무섭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프랑스 친구들은 “이렇게 일상에 임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테러에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어지럽고 혼란하더라도 늘 그대로의 평범한 일상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현자의 말도 바로 이런 자세입니다. 오늘 복음의 ‘징벌의 날’에 대한 종말 전조의 표징들이 심히 두렵고 불안한 느낌을 줍니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물론 70년경 로마군에 의한 예루살렘의 멸망의 추억이 담긴 사후事後 예언이지만, 이런 종말 전조의 표징같은 사건은 어느 시대나 비일비재했습니다. 파리 테러 사건 역시 비슷한 맥락이고 앞으로는 획기적이고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이 없이는 빈부의 양극화로 인한 끊임없는 폭력, 분쟁, 전쟁, 기후변화에 따른 크고 작은 사건들도 줄을 이을 것입니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불길한 종말 표징을 상징합니다만, 이런 상황일수록 부화뇌동하지 말고 깨어 평범한 일상에 지극히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눈을 들어 오시는 주님을 향해 눈길을 두고 마음의 평정平靜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불리하고 불편하고 불안한 온갖 주변 상황에 압도되지 말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오시는 그분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라는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평소 주님과는 물론 이웃과의 우정을 깊이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오늘 1독서의 다니엘이 위기를 타개해 가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악한 신하들의 다구침에 다리우스 임금은 어쩔수 없이 다니엘을 사자굴에 던집니다만 다니엘과의 대화 내용을 보면 둘 사이의 우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깨닫게 됩니다.

“네가 성실히 섬기는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구해 내시기를 빈다.”

오히려 다니엘을 위해 기도하는 다리우스 왕입니다. 궁궐로 들어가 단식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운 임금은 새벽에 날이 밝자마지 서둘러 사자굴로 가서 슬픈 목소리로 외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종 다니엘아, 네가 성실히 섬기는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사자들에게서 구해 내실수 있었느냐?”

다리우스 임금과 다니엘과의 깊은 우정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더불어 하느님과 다니엘의 깊은 우정 역시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아, 다니엘의 이런 수직적 차원의 하느님과의 우정과 수평적 차원의 다리우스 임금과의 우정이 사자 굴의 사지死地에서도 다니엘을 안전히 지켰음을 봅니다.

“임금님, 만수무강하기를 빕니다. 저의 하느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사자들의 입을 막으셨으므로, 사자들이 저를 해치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분 앞에서 무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금님, 저는 임금님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정말 매력적이며 이상적인 인간상의 다니엘입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입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우정은 물론 다리우스 임금간의 우정의 힘이, 사자 굴의 곤경 속에서도 평상심을 지니게 했음을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앞에서나 인간 앞에서 무죄無罪한 텅 빈 무아無我의 다니엘을 구한 것입니다. 다니엘을 구하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격한 다리우스 임금의 신앙 고백이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그분은 살아 계신 하느님,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의 나라는 불멸의 나라, 그분의 통치는 끝까지 이어진다. 그분은 구해 내시고 구원하시는 분, 하늘과 땅에서 표징과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 다니엘을 사자들의 입에서 구해 내셨다.”

그대로 우리의 신앙고백으로 삼고 싶은 내용입니다. ‘사자들의 입’이 상징하는 바, 주변 곳곳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위협하는 것들입니다. 다니엘을 사자들의 입에서 구해 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사자들의 입 같은 위험에서 구해 내시고, 당신과의 우정을 깊게 하시며, 평범한 일상에 충실하게 해 주십니다. 아멘.

▥ 분도회 이수철(프란치스코) 신부 - 2015년 11월 26일
  |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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