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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만이 삶과 죽음의 주인이십니다.
조회수 | 3,189
작성일 | 09.07.09
복음 : 요한 2. 1~11

(     )형제께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은 그분을 병고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남편과 아버지, 형님을 잃고 슬퍼하시는 유가족 여러분, 고인은 사흘 전 병원에서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손에 되돌려 드렸습니다. 오늘 유가족을 비롯하여 친지 및 친구 분들이 고인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 위해 그리고 고인이 가는 마지막 길, 묘지로 가는 길을 함께 가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고인과 관계를 맺고 계셨습니다. 고인이 속해 있었던 여러 단체나 모임 등 모든 연결고리에서 죽음은 이제 마침표를 찍고 말았습니다. 그럼 이제 그의 삶에서 무엇이 남는가? 하는 의문이 생겨납니다. 얼마동안 무덤은 수많은 꽃들로 장식되겠지요!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이 따라옵니까? 우리는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각자에게서 다급한 자신의 문제가 닥치거나 가정문제나 병이 선고되면 고인에 대한 애틋한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고인에게 마음속에서 하는 모든 약속들은 무엇이 되고 마는 것입니까? 우리는 이 물음을 쉽게 피해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물음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죽은 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며 죽은 뒤에는 도대체 무엇이 옵니까?
  
저는 이 물음에 우리 모두에게 들려진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 대답을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여러분에게는 이 복음의 말씀이 오늘 이 자리에서는 무척 낯설게, 어울리지 않는 말씀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복음은 혼인잔치, 그러니까 결혼식에 어울리는 말씀으로 다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기적을 우연히 혼인잔치에서 시작하지 않으십니다. 가나촌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초대된 하객들 중의 한 분이었습니다. 손님이신 그분은 잔치집의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이제 주인, 곧 손님들을 초대하는 혼주가 되십니다. 이 점을 저는 우리의 인생에 적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도주는 기쁨의 잔치를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우리들은 각자의 삶에서 기쁨이 없는, 성서에서 말하는 잔치집의 술이 떨어지는 상황을 체험하지 않습니까? 기쁨의 순간들은 점점 엷어져 가고 그나마도 완전히 고갈되어 버릴 때가 우리의 인생에는 많습니다. 고통의 때가 우리 삶에는 도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병고를 이겨내야 하는 때, 가정사의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져 있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겪어야 하는 때, 마침내 고통의 절정인 죽음의 시간을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지고 불은 꺼지며 자리는 마침내 빈자리가 됩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이 때 우리는 아직도 남아 있는 물을 예수님께 가져다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그분 앞에 나서서 그분께 나의 물을,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릴 수 있습니다. 포도주 대신 물을 그분께 건너드릴 수 있습니다. 기쁨대신 고통과 눈물을, 괴로움을 예수님께 드리면 하느님은 그것을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물밖에 없는 빈 항아리를 받아 주셔서 좋은 포도주로 채워서 우리에게 선사하십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의 깊은 심연을 잘 아십니다. 그분 스스로 죽은 자들과 더불어 완전히 소외되셨습니다. 그 분도 죽으셨습니다. 그러나 부활을 통해서 그분은 우리에게 미래와 더 이상 고갈되지 않는 완전한 기쁨의 때를 열어주셨습니다.
  
누구든지 이제 자기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초대하는 사람은, 삶과 죽음에서 그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주님으로부터 위로를 받습니다. 손님이신 그리스도는 나의 죽음을 변화시켜 나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이러한 신앙을 통해서 죽은 이는 다시 살아나고 이런 희망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주님만이 삶과 죽음의 주인이십니다.

대구대교구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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