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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명을 끝까지 간직할 수 없습니다.
조회수 | 3,271
작성일 | 09.07.09
수 년 전 로마에서 한 진귀한 유물이 발굴되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터파기 작업 중에 대리석으로 된 관 하나를 찾아냈던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이 관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로마제국시대에 살았음이 분명한 젊은 처녀의 시신이 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시신은 놀랍게도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150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선은 그 당시의 고상한 품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사랑스럽게 꾸며졌지만 잿빛으로 변해있었고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피부는 이미 가죽모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옛날 죽은 이를 미이라로 보존했던 기이한 풍습입니다. 아마도 죽은 이를 온전히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동경이 어떻게든 함께 작용했던 모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원해 그 모습으로 보존하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파괴되거나 사라지길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은 삶에 대한 인간의 동경 내지 갈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지가 됩니다.
  
인간이 행하는 거의 모든 것은 이 같은 갈망이나 동경에 그 뿌리를 둡니다. 삶을 발견하고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은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워지고 싶고,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장품 회사들은 이 같은 인간의 욕망에 부응해서 사업을 펼칩니다. 그렇습니다.
  
생명이나 삶에 대한 끝없는 동경은 우리 안에 숨어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꽃, 산과 들, 바다와 푸른 하늘에 대한 동경들은 항상 우리를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이것 또한 생명에 대한 무한한 욕망이 아니겠습니까? 사랑을 찾아 나서거나 생명을 갈구하지 않습니까? 비록 참 사랑을 모르고 자신의 개인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조차도 생명을 찾지 않겠습니까? 나이 드신 분들조차도 어렵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삶에 대해 집착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리고자 하는 사람들도 삶에 대한 동경이 좌절되거나 회의가 와서 살기를 그만두고자 하니 않습니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갈망과 동경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갈망은 좌절로 판결납니다. 수많은 병원과 무덤들은 피할 수 없는 이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우리는 생명을 끝까지 간직할 수 없습니다. 이 끔찍한 현실은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로마시대 처녀의 모습에서 증명됩니다.
  
아름다운 얼굴과 고귀한 신분에 따른 품위는 이제 박물관 안에 전시되는 한 조각의 가죽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 생명은 죽음으로 판결나고 맙니까? 이 같은 애통한 물음에 대한 인간적인 대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대답은 있습니다. 그 대답은 부활입니다. 하느님의 대답인 부활은 한정된 삶이 아니라 영원한 삶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신앙은 생명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결코 허무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신앙은 고인의 생애를 통하여 가졌던 행복과 기쁨, 선행과 신뢰, 희망과 사랑으로 행하였던 바, 그 모든 것이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는 곧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의지했던 고인의 삶은 결코 없어지지 않으며, 고인의 삶에서 어둡고 슬펐던 것들이 하느님의 빛 안에서 환히 밝아질 것입니다. 고인이 믿었던 하느님은 그 어떤 것도 소용없거나 허무하게 사라지게 하지 않으십니다.
  
슬퍼하는 유가족 여러분, 세상에서의 고인의 피곤한 나그네 길이 이제 끝이 나고, 더 이상 눈물도, 슬픔도 고통도 없고 하느님의 생명과 삶에 대한 모든 인간의 갈망이 바로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이 예수님의 부활 안에서 드러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질문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그 누구도 이 대답이 옳지 않다고 신앙인들에게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고인이 사랑했던 하느님께 고인을 맡겨드리는 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고인을 맡겨드리고 고인을 위해 마음 모아 기도드립시다.

대구대교구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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