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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폴리카르포 주교
조회수 | 1,555
작성일 | 11.02.12
만인에게 모범이 된 위대한 순교자 / 사도 요한의 제자로 주님 성덕 가르친 우수한 교사 / 몸과 마음 주님께 의탁 순교하는 날까지 덕행 실천

불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뜨거움이 강하다. 불과 같은 신앙을 가진 사도들을 곁에서 모신 제자들도 누구보다도 뜨거운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성 요한 사도의 제자,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축일 2월 23일)도 은사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은 신앙의 용사였다.

성 폴리카르포의 제자인 성 이레네오는 리옹의 주교가 된 후 저술한 은사추상기(恩師追想記)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소년시절 소아시아에 있으면서 성 폴리카르포 선생의 슬하에서 배운 일이 있다. 나는 지금도 선생께서 앉아계시던 곳, 그 가르치는 모습이나 가르치는 말씀, 그 걸어 다니던 모습이나 용모 등을 뚜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선생께서 성 요한과 기타 주님을 친히 뵌 이들과 교제하던 말씀이나 주님에 대해서 즉 주님의 성덕, 그의 가르치심에 대해 그러한 사람들한테 전해들은 이야기 등은 아직 나의 귀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외에도 폴리카르포의 행적에 대해서는 안티오키아의 주교 성 이냐시오가 죽기 직전 그에게 보내 완덕을 칭찬한 이별의 편지에서, 또 스미르나 그리스도교 신자의 순교록에서 자세히 찾을 수 있다.

서산에 넘어가려고 하는 태양은 한 번 더 밝게 세상을 비추고 그 여광으로 만상을 아름답게 한다. 이와 같이 성 폴리카르포는 순교를 당하는 날 자기 덕행을 발해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156년 2월말 스미르나에서 12명의 신자가 체포됐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백성들이 “폴리카르포도 같이 죽여라”하고 외치자 법관은 즉시 병사들을 보내어 폴리카르포를 끌어오도록 했다.

병사들이 폴리카르포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폴리카르포는 순교할 준비를 위해 기도가 하고 싶으니 여유를 달라고 했다. 백부장은 기도를 올리는 폴리카르포의 존엄한 용모를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신과 같은 사람”이라며 감동해, 결국 체포를 다음날 아침으로 연기했다. 성인은 그날 밤을 하느님께의 헌신을 맹세하는 기도로 지새웠다. 이튿날 아침 폴리카르포가 법관 앞에 끌려갔다. “예수 그리스도를 저주하고 신성한 황제폐하를 조배하라! 그렇게 하면 석방해 줄 것이다.”

하지만 폴리카르포는 고개를 저었다. “주님께서는 무엇 하나 나에게 불의를 가르치신 일이 없고 도리어 많은 은혜를 내려 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대 은인이신 주님을 어떻게 저주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형이 선고됐다. 군중들이 장작을 날라 산더미처럼 쌓았다. 폴리카르포는 의복을 벗고 스스로 그 위에 올라갔다. “화형(火刑)이라는 반가운 순교의 은혜를 주신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이 고통을 참을 수 있는 힘까지 주실 것입니다.”

불은 거세게 타올랐다. 폴리카르포는 기도했다.

“전능하신 하느님, 사랑하고 찬미하올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계시(啓示)하신 성부여 나로 하여금 순교자의 반열에 들게 하시고 성자의 수난의 잔을 같이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이날 이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당신을 찬미합니다.”

이미 몸과 마음을 주님의 품에 모두 의탁했기에 그의 마음은 평안했다. 이때 화염이 성인의 몸을 피해 좌우로 갈라져 오히려 후광과 같이 아름답게 그의 몸을 장식했다.

뜻밖의 현상에 놀란 법관이 병졸에게 시켜 폴리카르포의 가슴을 창으로 찌르도록 했다. 폴리카르포는 그렇게 자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겼다.

신자들이 폴리카르포의 유해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법관을 통해 총독에게 “그리스도교의 신자들이 폴리카르포를 제2의 그리스도로 공경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시체를 태워주시오”라고 외뢰했다. 이에 총독은 폴리카르포의 시신을 다시 태우게 했다.

초세기에 기록된 폴리카르포 순교록의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찬사가 기록되어 있다.

“그는 우수한 교사였을 뿐 아니라 만인에게 모범이 된 위대한 순교자였다. 그는 고통을 감수 인내해 재판관을 이기고 불멸의 화관을 획득해, 지금은 사도들과 모든 성인들과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하고, 전능하신 성부의 영광을 노래하며 우리 영혼의 구세주이시고 지도자이시며 전 세계 교회의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하고 있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가톨릭신문  201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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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준비하신 길 당당하게 걸은 목자
사도 요한과 성 이냐시오로부터 많은 깨달음 얻어
진리를 자신의 삶 안에서 완벽하게 형성시키신 분

폴리카르포 성인이 지상 삶에서 쌓은 ‘만남’에 대해 알아보자.

성인은 20대를 갓 넘긴 나이에 요한 사도를 만난다. 여기서 요한 사도는 요한복음을 쓴 그 사도다. 이때 인생의 대전환이 이뤄진다. 이후 10년이 채 안돼서 요한 사도에 의해 소아시아 에페소 인근 지역인 스미르나(Smyrna)의 주교로 축성된다. 에페소를 비롯한 스미르나 지역은 바오로 사도가 이미 전교를 한 지역이다. 그래서 신자들이 많이 있었다.

두 번째의 중요한 만남은 안티오키아의 주교 이냐시오다. 폴리카르포 성인의 35년 형님뻘 되시는 분이다. 이 분은 폴리카르포와 같이 주교단의 일원으로 한 형제처럼 지냈다. 이냐시오는 체포돼 로마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스미르나를 거치게 되는데 이곳에서 폴리카르포 성인과 감격적인 마지막 상봉을 하게 된다. 이때가 폴리카르포 성인의 나이는 40세쯤 됐을 때였다.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가는 백발의 노인 주교를 바라보는 젊은 폴리카르포 성인의 심정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순교의 염원을 불태웠을 것이다.

세 번째 중요한 만남은 이레네오 성인이다. 이레네오 성인은 폴리카르포 성인이 직접 제자로 선택한 분이다. 나이는 손자뻘이다. 폴리카르포 성인은 말년에 소년 이레네오를 직접 가르치며 교회의 미래를 다진다. 이레네오는 폴리카르포 성인에게 푹 빠진다. “참으로 모든 면에서 감동적인 스승이셨습니다”라는 글을 남긴 것에서도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두 성인은 영적으로 깊은 일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폴리카르포 주교는 요한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로부터 많은 것을 깨달았고 배울 수 있었으며, 그 진리를 그것을 자신의 삶 안에서 완벽하게 형성시켰다. 그리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이러한 그의 삶은 자연스레 이레네오 성인에게 이어진다. 이러한 폴리카르포 성인의 삶은 자연스레 155년 혹은 156년경의 순교로 이어진다. 순교할 당시 성인의 나이는 80대 중반이었다.

폴리카르포 성인은 죽음을 당당히 받아들인다. 화형을 당할 때 자신의 몸을 기둥에 결박하려 할 때도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성인은 자신의 순교가 형성하는 신적신비께서 미리 형성시켜주신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진한 감동을 준다. 특히 초기 교회의 순교이야기는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을 되돌아보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 폴리카르포 주교님 말고도 초대 교회때는 참으로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 대표적인 분이 아녜스 성녀다. 아녜스는 로마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당시 로마시의 시장 아들이 아녜스에게 반한다. 그래서 아녜스에게 청혼을 했다. 그런데 아녜스는 “나는 이미 그리스도라는 멋진 분과 결혼을 했다”며 청혼을 거절했고, 그래서 순교했다. 같은 동정 성녀이신 비비안나 성녀도 계시다. 이분은 아버지가 로마의 고관이었다. 그 아버지가 신자들이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박해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고 황제에게 말했고 그 이유로 귀향을 갔다. 어머니도 감옥에 갇혔고, 결국에는 그곳에서 굶어 죽는다. 어머니는 그래도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계속 “황제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의로운 뜻을 따라가야지 오히려 의로운 백성을 박해하고 죽이는 것은 잘못되었다” 라고 말했다 한다. 딸이었던 비비안나도 계속 부모님을 옹호하다가 결국에는 납덩어리에 맞아 순교했다.

물론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이러한 피의 순교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이러한 순교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세상과 쉽게 타협하며 살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나의 뜻, 주위 사람들의 뜻에 휘둘려 살아가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미리 형성해 놓으신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하느님을 늘 경외하며 늘 하느님께 귀 기울이며 그 음성에 ‘예’라고 순명하는 삶을 살아갈 때 순교의 은총이 가능하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배반하지 않고, 꿋꿋이 당신을 따랐던 순교자들의 얼을 늘 마음에 담고 당신의 빛을 따르는 삶을 충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 제가 당신 안에 걸어오리라. 아멘.”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가톨릭신문 20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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