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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은 삶의 파노라마 - 성문서의 형성과정 -

 

 

성경은 백사장이다. 그 안에는 한정된 생애를 하느님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발자욱이 무수히 찍혀 있다. 발자욱의 주인공은 그 나름대로 자신을 드러낸다. 발이 큰 이는 큰 자국으로, 작은이는 작은 자국으로 말한다. 백사장 위를 거쳐간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고스란히 그 안에 들어있듯, 성경도 매한가지다. 인간의 삶 한복판에서 생겨나는 일 중에서 성서에 담겨있지 않은 바가 무엇이랴? 예나 이제나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은 채 여전한데…

 

다만 삶이 성경 안에 녹아드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아무래도 성서는 집필되던 그 시대에 맞는 표현양식을 취하게 마련이다. 신화가 판치던 시기에는 신화의 양식을 따라서, 왕조 시대에는 왕정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이야기 형식으로 성경이 기록된다. 그런 까닭에 민담, 전설, 격언, 시, 소설, 역사, 설교, 전기, 서간 묵시 등 각양각색의 문학양식이 73권의 성경 안에 담기게 되었다. 이는 모두 그 시대 문화의 성향이다.

 

그러나 성경에는 그 시대 문화에 속해 있으면서도 한 시대를 뛰어넘는 초월성이 간직되어 있다. 그러기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도 성서를 펼치면 바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은가! 또한 매시대의 인간들에 맞게 호흡하고 생활하고자 하신 하느님의 숨결을 그 안에서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네 삶에서 벌어지는 온갖 현상을 그려낸 노래와 춤사위, 격언과 가르침 등이 성서 안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까닭은 바로 이에서 비롯된다.

 

그중에서도 성문서는 인간으로서 한 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갖가지 형태의 낱권들 안에서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성문서를 읽을 때면 각양각색의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축제 시기에 벌어졌던 기쁨과 술렁이는 분위기,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한 가닥 희망의 빛을 갈망했던 절절함, 인생을 관조하면서 참 지혜를 들려주는 그윽함 등이 한데 어우러진 성문서의 형성과정을 짚어보자.

 

성문서의 구분과 위치

 

성문서는 율법서나 예언서에 비교할 때 우선 잡다하다. 서로를 묶어줄 만한 공통점이 마땅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율법서와 예언서 묶음집 이후에 생겨난 문서들을 모두 일컬어 가리키기 때문이다. 집회서의 머리말도 이를 시사해 주고 있다. "율법서와 예언서와 그 뒤를 이은 후대의 저서들이 우리에게 위대한 가르침을 많이 전해 주었다."

성문서에 속한 낱권성경으로는 시편, 욥기, 잠언, 룻기, 아가, 애가, 전도서, 에스델, 다니엘, 에즈라·느헤미야, 역대기 상과 하를 따로 셈하더라도 13권에 불과하다. 율법서에 속한 5권보다야 많지만, 예언서에 속한 21권에 비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도 언뜻 공통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어이된 까닭일까?

 

율법서와 예언서를 각각 공동체로서 지켜야 할 법규집과 매시대를 법규에 비추어 본 판례집이라 할 때, 성문서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살아가는 삶 자체이자 그 안에서 우러나온 전례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삶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듯, 삶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이 담긴 성문서 또한 한눈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삶의 축제, 삶의 노래,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을 따름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동번역 성경에는 시서와 지혜서란 항목을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항목에 모아 놓을 수 있는 낱권은 13권 중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등 5권에 불과하다. 그 외의 낱권성경에는 성격에 따라 역사서와 예언서 모음집에 각각 분산시켜 놓았다. 유배 이후에 형성되었다는 이유로 각 모음집의 낱권을 확정할 때 누락된 에즈라· 느헤미야· 역대기 상· 역대기 하· 룻기· 에스델 등 6권은 역사서에, 애가와 다니엘 등 2권은 예언서에 본래대로 위치시켰다.

이외에도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7권을 더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정경화 과정에서 다시 언급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히브리 성경에서 성문서로 분류한 11권의 성서만 다루기로 한다.

 

성문서의 형성과정

 

성문서는 히브리 성경에서 세 번째 모음집에 해당하지만, 율법서와 예언서 두 모음집 이후에 비로소 수집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최종 집대성된 시기에 선후는 있다 하더라도, 각 모음집에 실린 자료들이 처음 생겨난 시기는 거의 비슷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자료들은 구전 내지 문서전승으로 전해 오다가, 어느 시기에 그 시대의 상황과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여 각각의 모음집으로 꼴을 갖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성문서는 다른 두 모음집보다 시기적으로 뒤늦다는 점에서, 그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했다. 성문서 모음집의 확정은 곧 히브리 성경의 목록을 결정짓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문서는 기원후 90년 얌니아 회의에서 히브리 정경과 더불어 그 목록이 결정되었다.

성문서의 낱권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성문학 - 시편

지혜문학 - 욥기, 잠언

축제오경 - 룻기, 아가, 애가, 전도서, 에스델

묵시문학 - 다니엘

역사서 - 에즈라· 느혜미야, 역대기 상· 하

 

엄밀하게 분류하자면 시문학 쪽으로 시편 외에 아가와 애가를, 지혜문학 쪽으로 전도서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더불어서 룻기와 에스델과 같은 역사소설류를 역사서의 한 부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문서가 삶과의 밀접한 관련 아래 생겨났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 축제 때 읽혀지는 다섯 두루마리(megilloth)를 한데 모아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또한 운문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시편과 잠언과 욥기를 한데 묶고, 유배 귀환 이후에 쓰여진 역대기 사가의 작품과 묵시문학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1) 시문학과 지혜문학

 

여기에 속하는 성경은 시편과 잠언과 욥기다. 그중에서 시편은 장구한 세월에 거쳐 수집된 모음집으로 유명하다. 시편집에 수록된 150편의 시편 중에는 솔로몬 성전 시절에 생겨난 것도 있으리라고 추정된다. 하지만 어떤 시편이 그에 해당되는 지는 명확히 말할 수 없다. 그때 생겨난 시편이 상당 부분이 전해 내려오는 중에 사라졌을 것이고, 또 시대마다 새로운 시편이 만들어져 덧붙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현 시편은 모세오경의 숫자에 맞추어 다섯 권으로 되어 있다(1-41; 42-72; 73-89; 90-106; 107-150편). 그중에서 제1권은 야훼계 시편으로 다른 권보다 일찍 모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모음집에 속해 있는 시편 18편이 2사무 22장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모음집의 형성 연대는 대략 바빌론 포로 후기로 추정된다. 또 늦어도 기원전 3세기 말에는 2-3권의 엘로힘 시편과 4-5권의 야훼계 시편이 별도의 모음집으로 묶여 이미 통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러한 작은 모음집들이 한데 엮어져 오늘날 우리가 보는 시편의 꼴을 갖추게 되었다.

 

지혜문학에 해당하는 잠언과 욥기의 경우도 시편처럼 몇 차례의 편집과정을 거쳤다. 잠언의 경우 그 기원은 왕정 시대 초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서부터 생겨나게 된 잠언들이 수집되어 몇 개의 소모음집(1,1-9,18; 10,1-22,16; 22,17-24,34; 25-29; 30,1-14. 15-33; 31,1-9. 10-31)이 되었고, 이 모음집이 한데 모아져 기원전 400년경에 현재의 꼴을 갖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잠언이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다채롭게 엮어 놓은 것에 비해, 욥기는 풀기 어려운 고통의 문제를 둘러싼 현인들의 사색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민담(1-2장; 42,7-17)에 욥과 세 친구의 대화 및 하느님의 응답(3-31장; 38-42,6)이 끼어 들어가고, 후에 엘리후의 대화(32-37장)가 덧붙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꼴을 갖춘 것은 대략 남유대 왕국의 멸망 이후인 기원전 6-4세기로 생각된다.

 

2) 축제오경

 

룻기, 아가, 애가, 전도서, 에스델 등 다섯 권의 성경이 이 부류에 해당된다. 이들 다섯 두루마리(Five Scrolls)는 훗날로 접어들수록 각각 추수절, 과월절, 성전파괴기념일, 초막절, 부림절에 읽혀지게 되었으므로 통상 축제오경이라 일컬어진다.

이들은 모두 유배 이후에 생겨났다. 이중에서 가장 빨리 작성된 낱권은 애가로, 성전이 함락된 기원전 586년 언저리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룻기로, 팔레스티나로 귀환하여 공동체를 재건하려 하였던 느헤미야와 에즈라 시대 무렵에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아가가 페르샤(기원전 5세기) 내지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3세기)에, 전도서가 마카베오 항쟁이 일어나기 전인 3세기 초반에, 에스델이 2세기 말에 각각 생겨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성경과 관련을 맺고 있는 다섯 축제 중에서 과월절과 추수절과 초막절은 이스라엘의 3대 축제에 해당한다. 이들은 본래 수확을 시작하고, 수확을 마치고, 수확물을 저장하는 단계에 각각 해당되는 가나안의 농경축제로, 이스라엘의 역사체험 안에서 거듭 곱씹어지면서 이를 더욱 심화시켜 줄 성서와도 연관을 갖게 되었다. 그 외의 두 축절은 처음부터 역사적인 배경 아래 만들어진 것으로, 이스라엘의 종교예식에서 큰 몫을 담당한 성전과 관련되어 있는 성전파괴기념일 및 이 세상의 선과 악의 투쟁을 나타내고 있다고 여겨진 부림절이다.

 

과월절에는 노예의 땅 이집트에서 이끌어낸 하느님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아가서를, 추수절에는 추수철의 이야기이자 율법을 지닌 이스라엘에로 개종한 이야기인 룻기를 읽었다. 또한 성전파괴기념일에는 이를 통곡하는 애가를, 초막절에는 하느님과 광야에서 보낸 신혼시절의 기쁨도 곧바로 사라짐을 새기기 위해 셋째날에 전도서를 읽었다. 그리고 부림절에는 언제 어디서든 유대인들에게 적대하는 이들과 맞서 싸워 승리할 것을 부추기는 에스델서를 읽었다(각 축제일은 도표 참조).

 

3) 묵시문학과 역사서

 

에즈라· 느헤미야· 역대기 상· 하 등 역대기 사가의 작품 및 다니엘서가 여기에 해당된다. 역대기 사가의 작품은 기원전 350-300년경에, 다니엘서는 기원전 2세기에 각각 작성되었다. 따라서 작성연대가 시기적으로 유배 이후라는 이유로 전기 예언서의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대 왕국이 멸망한 기원전 587년에서는 170년까지의 자료는 거의 전무한 편인데,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는 유배 이후의 실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역대기의 왕국 시초서부터 멸망할 때까지를 다루는 열왕기 사가와는 달리, 아담서부터 팔레스티나 귀환민에 이르기까지의 족보를 서두(1역대 1-9장)에 장황하게 늘어놓음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다니엘서는 묵시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묵시문학은 예언이 끝났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기원전 200년에서 기원후 100년까지 성행 하였는데, 아모스· 제1이사야· 에제키엘· 제2이사야· 즈가리야· 요엘 등에도 그 흔적이 남겨져 있다. 다니엘서는 묵시적인 표현기법을 사용해, 시리아의 종교박해에 직면해 있는 이스라엘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공동체와 성문서

 

삶은 위대하다. 삶을 누리는 이들은 그 누구든 고귀하다. 성문서는 바로 이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우리가 보내는 명절과 경축일은 모두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 절기이기에 더 없이 소중하다. 마음껏 뛰고 놀며 축제를 뜻깊게 보내는 가운데 축제오경의 가치에 더욱 돋보이지 않는가? 우리가 부르는 기쁨의 노래나 고통의 울부짖음 또한 아주 귀하다. 바로 그 안에서 시편과 욥기가 나오지 않았는가? 실로 우리는 저마다 온몸으로 성서를 써내려간다. 그 누가 아는가? 하느님 앞에서 가장 소중한 성경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일런지…

- 월간 성서와 함께/이우식 베드로(본지 편집차장)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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