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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선교사의 편지 - 서간성경의 형성과정 -

 

성경은 사랑의 편지다. 필요한 소식만 담아 달랑 띄운 한 장의 야박한 통지서가 아니라, 때로는 아버지마냥 때로는 어머니마냥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자상하게 일러주는 사랑의 사연이다. 우리 손에 말 없이 건네진 그 편지 안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전해 주고자 하는 정겨운 사연을 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사도들 내지 그 제자들이 여러 교회에 띄운 신약성서의 서간들의 내용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선교사들의 심정이 물씬 배어나온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맞부딪치고 있는 각양각색의 문제들에 대처하는 사도들의 권고가 자못 솔깃하게 와닿는다. 사도들이 다루는 문제는 그 옛날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사도들의 가르침은 그 옛날 그들에게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들어맞는 처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체국도 없던 그 시절에 띄운 이 편지가 어떻게 오랜 세월도안 분산되지도 않고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아니 우리가 손에 쥔 이 편지들 외에 혹 분실된 편지들도 있지 않을까? 누가 이 편지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우리에게 건네 주었을까? 바로 이 점이 이제부터 우리가 탐구해 가야 할 바이다.

 

서간성경의 구분과 위치

 

서간성경은 신약성경 안에서 그 권수가 가장 많다. 신약성경 총 27권중에서 복음서 4권과 사도행전 1권과 요한묵시록 1권을 제외한 21권이 바로 서간성경이다. 이 서간들은 서간의 명칭에서 수신자를 밝힌 편지와 발신자를 밝힌 편지 등으로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수신자를 밝힌 편지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낸 편지, 디도에게 보낸 편지 등 14통이고, 발신자를 밝힌 편지는 야고보의 편지, 베드로의 편지, 유다의 편지 등 7통이다.

 

수신자를 밝힌 편지는 사도 바울로가 직접 썼는지의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모두 사도 바울로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들 서간은 통상 바울로 서간이라 불리운다. 그중에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예외다. 편지의 수신자를 히브리인들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맺음말에서만 편지양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라 다른 바울로 서간과는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 별도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바울로 서간은 모두 13통이다.

발신자를 밝힌 편지는 베드로, 야고보, 유다, 요한 등 네 사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 편지들은 수신자를 한정시킨 바울로 서간과는 달리 어느 특정한 교회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회를 상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온 교회의 공동의 문제를 다루었기에 '공동서간'이라 불리운다.

 

서간성경의 형성과정

 

신약성경 가운데 어떤 성경이 가장 먼저 생겨났을까? 또 가장 나중에 생겨난 성경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각각 데살로니카 전서(51년경)와 베드로 후서(100-150년경)로, 이 둘은 모두 서간성경 안에 들어있다. 이로 볼 때 서간성경은 신약성경 가운데 가장 먼저 생겨난 성경이자 가장 늦게 생겨난 성경이기도 하다.

 

신약성경의 짜임으로 볼 때 서간성경은 4복음서와 사도행전 및 요한묵시록이 앞뒤에서 감싸고 있는 형태이지만, 형성과정으로 볼 때는 오히려 그 반대다. 서간성경이 바울로 서간과 공동서간으로 구분되어 시차를 두고 생겨나고 있는 와중에 그 외의 성경이 형성된 것으로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데살로니카 전서로 시작된 바울로 서간이 제일 먼저 생겨났고, 이어 4복음서와 사도행전 및 요한묵시록이 생겨났으며, 끝으로 베드로 후서로 마감된 공성서간이 생겨났다.

 

그런데 왜 편지 형식의 경전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구약성서에도 예레미야의 편지(바룩 6장), 이집트인들에게 보낸 편지(2마카 1, 1-2, 18)등 편지 형식이 뜨악하게 나오긴 하지만, 그 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편지 자체만으로 경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신약성서에 들어와서이다. 이렇듯 신약성서 27권 중 2/3가 넘는 21권의 낱권이 편지 형식을 취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도들의 복음선교 여행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면서 곳곳에 세운 교회를 격려하고 그 교회의 당면문제에 즉각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편지 이상의 매체가 없었다. 한 지역교회를 맡아서 복음화 활동을 펼치기에는 복음을 전해야 할 지역이 너무 넓고 선교사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였다. 그러기에 사도들은 그들의 협력자들을 해당 교회에 파견하거나 그 교회의 실무자를 격려하면서 편지를 띄웠다. 이런 편지들이 하나 둘 모여지면서 점차 그리스도교의 경전으로서의 권위를 부여받게 되었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

 

1) 바울로 서간

 

모두 13통에 이르는 바울로 서간은 신약성서 27권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 서간은 대부분 그가 직접 복음을 전한 여러 교회를 격려하고 가르치기 위하여 쓰여졌다. 그 중에서 디도서, 디모테오 전서, 디모테오 후서, 에페소서, 골로사이서, 데살로니카 후서 등은 바울로 사후에 그의 제자가 그의 이름을 내세워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울로와 사상적인 맥락이 닿아 있기에 바울로 서간에 포함시킨다.

 

바울로가 직접 썼든 제자들이 썼든 간에 구약성서만 있고 신약성서는 없었던 당시에 이들 서간은 신생 그리스도교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에 대해서 일깨워 주는 글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바울로 사도가 띄운 편지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표를 잡아주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떤 한 교회의 특정 문제에 대해서 다른 서간일지라도 다른 교회에서도 읽혀지곤 하였다.

바울로 사도 또한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띄운 편지를 각 교회에서 서로 돌려 읽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 편지가 여러분 사이에서 읽혀진 후에는 라오디게이아로부터 전달되는 편지는 여러분도 읽으시오"(골로 4,16).그러나 바울로 사도가 선교여행을 활발하게 전개할 다이시에는 종말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에, 바울로 서간이 처음부터 교회 안에서 돌려 읽혀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임박한 종말론이 조금 수그러든 1세기 말경에야 바울로 사도의 편지가 교회 안에서 본격적으로 돌려 읽혀지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언제 오실 지는 모르지만, 그분을 기다리며 사는 교회의 삶이 단시일에 결말을 맺지 않으리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바울로 사도의 서간들이 각광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각 교회에 보존되어 온 서간들을 한데 모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바울로의 편지를 한데 모으는 일 또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클레멘스와 이냐시오 등 초기의 저술가는 단지 2통의 편지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더 많은 서간이 모아진 것은 2세기 중반에 접어들고나서이다 뽈리까르뽀는 8통의 서신을, 마르시온파는 10통의 서신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르시온파의 목록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3통의 사목서간은 200년경 로마교회에서 받아들였을 것으로 여겨지는 무라또리오 경전목록에서야 나타난다.

 

이처럼 오랜 과정을 거쳐 한 통씩 모아진 관계로 아예 없어진 편지도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라오디게이아인들에게 보낸 편지(골로 4, 16)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고린토 교회에 네 차례 보낸 편지가 고린토 전 · 후서에 다 실려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외에 어떤 편지가 더 분실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약성경과 함께 바울로 서간집이 교회 안에서 통용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베드로 후서에서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 바울로가 스스로 받은 지혜를 따라 여러분에게 쓴 바와 같습니다. 사실 그는 모든 편지에서 이에 관해 썼던 것입니다. 이 편지들 안에는 알아듣기 어려운 대목들이 들어 있는데 무식하고 경박한 자들은 저 다른 성경 말씀들을 곡해하듯이 그런 대목도 곡해함으로써 스스로 멸망에 이릅니다"(2베드 3, 14-16).

여기서 '다른 성경 말씀들'은 구약성경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볼 때 바울로 서간이 신약성경 가운데 가장 먼저 집대성되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확하게 언제 집대성되었다는 지는 베드로 후서의 집필연대가 불투명한 관계로 알 수 없다.

 

2) 히브리서와 공동서간

 

바울로 서간이 대체적으로 교회 안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들 서간은 논란을 거친 우여곡절 끝에 경전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70-80년경에 집필도니 히브리서의 경우 동방교회에서는 바울로의 작품으로 간주되어 경전성을 인정했지만, 서방교회에서는 죄의 용서에 대해 엄격한 점(히브 13,24)으로 보아 바울로가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다 동방교회의 사상적 영향을 받았던 힐라리오, 예로니모, 아우구스티노 등의 노력에 힘입어 4세기 후반에야 경전으로 인정받았다.

 

공동서간의 경우에는 베드로 전서와 요한 일서를 제외하고는 경전성을 확고하게 인정받지 못했다. 공동서간이라는 이름은 200년경에 요한 일서에 적용되어 처음 나타나는데, 이를 베드로 전 · 후서, 야고보서, 유다서, 요한 일서 · 이서 · 삼서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로 확대시킨 이는 300년경의 에우세비오이다.

 

에우세비오는 교회 내에 내려오는 문헌들을 다음과 같이 넷으로 구분시켜 놓았다. ① 모든 교회에서 인정받는 경전, ② 경전 여부가 명확치 않은 문헌, ③ 경전은 아니지만 유익한 문헌, ④ 이단적인 내용이므로 배척해야 할 문헌 등. 여기서 베드로 전서와 요한 일서는 첫 번째 항목에, 그 외 5통의 편지는 두 번째 항목인 경전 여부가 명확치 않은 문헌으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4세기 후반에 열린 히뽀 회의(393년)와 카르타고 회의(397년)에서 에우세비오가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으로 분류해 놓은 문헌들이 모두 경전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경전 여부가 명확치 않았던 공동서간 5통도 신약성경의 목록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공동체와 서간성경

 

하느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편지를 써보내신다. 2000년 전 사도들이 쓴 편지를 통해서, 하늘과 땅과 꽃과 나무 등 대자연을 통해서, 내가 매일같이 만나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통해서 우리에게 편지를 띄우신다. 오늘 나는 누구를 통해서 하느님의 편지를 전달받게 될까? 또 나는 어떤 이에게 하느님의 편지가 되어 배달되는 걸까? 사도들의 편지모음집인 서간성경을 읽으면서 끝없이 묻는 물음이다.

- 월간 성서와 함께/이우식 베드로(본지 편집차장)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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